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이 먹먹함을, 이 분노를, 이 슬픔을 가눌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인 1993년 10월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가 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접하며 그 때 한겨레가 보도했던 내용을 찬,찬,히. 다시 보았습니다. 서해훼리호 사고 이후 많은 것이 바뀐 듯이 보였습니다. 지금처럼 전국의 모든 언론이 취재 경쟁을 벌였고 정부와 국회는 앞다퉈 재발방지책을 내놨습니다. 한동안 대형 해상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민들 다수가 그렇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오판이었습니다. 규정을 무시하는 회사,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 관청, 재난 대처의 미숙함. 이 모두가 21년 전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슬픔은 결코 훈련되지 않습니다. 설령 반복되더라도, 익숙해질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슬픔을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 됩니다. 저희 한겨레와 우리 사회가 21년이 지나도록 재발 방지책 마련에 소홀했기에 또 다시 이런 참담함을 맞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서해훼리호와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합니다. - 장철규 기획위원 chang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