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총장 직선제 사수를 외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현철 부산대 교수. 김봉규 한겨레 선임기자
부산대가 전국 국공립대 가운데 유일하게 직선 총장을 유지하는 데 불쏘시개 구실을 한 고현철 교수의 1주기 추모식이 17일 열린다.
‘고현철 교수 추모사업회’는 17일 오후 3시 부산대 장전동캠퍼스 인문관 옆에서 ‘고 고현철 교수 1주기 추모식’을 연다고 8일 밝혔다. 추모사업회에는 고 교수가 몸담던 부산대 인문대 교수와 교수회장, 보직교수, 학생 및 직원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추모식은 조강희 추모사업회장(부산대 인문대학장)의 개회사와 전호환 부산대 총장 및 유족의 인사로 시작된다. 추모식을 마친 뒤 참석자들은 고 교수가 스스로 몸을 던졌던 본관으로 이동해 헌화하고 묵념한다.
추모식에선 고 교수 추모 조형물도 제막한다. 조형물은 김정혜 부산대 미술학과 교수가 높이 2m의 청동으로 만들었다. 불꽃 모양의 새싹을 형상화해, 고 교수의 ‘불꽃’ 같은 뜻이 총장 직선제의 ‘새 생명’(새싹)을 틔웠다는 의미를 담았다. 추모공연에선 부산대 동문 성악가 박윤호 테너와 부산대 음악학과 남성 중창단이 헌창을 하고 강미리 부산대 무용학과 교수가 헌무를 한다.
부산대는 최근 유족 및 추모사업회와 협의해 1년 만에 고인의 연구실을 정리했다. 유족은 고인의 책 3000여권을 부산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부산대는 제1도서관 2층에 ‘고현철 교수 문고’를 만들고 17일 개소식을 연다. 개소식에선 시인이자 평론가로 활동했던 고인의 주요 저작물과 자필원고 등이 전시된다.
고 교수는 지난해 8월17일 부산대 장전동캠퍼스 본관 3층 국기게양대에서 ‘직선 총장 사수’ 등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 이에 간선제를 추진하던 김기섭 당시 총장은 사퇴했고 부산대는 학칙을 개정해 지난해 11월 정규직 교수 전체와 교직원·학생 대표가 새 총장을 직접 뽑았다. 간선제 방침을 고수하는 교육부는 여섯 달 만인 지난 5월에야 대통령에게 총장 임명을 제청해 임명받도록 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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