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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6·15 사과’ 열리는 민통선 안 마을 “대남방송 안하니 살맛”

등록 2018-05-11 05:01수정 2018-05-11 16:53

[접경지에 부는 평화의 바람] ③ 경기 장단반도

‘연천 포격사건 땐 전쟁 나는 줄…’
남북관계 악화에 불안·긴장 커
트랙터 몰고 가 전달살포 막기도
평화염원 담아 ‘6·15 사과원’ 활짝
“관광객 늘고 음식점 매출 늘어
남북 주민들 자유롭게 오갔으면”
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에 처음 사과밭을 조성한 ‘임진강 6·15 사과원’ 전환식 대표. 박경만 기자
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에 처음 사과밭을 조성한 ‘임진강 6·15 사과원’ 전환식 대표. 박경만 기자
“남북 정상회담 이후 민통선 땅값이 급등했다고 부산을 떠는데 부동산 업자와 외지인이나 그런데 관심을 갖지 정작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신경도 안 써요.”

2003년,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에 처음으로 사과밭을 조성한 농민 전환식(68)씨는 “땅값이 많이 올랐겠다”는 <한겨레> 기자의 인삿말에 손사래를 쳤다. 지난 8일 그가 운영하는 약 3만㎡ 규모의 ‘임진강 6·15 사과원’에는 3천여 그루의 사과나무에 봄 기운을 가득 머금은 하얀 꽃이 피어있었다. 사과밭 이름을 ‘임진강 6·15’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 그는 “분단의 상징인 이곳에 남북 평화의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민통선에서 20여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전씨는 2015년 파주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사고와 연천 포격사건이 발생했을 때 ‘진짜 전쟁이 일어날 수 있겠다’는 불안한 마음이 처음 들었다고 한다. 전씨는 “이제 세상이 바뀌어 마음이 편해졌다. 이제 군인이 민간인의 민통선 출입을 통제하는 분단 적폐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민간인출입통제선인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마을에서 운동복을 입은 주한미군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지난 8일 민간인출입통제선인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마을에서 운동복을 입은 주한미군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박경만 기자
이날 민통선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가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로 대북·대남 방송 중단과 관광객 급증을 꼽았다. 통일촌 마을(백연리) 이완배(65) 이장은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계속되는 대남방송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조용해서 살만하다. 관광객이 몰려 마을에서 운영하는 농산물 직판장과 음식점 매출이 2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민통선 안 주민들은 2015년 연천 포격 때 농번기철인데도 논밭에 나가지 못하고 대피소에서 며칠간 밤을 지내는 등 남북관계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그래서 2014년엔 탈북자단체가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잇따라 날리고, 북이 전단 날리는 곳을 조준 사격하겠다고 위협하자 주민 100여명이 트랙터를 몰고 나가서 전단 날리기를 저지하기도 했다. 통일촌 마을은 임진각에서 북쪽으로 2㎞가량 떨어져 있다. 이씨는 “전단을 살포하면 주민들은 대피소에 갇혀 있어야 하고 관광객의 발길도 끊긴다. 금세 죽은 마을이 되고 말아요. 모처럼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북을 자극하는 전단 같은 것은 더이상 뿌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분단의 현장을 보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박경만 기자
남북정상회담 이후 분단의 현장을 보기 위해 경기도 파주시 장단반도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박경만 기자
파주 통일촌 마을은 1973년 실향민 40가구와 제대 군인 40가구 등 80가구로 이스라엘 키부츠를 본따 낮에는 일하고 유사시에는 전투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만든 전략촌이다. 지금은 192가구 463명이 거주하고 있다. 장단반도에는 통일촌 말고도 대성동 마을(조산리)와 해마루촌(동파리) 등 3개 마을에 총 778명(303가구)이 쌀, 콩, 인삼 등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이 곳엔 장단반도에 살다가 6·25전쟁 뒤 임진강 남쪽으로 강제 이주당한 사람들이 정착했다. 지금은 1세대들은 많이 돌아가고 2세대가 대부분이다.

장단출장소와 통일촌 마을 식당 등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체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선희 마을 부녀회장은 “솔직히 (북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 완전히 믿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당장 통일은 어렵더라도 지금처럼 평화롭게 지내면서 남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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