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터가 경북 경주시 외곽의 양북면 장항리로 결정된 29일 한수원 노조원들이 서울 삼성동 본사 노조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마친 뒤 사무실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한수원 이중재 사장은 본사 터 선정 발표 기자회견을 앞두고 터 선정에 반대하는 노조원들과 대치하던 중 탈진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수원 본사 ‘경주 양북’ 이전 결정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가 옮길 곳이 우여곡절 끝에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로 결정됐다. 한수원은 29일 이런 내용의 본사 이전 터 확정내용을 발표하고 경주시에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장항리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건립 예정지인 봉길리와 같은 면에 있으며, 경주시가 지난 7월 한수원에 본사 이전 후보지로 최초 추천한 곳이다. 주민갈등 후유증에 한수원-시 조정능력 부족
결정안된 수조원대사업 싸고 다시 대결 우려 이전 터 확정 4개월여 표류=한수원의 발표는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특별법’에 따른 터 선정 마감 시한(2007년 1월1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나온 것이다. 한수원 본사 이전은 지난해 경주시가 방폐장을 주민투표로 유치하면서 얻은 인센티브 가운데 하나인데, 애초 정부와 한수원은 지난 8월 본사 이전 후보지를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부지 타당성 조사 미비 등에다 경주시의 동·서 주민들 사이 의견충돌로 4개월 넘게 표류해왔다. 이 과정에서 경주 시내권 주민과 양북·양남면, 감포읍 등 동경주지역 주민들 사이에 빚어진 갈등은 경주에 깊은 상처를 남겨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한수원은 최종적으로 양북면 장항리를 선택한 이유로, “인근에 원자력 시설이 밀집해 있는데다 상대적으로 도심 접근성이 양호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양북면은 방폐장은 물론,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이 예정되어 있으며, 인근 양남면에는 월성원전 1∼4호기가 가동중이어서 본사 이전 뒤 이 지역을 ‘원전 메카’로 키울 수 있다는 게 한수원 쪽의 설명이다. 한수원은 그러나 이전될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택 터는 경주 시내권에서 물색하기로 했다. 이중재 한수원 사장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본사 이전 부지 결정의 지연으로 경주시민에 상처를 남긴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한수원이 지역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경주시민의 마음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주로 본사를 이전하려면 도심권으로 할 것을 요구해온 노동조합 쪽은 민주적 논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본사 이전을 결정한 데 반발해,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회사 쪽의 기자회견을 무산시켰다. 이 사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본사 21층 회의실에 노조원들과 대치하던 중 오전 10시40분께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사장은 본사 이전 터 선정과 관련해 이날 새벽 3시께까지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 쪽은 “기자회견을 강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위치도
나기용 산자부 방사성폐기물팀장은 “방폐장 건립이 본격화하고 이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과정에서 경주 지역 내부 주민들 간 갈등은 한수원에서 풀기가 어렵다”며 “경주시가 좀더 적극적인 설득 노력과 갈등조정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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