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벌레가 잎을 갉아먹고 있다. 생태적 삶을 지향하자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작은 생물들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골 마을로 이사 온 후, 2~3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긁적긁적. 우리 아이들과 뛰어놀던 같은 반 친구 현우가 자꾸 머리를 긁어댔다. 아이들 옆에서 나와 수다를 떨던 현우 엄마가 민망해져서는 현우를 불러들이고는 야단을 쳤다.
“어제 머리 안 감았니? 왜 자꾸 그렇게 긁어대?”
“아니에요. 감았는데도 자꾸 가려워요.”
현우가 얼굴이 발갛게 되어서 대답했다. 가까이 온 현우의 머리를 흘끔 보았다. 머릿속에 하얀 비듬 같은 것이 보였다. 더 가까이 오게 하여 자세히 본 순간!
“어머, 이게 뭐야. 머릿니가 있어!”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 소리쳤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후 처음이었다. 현우 엄마도 놀라서 현우를 붙잡고 약국으로 뛰어갔다. 나도 어쩐지 찝찝해져서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 머리를 감긴 후
촘촘한 빗을 구해 혹시 머릿니가 없나 확인했다. 우리 아이들은 다행히 옮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다음날 아이들 학교에서 대대적인 머릿니 소탕 작업이 벌어졌다. 혹시 반 친구들에게 옮겼을까 걱정한 현우 엄마가 선생님께 알려 모든 가정에서 확인 작업을 시작했다. 결국은 2명이 더 나왔다고 했다.
시골이라서 그런 걸까. 당시 시골 생활에 막 적응하기 시작했던 나는 뭐 이런 동네가 있나 싶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위생관리를 안 한다기엔 내가 아는 현우 엄마는 엄청 깔끔한 편이었다. 머릿니가 발견된 다른 두 아이네 집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한 아이는 아토피가 있어서 친환경 제품만을 골라 쓰는, 위생에 신중한 가정이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한바탕 소란이 지난 후, 몇 주가 흘렀다. 밤에 자려고 누운 둘째 아이가 자꾸 항문이 가렵다고 했다. 다음 날, 큰 아이도 웬지 항문 부위를 자꾸 긁는 듯한 모습이 이상했다. 아이에게 화장실에 가면 물을 내리지 말고 엄마를 부르라고 했다. 그랬는데….
“엄마! 으악, 징그러워!”
아니나 다를까. 아이의 변 속에서 하얗고 꼬물꼬물한 기생충 몇 마리가 보였다. 나는 화가 폭발하고 말았다.
“아니, 이 시골 학교는 아이들에게 흙이라도 먹게 하는 건가? 아니면
손 씻기 지도도 안 하는 거야? 얼마 전 머릿니에 이젠 기생충까지! 도대체 선생님은 위생교육을 하시는 거야, 아닌 거야?”
다음날 바로 학교로 찾아갔다.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말하고 위생교육을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드리자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말했다.
“어머니, 얼마 전 주방 선생님께서 김치를 담그시는데 참 힘드셨대요.”
“왜요?”
“유기농 배추를 사용하다 보니 배추 벌레가 많아서요. 씻고 또 씻었는데도, 계속해서 벌레가 나와서 일일이 손으로 골랐다고 하시네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이번 일과 무슨 상관인가요?”
“아시겠지만, 우리 학교와 마을 공동체에서는 지구와 자연을 지키기 위해 환경을 해치지 않는 농산물과 제품을 사용해요. 이 동네 많은 가정이 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 생분해되는 샴푸를 사용하고요. 그러다 보니 다른 학교보다 머릿니가 자주 돌아요. 그리고 화학비료나 약품을 사용하여 키운 농산물을 가급적 먹이지 않다 보니 간혹 기생충 앓이를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사실 그랬다. 이 동네에 오고 나서 우리 가족은 주변 이웃들의 행동 방식에 따라 환경에 해를 주지 않는 샴푸와 세제 등으로 살림제품을 모두 바꾸었다. 식재료도 유기농산물만 고집해 먹게 되었다. 사실 근본 원인은 그것이었다.
“그래. 머릿니도 기생충도 살 수 없는 독한 환경에서 어떻게 사람과 동물들이 살 수 있겠어.”
얘기를 나누고 나니 지구와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선생님께, 그리고 우리 동네 이웃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이란 때론 불편한 점도 감수해야 한다. 보다 많은 사람이 조금 불편하게 살면, 우리가 지키고 싶은 동물도 더 많이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삶은 어떠한 연구나 동물보호 운동보다 가치 있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을 바꾸어 환경이 살면 동물도 살아요 !
오염된 환경으로 인한 동물들의 피해는 어마어마합니다 .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보다 무서운 것이 가정에서 마구 사용하는 샴푸와 세제 등 화학제품에 오염된 하수예요 . 자연 친화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길러진 농산물에 사용되는 비료와 화학약품 , 농약으로 인한 토양 환경의 오염 또한 환경 파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
내 삶을 바꾸는 일은 간혹 원치 않는 머릿니 , 기생충 등과 의외의 동거를 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조금만 바꿔 생각해보면 작은 기생충조차 살 수 없는 지독한 제품들을 먹고 사용한다면 , 그것 또한 우리에게, 특히 아이들에게 좋은 것일까요 ? 조금만 불편해지면 , 동물도 살고 나도 사는 지구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