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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생태와진화

침팬지와 어린이도 ‘정의 실현’ 보고 싶다

등록 2017-12-21 11:06수정 2017-12-28 15:40

[애니멀피플]
6살 어린이부터 ‘반사회적 행위’ 처벌 욕구
그동안 인간만의 특성 여겨졌지만
침팬지에서도 같은 행동 경향 발견돼
침팬지는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의 유지를 위해서 공정성을 지키는 행동이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곰베국립공원의 침팬지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침팬지는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의 유지를 위해서 공정성을 지키는 행동이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곰베국립공원의 침팬지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여섯살 어린이와 침팬지도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벌이 가해져야 한다는 욕구가 있으며, 행위자에게 벌이 가해지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하고 의식적으로 지켜보려는 욕구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타샤 멘데스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등이 주도한 이번 실험 결과는 지난 18일에 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됐다.

어떤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상호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누가 고통을 받는 것을 보면 우리는 자연히 불편함을 느끼고 도와주고 싶도록 진화했다. 반대로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협력적이지 않은 구성원에 대해 처벌을 내리기도 하며, 그가 고통을 받는다 해도 이에 공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제까지는 이러한 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해 벌을 주어야 한다는 욕구가 인간 발달의 어느 시기에 형성되는지 알지 못했으며, 그러한 욕구가 인간만이 가진 특성인지도 알지 못했다. 다만 그러한 욕구가 인간에게 기본적인 것이며 공동체 내에서 평화롭게 살기 위해 필요한 기작이라는 정도라고만 알려진 바 있다.

‘나쁜 행위자’에 대한 처벌 보고 싶어하는 어린이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막스플랑크연구소 인간인지뇌과학연구실과 진화인류학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오브런던(UCL) 임상교육보건심리학과 등의 연구팀은 몇 살에 그러한 처벌에 대한 욕구가 형성되는지 그리고 인류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도 그런 욕구가 있는지 실험했다. 연구팀은 네살부터 여섯살까지 나이별로 각각 24명씩 총 72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형극을 보여주며 친사회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인형과 각각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침팬지는 케이지 밖에서 처벌 장면을 볼 수 있다. 안 보이는 곳(Area B)으로 옮겨서도 실험했다(그림 a). 어린이들은 커튼이 쳐질 때까지 처벌 장면을 보게 된다. 동전을 박스에 넣으면 처벌 장면을 계속해 볼 수 있다(그림 b).  S-어린이, A-처벌받는 주체(친사회적 혹은 반사회적 행위자로 나뉨) P-처벌자
침팬지는 케이지 밖에서 처벌 장면을 볼 수 있다. 안 보이는 곳(Area B)으로 옮겨서도 실험했다(그림 a). 어린이들은 커튼이 쳐질 때까지 처벌 장면을 보게 된다. 동전을 박스에 넣으면 처벌 장면을 계속해 볼 수 있다(그림 b). S-어린이, A-처벌받는 주체(친사회적 혹은 반사회적 행위자로 나뉨) P-처벌자
연구팀은 사전에 부모에게 연락하여 아이들 몰래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 6개를 가져오게 했다. 실험을 앞두고 아이들은 4개의 동전을 받는데, 실험이 끝나면 남은 금액만큼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와 바꿀 수 있다고 알려준다.

실험이 시작되면 인형극장 안의 인형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무대 뒤편에서 가져와 아이에게 보여준다. 인형은 자기도 그 장난감을 가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친사회적인 인형은 장난감을 아이 손에 쥐여주고, 반사회적인 인형은 아이 손에 장난감이 닿자마자 이를 되가져간다. 이런 행위가 3번 반복된 이후에 제3의 인형이 등장해 막대기로 5초 동안 다섯 차례씩 두 인형을 때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 뒤 커튼이 드리워지는데, 잠시 후 체벌을 가했던 인형이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두 인형을 더 때리겠다고 말하면서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싶으면 아이가 무대 한쪽에 있는 상자에 동전을 넣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돈을 지불하면 커튼이 걷히고 체벌이 행해지는 것을 계속 지켜볼 수 있으며,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커튼 뒤에서 체벌이 이어지는 소리만 듣는다. 이러한 체벌은 동전이 소진될 때까지 4회 반복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돈을 내면서까지 자신의 장난감을 돌려준 친사회적 인형과 돌려주지 않은 반사회적 인형이 매를 맞는 것을 계속 볼 것인지 아니면 그 돈을 내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스티커와 바꿀 것인지 스스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대부분 친사회적인 인형이 매를 맞으며 고통받는 것을 보지 않으려 했다. 그렇지만 반사회적인 인형에 대한 여섯 살 아이들의 반응은 매우 흥미로웠다. 이들은 좋아하는 스티커와 바꿀 수 있는 소중한 돈을 내면서까지 반사회적인 인형이 매를 맞는 것을 보려고 했으며, 이를 통해 기쁨을 느끼기까지 한다는 것이 얼굴 표정에서 드러났다. 반면에 네 살과 다섯 살 아이들은 이러한 행동을 보이지 않아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여섯 살 무렵에 생성된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먹이 준 사육사가 벌 받으니, 소리 지른 침팬지

연구팀은 침팬지에 대한 실험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17마리의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했는데, 8~38살의 수컷 침팬지 5마리와 8~37살의 암컷 침팬지 12마리가 참여했다.

이 실험에는 두 명의 사육사가 등장하는데, 한 사육사는 침팬지에게 정기적으로 먹이를 주고 다른 사육사는 침팬지의 먹이를 빼앗아간다. 그런 상황에서 제3의 인물이 등장해서 막대기로 두 사람을 각각 때리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 뒤 이들은 침팬지에게 보이지 않는 방의 다른 쪽으로 가서 계속 때리고 맞는 소리를 낸다. 아이들의 경우와 같이 침팬지는 싫어하는 사람이 벌을 받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일부러 노력해야 했다. 침팬지는 처벌 장면을 볼 수 있는 옆방으로 가기 위해 무거운 철문을 애써서 열어야 했다. 반면에 친근한 사육사가 벌을 받는 것은 보지 않으려 했으며, 심지어 이러한 상황을 앞에 두고 감정적으로 흥분된 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좋아하는 사육사가 벌을 받을 경우에는 침팬지의 18.75%가 철문을 열어 그 모습을 계속 지켜봤지만, 싫어하는 사육사가 벌을 받을 경우에는 50%가 철문을 열어 그 모습을 지켜봤다.

한 동물원에서 침팬지가 걸어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한 동물원에서 침팬지가 걸어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또한 좋아하는 사육사가 벌을 받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지른 침팬지가 싫어하는 사육사가 벌을 받는 것을 계속 지켜보기 위해 무거운 철문을 여는 경우가 57%로, 소리를 지르지 않았던 침팬지의 12.5%보다 훨씬 더 많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즉 친사회적 행위자가 벌을 받는 것을 보고 공감을 통해 고통스러운 반응을 보였던 침팬지들이 누군가가 마땅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더 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실험을 통해 여섯 살 아이와 침팬지는 공동체 내의 반사회적인 구성원이 처벌받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atacha Mendes, Nikolaus Steinbeis, Nereida Bueno-Guerra, Josep Call and Tania Singer. Preschool children and chimpanzees incur costs to watch punishment of antisocial others. Nature Human Behaviour (2017), DOI: 10.1038/s41562-017-0264-5

마용운 객원기자 ecol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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