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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몸통 흔든 청년배당정책…‘헬조선’에 던진 화두

등록 2017-05-15 09:55수정 2017-05-15 11:06

[창간 기획]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배워라

“배당은 적선 아닌 재분배입니다”
복지에 소외됐던 청년들 반겨

서울·광주 이어 부산·대전 추진
문대통령 ‘청년구직수당’ 약속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보험에 미가입한 취업준비생(18~34살)에게 매달 30만원씩 최대 9개월 동안 지급하는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을 약속했다. 이 수당은 다음달 본격 시행을 앞둔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과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에서 비롯됐다.

박근혜 정부는 성남·서울시의 청년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제동을 걸었지만, 경기·광주·부산·대전 등의 청년복지정책으로 확산되고 있다. 청년배당(수당) 정책은 무상급식에 이어 꼬리(지역)가 몸통(대한민국)을 흔든 사례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이 시작한 무상급식은 보편적 교육복지로 자리잡았다. <한겨레> 창간 29돌을 맞아 경기 오산 일반고 고교생 진로탐색프로그램, 충북 영동 경로당 주치의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지방정부의 맞춤형 행정이 복지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자치 의미를 살리는 현장을 살펴봤다.

강남훈 기본소득 한국네트워크 이사장(한신대 교수)은 “지방분권 개헌 논의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조세권과 복지 지출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방정부와 협의 없이 정책을 집행해온 관행을 없애야 한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2010년 경기도 교육청에서 시작된 무상급식은 이제 보편적 교육복지로 자리잡았다. 기본소득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일정 자격을 갖춘 대상자에게 주는 것이어서 무상급식 처럼 포퓰리즘이란 비난만 받기 일쑤였다. 경기도 성남시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중인 청년배당정책은 수혜라는 인식 대신 사회적 자산의 재분배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에 점차 정착시키고 있다. 청년배당정책은 무상급식에 이은 지방정부의 대표적인 ‘위민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청년배당으로 제 인생이 엄청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유기견센터에서 데리고 온 강아지 ‘대박이’에게 좀 더 좋은 간식을 먹일 수 있었습니다. 또 라면에 계란도 넣어 먹을 수 있고, 가끔 삶에 지쳐 술 한 잔이 하고 싶을 때 안주도 곁들일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동 김아무개씨)

“배당은 적선이 아닌 재분배입니다. 또한, 배당은 소비에 대해 논하지 않습니다. 배당을 놓고 도덕적 해이를 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지에게 적선했더니 술이나 사 먹더라’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혜적 태도로 수혜자들의 도덕과 이후의 행위까지 결정짓고자 하는 행위는 자선일 뿐입니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안아무개씨)

2015년 10월 전국 첫 ‘청년배당’ 정책이 시행된 경기도 성남시에서 ‘뜻밖의 기본소득’을 얻은 청년들이 남긴 소감의 일부다. 인구 97만명인 지방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이 시행 1년여 만에 대한민국 대표 청년복지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비록 중앙정부가 딴죽을 걸어 헌법재판소까지 올라가 심판을 기다리고 있지만, ‘꼬리가 몸통을 흔든 정책’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은 2015년 10월1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남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3년 이상 사는 만 19~24살 청년에게 분기별 25만원, 연간 100만원씩 ‘청년배당금’을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로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당시 “기초연금이 한평생을 고생한 노인을 위한 ‘후배당’ 성격의 보상이라면, 청년배당은 앞으로 고생할 청년들에 대한 ‘선투자’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청년문제는 시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정부의 의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예상대로 청년배당은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보수진영은 “(2016년)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 시장은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65살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주겠다고 약속했다. 여당 대통령 후보가 하면 복지고, 야당 지방자치단체장이 하면 포퓰리즘이라는 이중 잣대를 들이미는 건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12월11일 “성남시 청년배당제도에 대해 검토한 결과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중앙정부 정책과 겹치는지 여부를 복지부 장관과 반드시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성남시는 중앙정부의 지나친 지방자치 훼손’이라며 12월28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청구소송을 낸 데 이어 2016년 1월20일 청년배당 사업을 강행했다.

지난해 성남지역 만 24살 청년 1만7426명이 모두 101억4700만원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받았다. 성남사랑상품권은 성남시 전통시장, 소규모 소매점과 음식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성남시는 올해에도 112억9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1분기 청년배당 대상자 1만1290명 가운데 1만482명에게 26억21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4월 청년배당을 받은 28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96.3%가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전국의 지방정부와 새로 들어선 중앙정부의 청년복지정책에 큰 영향을 끼쳤다. 대부분 구직을 조건으로 내거는 등 기본소득 개념의 성남시 청년배당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지만, 청년들의 실질적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향타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와의 갈등으로 17개월 동안 표류했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다음달부터 재개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사업은 지난해 8월 청년 2831명에게 첫 달 치 현금 50만원씩 지급하고 보건복지부가 ‘다른 정책과 겹친다’며 직권취소해 중단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대상자 선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4가지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했다’며 청년수당에 대해 ‘동의’ 의견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서울시는 다음달 19~29살의 서울시민 5천명을 선정해 최대 6월까지 다달이 50만원을 지급한다.

경기도는 오는 7월부터 만 18~34살 미취업 1200명에게 ‘청년구직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광주시는 ‘광주형 청년수당’ 사업을 시행하는 한편, 부산시와 대전시·경북도는 일정 자격을 갖춘 청년들에게 취업지원카드를 지급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년배당을 본뜬 ‘청년구직촉진수당’을 도입하기로 약속했다. 고용보험에 미가입한 취업준비생(18~34살)을 대상으로 중앙·지방정부의 공공고용 서비스 참여로 자발적 구직활동을 증명하면 매달 30만원씩 9개월 동안 수당을 준다는 내용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국 24살 미만 청년은 66만5천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면 6600억원가량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 22%로 인하된 법인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25%로 인상하면 연평균 4조6천억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청년배당의 전국적 시행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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