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등을 막으려면 도시 어린이집 마당을 녹화해 아이들이 흙과 식물 등을 만지면서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돼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도시민은 과거보다 훨씬 깨끗한 환경에서 사는 데도 아토피와 알레르기 같은 질환은 더 늘어난다. 그 이유를 자연과 접촉이 줄면서 우리 몸의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생물다양성 가설은 설명한다.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이 옳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키 싱코넨 핀란드 자연자원연구소 연구원 등은 15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결과 이 가설대로 현대식 생활환경의 낮은 생물다양성이 우리의 면역체계가 교육받을 기회를 줄이고 결국 아토피, 알레르기, 당뇨, 만성 소화장애 등 면역 관련 질환이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녹화를 하기 전 핀란드 도심의 한 어린이집 마당. 맨땅과 포장된 바닥이다. 마리아 로스룬드 제공.
연구자들은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핀란드의 표준적인 어린이집 4곳의 3∼5살 어린이 75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맨땅이거나 포장된 어린이집 마당을 숲 바닥 같은 녹지로 바꾼 뒤 아이들 몸의 미생물군집과 면역체계의 변화를 살펴봤다.
녹화는 숲 바닥에서 보는 블루베리, 헤더 같은 작은키나무와 이끼 등을 심거나 잔디를 깔고 작물 재배 상자를 배치했다. 아이들은 주 5일 하루 평균 1시간 반 동안 이곳에서 식물을 심거나 자연 소재로 만들기를 하고 놀이를 즐겼다.
잔디와 관목 심기 등으로 녹화를 진행 중인 어린이집 마당. 마리아 로스룬드 제공.
연구자들이 마당 녹화를 한 어린이집과 하지 않은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와 토양속미생물군집을 조사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녹화한 마당에서 한 달이 채 안 되는 28일 동안 지냈지만 현저한 변화가 나타났다.
녹화한 마당에서 흙과 자연물을 만지기 시작하자 아이들의 피부에서 사는 프로테오박테리아가 매우 다양해졌다. 녹지와 접촉하지 않은 아이들에 견줘 특히 피부의 면역방어를 강화하는 감마 프로테오박테리아가가 훨씬 많아졌다.
장내 세균도 다양해지고 장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변화했다. 주 저자인 마리아 로스룬드 헬싱키대 연구자는 “녹지와 접한 도시 아이의 장내 미생물군은 매일 숲을 방문하는 아이들의 것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환경 미생물과 접촉하면서 몸의 미생물군집이 달라졌고 이것이 면역체계의 기능을 바꾸었다”며 “도시에 사는 어린아이의 생활환경을 조금만 바꾸어도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함이 드러났다”고 논문에 적었다.
녹화가 완성된 어린이집 마당. 마리아 로스룬드 제공.
이제까지 자연과 늘 접하는 농촌 아이들은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일어나는 질환에 덜 걸린다는 사실이 잘 알려졌다. 싱코넨 박사는 “농촌이 아니라 도시 환경에 자연의 다양한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질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에 적은 비용을 들여 농촌에서 사는 것과 같은 건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각종 면역질환에 시달리는 도시 어린이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 싱코넨 박사는 “도시의 어린이집은 모두 마당을 녹지로 바꾸어야 한다. 불과 한 달 만에 아이의 면역체계를 개선할 수 있을뿐더러 운동능력과 집중력을 높이고 자연과 가까워지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용 논문:
Science Advances, DOI: 10.1126/sciadv.aba2578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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