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 섬의 물은 생명수다. 뛰어난 경관을 간직해도, 전기와 통신시설이 깔리더라도 물이 마르고 오염된 섬은 죽은 섬이다. 옛사람들은 더더욱 물에 기대 살았다. 신령하고 위대한 물에 얽힌 전설과 속담이 내려오는 것은 전세계 섬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제주섬도 마찬가지다. 전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이지만 현무암과 화산회토로 덮여 있어 비가 땅 위에 머물지 않았다.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 물은 해안가에서 다시 솟았고, 사람들은 용천수에 기대 살았다. 용천수가 솟는 곳에 물통(우물)과 이용 질서를 만들어 마을의 공동재산으로 관리했다. 1961년 관에서 주도해 지하수에 관정을 뚫기 위한 굴착을 시작한 뒤, 사람들은 관정을 타고 흐르는 지하수에 기대 살았다. ‘지하로 흐르는 강’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끌어 올린 물은 그대로 농사를 짓거나 호텔·여관 등 숙박업에 쓰이거나 목욕탕 운영에도 사용됐다. 1991년까지 30년 동안 지하수에 꽂은 관정은 모두 1831공. 관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크고 작은 오염과 사고들이 발생했고, 사람들은 신령한 지하수가 마를까 걱정했다. 1991년 지하수에 대한 법적 관리 기준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유다. 2006년 제주의 지하수는 마침내 법적으로 ‘공수’(公水)가 됐다. 마을 용천수는 이미 말랐거나 바닷물과 각종 오수에 오염돼 쓸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지하로 흐르는 강이 섬 안 모두의 것이며 공공이 관리한다는 데 안심했고 권리를 넘겼다. 10년 동안 공수 정책이 이어지고 여전히 비가 가장 많이 내렸지만 다각도로 시도했던 수자원 확보 건설 사업이 대부분 실패했고, 사람들은 상수도를 타고 흐르는 지하수에 기대 살았다. 그리고 땅을 팔아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선출된 자들은 땅을, 사실은 물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쥐었다. 땅을 쪼개서 관광자본에 중개하고, 상수도 사용량이 매겨진 사업계획서를 심의해 환경영향평가를 내려주었다. 2017년 기준 제주 취수장 가동률은 100.7%, 수자원 시설 용량 중 지하수는 89.7%나 됐다. 한시도 쉴 새 없이 끌어 올려지고 상수도를 타고 팔려 나간 지하수는 중국 부호들이 선호한다는 대형 욕조가 설치된 고급 호텔들과 워터파크로까지 흘렀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된 제주의 관광개발사업장 20곳, 유원지개발사업장 17곳, 투자진흥지구 25곳 등 모두 62곳의 사업장과 거기에 머무르는 관광객 1500만명도 지하수에 기대고 있다. 선출된 자들은 먹는 샘물 ‘삼다수’도 시장에 선보였다. 지하수는 공수이니, 공기업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물을 내다 팔 권리를 가졌다. 지난해 5월 언론에서 “20년간 삼다수를 올림픽 수영장 3272개 채울 정도로 판매했고, 현재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하고 있다”는 개발공사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제 수돗물을 직간접으로 음용하지 않는다는 국민 절반, 그중에서도 42%가 제주의 지하수에 기대 산다는 말을 듣고서야 도민들은 권리의 이양을 실감했다. 제주 지하수 수위가 관측 이래 가장 낮아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가 제주 언론들에서 쏟아진 지 3개월 뒤의 일이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국적 군함들이 강정 해군기지에 들를 때도 수수료까지 감면받으면서 급수를 받으며 제주에 기대고, 대한항공 기내와 칼호텔에서 제주에서 뽑아낸 물을 제공하는 한진그룹도 제주에 기댄다. 섬에서 길러져 전국으로 팔려 나가는 흑돼지와 소들도 상수도 물을 마시고 자란다. 아무도 이것이 차마 ‘수탈’이라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 수위 상승과 용수 체계 영향을 염려하기 시작했고 제주 청소년들은 우리 미래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섬의 물이 더 이상 섬만의 생명수가 아닐 때, 정작 그 섬은 생명을 품을 수 있을까? 생명수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칼럼 |
[고은영, 녹색으로 바위치기] 그 물은 누구의 생명수입니까 |
