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박병혁(51)은 한국 음식을 지켜온 장인 70여명을 지난 5년간 찍어왔다. 증류소주, 어란, 푸른 콩으로 만든 된장, 조청, 토판천일염, 황토죽염 등 패스트푸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 음식에 셔터를 눌렀다. 방방곡곡 흩어져 있던 장인들의 숨은 노고와 고집, 손길이 그의 앵글에 오롯이 담겼다.
충북 문화 류씨 종가의 종부인 김종희 장인은 시어머니로부터 집안의 독특한 장 제조법을 익혔다. 그는 참나무 장작으로 달군 가마솥에 콩을 익히는 등 옛 방식 그대로 장을 만든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사진 박병혁 제공
식초인 ‘오곡초’를 생산하는 한상준씨. 아이티업계 프로그래머였던 한씨는 8년간의 노력으로 오곡을 주재료로 한 식초 생산에 성공했다. 친환경 오곡과 쌀로 누룩을 빚어 만든 식초는 구수한 향과 장류처럼 독에 넣어 숙성 발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경북 예천군) 사진 박병혁 제공
정춘희 장인은 직접 재배한 유기농 콩으로 된장을 만든다고 한다. 된장 브랜드로는 드물게 ‘유기가공인증’까지 받았다. 체에 거른 바닷물을 조금 넣는 울진 지역의 된장제조법을 활용한다. (경북 울진군) 사진 박병혁 제공
문경주조 홍승희 대표. 홍 대표는 전통 탁주 제조방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해 탁주를 빚는다. 최종 완성까지 90일이 걸리는 홍 대표의 탁주는 맛이 진해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풍미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경북 문경시 동로면) 사진 박병혁 제공
50년대 쌀과도 맞먹을 정도로 고가였던 소금. 전남 신안군에서 토판천일염을 생산하는 박성춘 장인은 염전을 운영하던 부친의 가업을 이어 천일염을 생산한다. 토판천일염은 염전의 바닥이 탄탄한 흙바닥으로 되어 있어 ‘장판천일염’이나 ‘타일천일염’ 등과 구별된다. (전남 신안군) 사진 박병혁 제공
제주도의 ‘아침미소목장’을 남편 이성철씨와 함께 운영하는 양혜숙씨는 무항생제 우유를 저온 살균해 요구르트를 만든다. 많이 달지 않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월평동) 사진 박병혁 제공
‘창평 쌀엿’ 장인인 유영군 장인은 3대째 옛 방식 그대로 하얀 쌀엿을 생산한다. 창평 쌀엿은 조선조 양녕대군이 창평에 낙향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깊은 단맛과 바삭한 식감이 일품으로 알려져 있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사진 박병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