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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또 한번 입증된 문어의 지능… 괴롭히는 수컷에 진흙 덩이 겨냥해 던져

등록 2021-08-30 15:30수정 2021-08-30 16:20

[애니멀피플]
팔로 뭉쳐 수관 제트류로 발사…‘똑똑한’ 문어의 새로운 사회적 지각능력 드러나
상대를 겨냥해 진흙 덩이를 강한 물살을 이용해 발사하는 시드니문어. 주로 암컷이 괴롭히는 수컷을 상대로 이런 행동을 많이 했다. 피터 갓프리-스미스 교수 영상 갈무리.
상대를 겨냥해 진흙 덩이를 강한 물살을 이용해 발사하는 시드니문어. 주로 암컷이 괴롭히는 수컷을 상대로 이런 행동을 많이 했다. 피터 갓프리-스미스 교수 영상 갈무리.

무척추동물이지만 놀라운 지각능력을 보이는 문어에게서 새로운 지적 능력이 발견됐다. 귀찮게 구는 수컷 등 문어 동료를 겨냥해 물체를 ‘던지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피터 갓프리-스미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교수 등 연구진은 뉴사우스웨일스의 저비스 만에서 2015년과 2016년 문어의 집단 서식지를 수중 촬영해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고 19일 ‘바이오 아카이브’에 밝혔다. 바이오 아카이브는 정식 출판 전 사전심사를 거치지 않은 온라인 논문공유 서버이다.

이 바다는 한 지점에 4∼8마리의 문어가 서식할 만큼 밀도가 높은 ‘문어 천국’인데 그만큼 문어 사이의 싸움과 사랑 등 다양한 활동이 관찰되는 곳이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건 촬영한 문어의 절반 이상이 종종 물체를 던지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문어의 수관. 흔히 입으로 오해하지만 아가미를 거친 물을 내보내거나 먹물을 뿜는 기관이다. 제트류로 물체를 발사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 파렌트 게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문어의 수관. 흔히 입으로 오해하지만 아가미를 거친 물을 내보내거나 먹물을 뿜는 기관이다. 제트류로 물체를 발사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사실이 이번에 밝혀졌다. 파렌트 게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논문을 보면 문어는 자기 굴이나 주변에 있던 조개껍데기, 진흙, 해조류 등을 팔로 끌어 몸 아래에 그러모은 뒤 수관의 방향을 돌려 제트류를 강하게 쏘아 물체를 내던진다. 수관은 아가미를 거친 물을 내보내거나 먹물을 뿜는 기관이다.

연구자들은 “수관에서 뿜은 강한 물줄기는 물체를 문어 몸길이의 여러 배 길이로 내던졌다”고 밝혔다. 던지기는 3가지 유형으로 굴속의 먹이 찌꺼기를 불어 내보내거나 굴 안팎을 정비하기 위해 바닥에 깔린 조개껍데기를 밀어내는 것 그리고 사회적 관계였다.

야생 문어가 물체를 상대를 향해 발사하는 모습과 과정. 진흙 덩이를 쏘는 모습(A), 오른쪽 문어가 진흙 덩이를 맞는 모습(B), 팔로 물체를 거머쥔 뒤 몸 아래 모은 다음 수관을 조정해 앞으로 쏘는 과정(C, D). 갓프리-스미스 외 (2021) ‘바이오아카이브’ 제공.
야생 문어가 물체를 상대를 향해 발사하는 모습과 과정. 진흙 덩이를 쏘는 모습(A), 오른쪽 문어가 진흙 덩이를 맞는 모습(B), 팔로 물체를 거머쥔 뒤 몸 아래 모은 다음 수관을 조정해 앞으로 쏘는 과정(C, D). 갓프리-스미스 외 (2021) ‘바이오아카이브’ 제공.

연구자들이 주목한 건 사회적 맥락이었다. 주로 암컷 문어가 짝짓기하자고 귀찮게 구는 수컷에게 진흙 덩이를 발사했다.

암컷 문어는 분명한 의도에서 진흙 던지기를 하는 것 같았다. 2016년의 촬영에서 한 암컷은 부근 굴의 수컷을 향해 진흙 덩이를 10번 던졌는데 5번을 맞혔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듯 물체는 주로 맨 앞의 팔 두 개 사이로 발사됐다.

수컷도 상대의 던지기를 예상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진흙이 날아오면 몸을 숙여 피했고 한 번은 진흙이 날아오기도 전에 피하는 동작을 했다.

청소나 환경미화 때보다 상대를 향할 때 더 세게 던지는 것도 이런 행동이 의도를 갖고 있음을 짐작게 했다. 문어는 수컷뿐 아니라 촬영 카메라와 지나가던 물고기에 물체를 던지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던지기 행동이 상대를 공격하려는 목적 말고도 과시 행동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짝짓기 시도에서 퇴짜맞은 수컷이 몸의 빛깔을 바꾸면서 조개껍데기를 던지는 것은 상대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대상인 시드니문어의 모습. 문어는 무척추동물이지만 놀라운 지각능력을 보여준다. 실커 롤라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대상인 시드니문어의 모습. 문어는 무척추동물이지만 놀라운 지각능력을 보여준다. 실커 롤라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인간이 아닌 동물 가운데서도 같은 집단의 다른 개체를 겨냥해 물체를 던지는 행동은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정확하고 빠르게 던지는 능력은 인류 진화에서 큰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침팬지도 세기는 떨어지나 그런 능력을 보유한다.

연구자들은 “꼬리감는원숭이, 코끼리, 몽구스, 새, 물총고기, 개미귀신 등도 직·간접으로 물체를 던지는 행동을 한다”면서 “이들은 대부분 먹이를 사냥하거나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일 뿐 사회적인 목적은 아니”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문어는 무척추동물이면서도 뛰어난 지각능력을 보인다. 생쥐 수준의 미로 학습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자기에게 잘 대해 주는 사람과 학대하는 사람을 구분할 줄 안다(▶문어 다리엔 ‘제2의 뇌’가 숨어있다).

또 야생 상태에서 다른 동물을 흉내 내고 주변 환경에 맞춰 피부색과 무늬를 자유롭게 바꾸는가 하면 조개껍데기를 건축재료로 갖고 다니며 은신처를 조립하고 죽은 해면으로 굴의 문을 해 다는 등 능숙하게 도구도 사용한다.

연구자들은 최근 북극곰이 바다코끼리를 사냥하기 위해 언덕 위에서 큰 돌이나 얼음덩어리를 던질 수 있음이 보고되면서 이번 관찰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북극곰이 바위를 던져 바다코끼리 사냥한다?…“가능한 일”).

인용 논문: bioRxiv, DOI: 10.1101/2021.08.18.456805v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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