녹색당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 섬의 물은 생명수다. 뛰어난 경관을 간직해도, 전기와 통신시설이 깔리더라도 물이 마르고 오염된 섬은 죽은 섬이다. 옛사람들은 더더욱 물에 기대 살았다. 신령하고 위대한 물에 얽힌 전설과 속담이 내려오는 것은 전세계 섬들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제주섬도 마찬가지다. 전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이지만 현무암과 화산회토로 덮여 있어 비가 땅 위에 머물지 않았다.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된 물은 해안가에서 다시 솟았고, 사람들은 용천수에 기대 살았다. 용천수가 솟는 곳에 물통(우물)과 이용 질서를 만들어 마을의 공동재산으로 관리했다. 1961년 관에서 주도해 지하수에 관정을 뚫기 위한 굴착을 시작한 뒤, 사람들은 관정을 타고 흐르는 지하수에 기대 살았다. ‘지하로 흐르는 강’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끌어 올린 물은 그대로 농사를 짓거나 호텔·여관 등 숙박업에 쓰이거나 목욕탕 운영에도 사용됐다. 1991년까지 30년 동안 지하수에 꽂은 관정은 모두 1831공. 관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크고 작은 오염과 사고들이 발생했고, 사람들은 신령한 지하수가 마를까 걱정했다. 1991년 지하수에 대한 법적 관리 기준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유다. 2006년 제주의 지하수는 마침내 법적으로 ‘공수’(公水)가 됐다. 마을 용천수는 이미 말랐거나 바닷물과 각종 오수에 오염돼 쓸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지하로 흐르는 강이 섬 안 모두의 것이며 공공이 관리한다는 데 안심했고 권리를 넘겼다. 10년 동안 공수 정책이 이어지고 여전히 비가 가장 많이 내렸지만 다각도로 시도했던 수자원 확보 건설 사업이 대부분 실패했고, 사람들은 상수도를 타고 흐르는 지하수에 기대 살았다. 그리고 땅을 팔아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선출된 자들은 땅을, 사실은 물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쥐었다. 땅을 쪼개서 관광자본에 중개하고, 상수도 사용량이 매겨진 사업계획서를 심의해 환경영향평가를 내려주었다. 2017년 기준 제주 취수장 가동률은 100.7%, 수자원 시설 용량 중 지하수는 89.7%나 됐다. 한시도 쉴 새 없이 끌어 올려지고 상수도를 타고 팔려 나간 지하수는 중국 부호들이 선호한다는 대형 욕조가 설치된 고급 호텔들과 워터파크로까지 흘렀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된 제주의 관광개발사업장 20곳, 유원지개발사업장 17곳, 투자진흥지구 25곳 등 모두 62곳의 사업장과 거기에 머무르는 관광객 1500만명도 지하수에 기대고 있다. 선출된 자들은 먹는 샘물 ‘삼다수’도 시장에 선보였다. 지하수는 공수이니, 공기업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물을 내다 팔 권리를 가졌다. 지난해 5월 언론에서 “20년간 삼다수를 올림픽 수영장 3272개 채울 정도로 판매했고, 현재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하고 있다”는 개발공사 보도가 흘러나왔다. 이제 수돗물을 직간접으로 음용하지 않는다는 국민 절반, 그중에서도 42%가 제주의 지하수에 기대 산다는 말을 듣고서야 도민들은 권리의 이양을 실감했다. 제주 지하수 수위가 관측 이래 가장 낮아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가 제주 언론들에서 쏟아진 지 3개월 뒤의 일이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국적 군함들이 강정 해군기지에 들를 때도 수수료까지 감면받으면서 급수를 받으며 제주에 기대고, 대한항공 기내와 칼호텔에서 제주에서 뽑아낸 물을 제공하는 한진그룹도 제주에 기댄다. 섬에서 길러져 전국으로 팔려 나가는 흑돼지와 소들도 상수도 물을 마시고 자란다. 아무도 이것이 차마 ‘수탈’이라 말하지 못하고 있을 때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 수위 상승과 용수 체계 영향을 염려하기 시작했고 제주 청소년들은 우리 미래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섬의 물이 더 이상 섬만의 생명수가 아닐 때, 정작 그 섬은 생명을 품을 수 있을까? 생명수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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