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으로 전국 4대강 주변 농지가 없어졌다. 그리고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두물머리에 마지막 남아 있던 26만4464m²(8만 평) 부지, 그마저 모두 이전하고 남은 3만9669m²(1만2천 평) 유기 농지를 두고 농민 4명과 MB 정부의 말도 안 되는 싸움이 900여 일 동안 이어져왔다.
지난 8월14일 국토해양부와 농민들은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이곳에 생태학습장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생태학습장은 영국의 라이턴 정원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세레스 공원을 모델로 할 것이라 한다. 생태학습장 안에서 앞으로도 농민들이 유기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일단은 두물머리의 생태적 보전 가능성이 닫히지 않은 셈이다.
새삼스럽게 확인한다. 사람과 사람의 연대, 소통,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찾으려는 지속적인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4대강사업 저지 천주교연대, 팔당공동대책위원회, 많은 활동가와 시민, 단체들이 없었다면 4명의 농민, 그리고 그들이 지키려 한 유기농지도 가뭇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4대강 주변의 그 많던 농지와 사람들처럼.
두물머리 생태공원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를 두고 새로운 싸움이 시작됐다고 한다. 민주적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결론이 도출되기를 바란다. 어쨌든 두물머리 유기농 하우스에서 자라는 유기농 채소를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입맛이 쓰다.
양평=사진·글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