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삼형제굴 바위 앞 수심 10m 해저에서 촬영한 별불가사리와 그 위에 올라탄 가막베도라치.
독도에서 수중촬영할 때 내가 만난 모든 물고기는 그 존재의 익명성으로 인하여 하나같이 수수께끼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삼형제굴 바위 앞 10m 깊이의 바다 밑에 별불가사리가 앉아있었다. 배경으로 인상어 무리가 지나갔다. 잠깐, 자세히 보니 불가사리 위에 가막베도라치 한 마리가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이 작은 물고기에게 불가사리의 널찍한 등은 조류를 떼어먹는 바다 밑바닥과 다를 게 없다. 자연은 우리 눈에 비치는 것 이상이다.
척추동물인 물고기와 무척추동물의 극피동물인 불가사리는 종 자체가 다르고 먹이 습성도 전혀 다르다. 서로가 서로에게 낯설고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다. 별불가사리는 천천히 움직이면서 바닥 쓰레기를 청소하고 다니지만, 가막베도라치는 스스로 물속을 헤엄쳐 먹이를 찾는다. 어쩌다 우연히 만난 두 생물이지만 그들 각자는 나름의 족보와 역사가 있다. 모든 생물은 서로에게 타인이다. 이 서로 다름이 다양성이다.
가막베도라치(Enneapterygius etheostomus)는 한·중·일 그리고 대만, 베트남 등 북서태평양의 암반 해안에서 살아가는, 다 자라도 5㎝ 가량인 작은 물고기이다. 독도에선 연안 수심 10m 부근의 암반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암컷은 노란색 바탕에 6개의 수직을 이루는 암갈색 줄무늬가 있다. 위 사진은 수컷으로 검은색 바탕에 연한 갈색 줄무늬가 있다. 먹이는 소형 무척추동물과 해조류이다. 머리는 상하로 납작하지만, 몸 뒤로 갈수록 좌우로 납작해지며, 몸은 큰 비늘로 덮여있다. 옆줄은 두 개의 부분으로 구분된다.
별불가사리(Asterina pectinifera)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불가사리 가운데 하나다. 굴과 전복, 조개 등을 잡아먹어 양식장에서 아주 싫어하는 생물이다. 하지만 독도에서 그런 미움을 받을 이유는 없다. 독도 연안의 암반, 자갈, 모래 지역에서 살아간다. 이 종은 대부분 팔이 5개이며
몸 등 쪽의 색채나 문양에 변이가 심하나 전체적으로 푸른색이 강하게 나타나며, 배면은 주황색이다. 잘 발달한 관족으로 이동하며 먹이는 거의 모든 저서 유기물을 먹는다.
가막베도라치가 별불가사리 등에 앉는 모습은 처음 본 드문 광경이다. 왜 그랬을까. 해저로 착각했을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두 종 사이의 공생 관계라도 있는 것일까. 가막베도라치가 흔한 별불가사리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글·사진/ 김지현 국립 군산대학교 독도해양생물생태연구실·수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