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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찾아떠나는休] 국선도

등록 2012-08-29 15:10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_ 수행, 수도, 명상을 통해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각박하고 외로운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수도, 명상, 심리, 치유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밖에서 만 갈구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자기를 깨닫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함으로써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현실에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생활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휴심정을 찾는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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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국선도활기는 살기의 끝에서 피어난다

하늘 마음을 회복해 육신을 다스리니, 자유롭고 평안하게 살며 남에게 유익을 주는 것이 국선도다.

국회가 열리면 국민은 숨을 죽인다. 여야는 또 얼마나 서로 기를 꺾고, 죽이기 위해 살기등등할까. 국민은 기분이 상하고, 나아가선 기가 막힌다.

그러나 거친 숨소리가 요란한 국회의사당에서도 숨을 고르는 이들이 있다. 국회에서도 단연 대표적인 동아리로 꼽히는 국회국선도수련회. 밤이 깊어지면 새벽이 가까워지고, 겨울이 깊어지면 봄이 다가선다던가. 활기는 살기의 끝에서 피어난다.

국회국선도수련회는 전문적인 수련도장이 아닌 사무처 요원들의 동아리임에도 특유의 활력을 키워왔다. 1984년에 창단된 이래 꾸준히 100여명의 회원들이 아침, 점심, 저녁반으로 나눠 수련하는 국회수련회는 국선도 초보자들이 읽는 <국선도 입문>과 <가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란 책까지 만들 정도로 국선도연맹 안에서도 그 존재가 우뚝하다.

평소 국회 안 테니스장 뒤편 유도관에서 수련하는 회원들이 지난 9일 아침에는 잔디밭으로 나왔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각자 수준에 맞춰 행공을 하는 모습이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인 양, 호수에 출렁이는 물결인 양 부드럽고 고요하다.

임시국회 뒷바라지에 쌓인 스트레스가 깊은 호흡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혼자 힘으로 물구나무를 선 한순덕씨도 힘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기운이 원활하게 순행하는 듯 그의 얼굴에 생기가 감돈다. 그러나 몇해 전까지만 해도 이런 건강을 상상하긴 어려웠다. 그는 국회 회기가 시작되면 밤을 새우기 일쑤인 의사일정에 따라 속기를 하고, 국회 회의시간 외엔 속기록을 일일이 풀어쓰느라 쉴 새가 없다.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난데없는 발언과 야유까지 모두 속기하느라 신경이 곤두설 대로 선다. 가끔은 너무 소란스러워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발언하는 의원 가까이 쫓아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성과 욕설이 오갈 때는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이다.

원래 약골이던 그는 이런 생활이 지속되면서 신장염에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과민성 대장염 등 신경성으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병을 몸에 달게 됐다. 늘 소화가 안 돼 소화제를 먹었다.

'높디높은' 의원들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한 채 늘 화를 속으로만 꾹꾹 누르고 살았다. 그러다가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땐 남편과 두 딸에게 화를 폭발시키곤 했다.

대학교 같은 과 후배가 국선도를 권유한 것은 바로 그 즈음인 1997년이었다. 병원 외에는 신뢰하지 않던 그도 혈색이 달라진 후배의 말인지라 귀가 솔깃했다.

점심시간 수련반에 들어간 그는 희한한 동작들을 하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았지만 녹음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도인도송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마치 산속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스트레스와 화로 가슴이 답답할 땐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수련을 위해 호흡을 깊게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가슴은 뚫리고 마음이 고요해졌다. 늘 몸이 차가웠던 그는 수련 도중 아랫배가 뜨거워지고 손까지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1년이 넘자 신경성 병들이 점차 사라져갔다.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하는 국회의사당 식당 지배인 이봉원씨도 6년 전 국선도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순서와 절차를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식당에서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국회의원들과 보좌관들을 일일이 상대하느라 늘 심기가 상했다. 그러나 수련에 심취하자 기혈이 잘 순환되면서 심기도 안정되었다. 그는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과 차분히 대화하며 원만하게 일처리를 하게 되었다.

예산결산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국회수련회의 창단 회원이기도 한 장기태 사범은 애초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을 쥐어박을 만큼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어서 주위에선 "국선도를 하지 않았으면 직원들 여럿 잡았을 것"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한다. 그는 여전히 수련 땐 엄격하지만 평소엔 회원들에게 형님이나 오빠처럼 편안한 사람이다.

국선도 2년차인 환경노동위 전문위원 이창희씨도 눈에 거슬리는 것을 못 참아넘기는 성미에 입이 걸기로 유명했다. 그런 그에게 마음의 여백이 생긴 것일까. 그의 입에서 거친 말이 사라졌다. 집안이 어질러져 있을 때면 여지없이 "집안 꼴이 뭐냐"며 언성을 높였던 그는 "이제 그런 것이 신경에 거슬리지 않는다"며 웃는다. 신경질을 멀리 보냈더니, 고질병이던 허리병과 알레르기성 비염까지 덩달아 어디론가 가버렸다고 즐거워했다.

호흡이 깊어가면서 이들의 얼굴에 잔디처럼 파릇한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들과 잔디는 호흡을 주고받으며 서로 기를 살리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렇게 활기찬 아침이 열리고 있다.

조현 기자 cho@hani.co.kr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한겨레출판 펴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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