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은 한과 풀어야 할 숙제가 있지만 더 늦출 수 없어 열사를 하늘로 보냅니다.”
노조 탄압 중단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다 지난해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성기업 영동공장 노동자 한광호씨의 영결식 ‘노조파괴 없는 세상, 한광호 열사 민주노동자장’이 4일 충북 영동과 서울에서 열린다. 그가 숨진 지 353일 만이다.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한광호 열사 정신계승 충북공동행동 등은 한 열사의 한 많은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한씨는 1995년 스물한 살에 유성기업 영동공장에 입사해 전국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대의원을 세 차례 지내는 등 회사 쪽의 노조 탄압에 맞서오다 지난해 3월17일 새벽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한씨는 회사 쪽에서 5차례 고소·고발, 2차례 부당 징계를 받은 데 이어 세 번째 징계를 받았으며, 숨지기 이틀 전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연락을 한 뒤 세상을 등졌다. 그는 회사가 2011년 5월18일 직장폐쇄와 동시에 노조파괴에 나서자 온몸으로 맞서왔다.
그가 숨진 뒤 민주노총 등은 한광호 열사 투쟁대책위원회를 꾸려 노숙 농성, 단식 농성, 청와대를 향한 오체투지 등을 통해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노조파괴 피해 원상회복 등을 요구해왔다.
그 사이 한씨는 지난해 10월 산재 승인을 받았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지난달 17일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이 어용노조를 세우고 유성기업지회 탄압 등을 지휘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근로기준법 위반)를 인정해 징역 1년6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직장폐쇄 등 사건 발생 6년 만이다. 김기연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외협력국장은 “만족할 순 없지만 유 회장의 구속으로 한 열사의 한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게 됐다. 유족 등과 협의 끝에 장례를 더 늦출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등은 지난달 27일 한광호 열사 추모 주간을 선포하고, 지난 2일 영동병원 장례식장에 그의 분향소를 마련했다.
장례위원회는 3일 저녁 7시부터 한 열사를 추모하는 문화제를 연다. 이 자리에는 민족춤패 너울 등이 나서 한 열사의 넋을 달랜다.이어 4일 새벽 6시 영동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한 뒤 7시30분 그의 한이 서린 유성기업 영동공장에서 노제를 지낸다. 11시30분엔 협력업체로서 유성기업의 노조 탄압을 배후 조종한 것으로 의심받는 현대기아차의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영결식이 열린 뒤 한 열사의 유해는 충청지역 노동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충남 천안 홍산공원 묘역에 안장된다.
김 국장은 “이제 한 열사를 보내지만, 한 열사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그 어떤 사과와 책임도 지려 하지 않는 유성기업 사용자에게 책임 규명과 사죄, 노조파괴 원상회복 요구를 지속해서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