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홍수 속에 속초중앙시장 닭강정이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닭강정으로 업종 전환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닭강정 가게가 2㎞ 안에서만 85곳이나 된다. 사진은 속초중앙시장 닭강정 가게 인근 모습.
“왜 다들 닭강정만 찾아. 순대도 좀 먹어봐.” 14일 낮 한 상인이 속초중앙시장(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들어서는 손님들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속초중앙시장 ‘만석닭강정’은 시장과 주변 상가 지도를 바꿨다. 이 가게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 5년새 시장 많은 가게들이 닭강정으로 업종을 바꿨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속초 중앙시장 닭강정’을 검색하면 중앙시장 인근 2㎞ 안에서만 85곳이나 된다. 10년 전만 해도 건어물과 젓갈, 생선 옷과 신발까지 온갖 물건을 팔던 속초 시장 업종지도는 닭강정과 씨앗 호떡 등 유행하는 먹거리가 휩쓰는 먹자골목처럼 변하고 있다. 속초시청 시장활성화팀의 황병록 주무관은 “닭강정이 인기를 끌면서 인근 상점들도 닭강정으로 업종을 바꾸는 추세다. 임대료가 오르다 보니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보통 500원 하는 호떡이 여기선 1200~1300원, 처음엔 9000~1만원 하던 닭강정이 지금은 1만8000원에서 2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관광객 홍수 속에 속초중앙시장 닭강정이 인기를 끌면서 너도나도 닭강정으로 업종 전환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닭강정 가게가 2㎞ 안에서만 85곳이나 된다. 사진은 속초중앙시장 닭강정 가게 인근 모습.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목 좋은 에이(A) 등급 상가는 임대료가 두배나 뛰었다. 심영호 속초중앙전통시장상인회장은 “닭강정 등 관광객들에게 소문이 난 가게는 돈을 쓸어 담지만 신발과 옷 등 다른 가게는 매출은 예전만 못한데 임대료만 오른 곳도 있다. 내가 지금 하는 건어물 가게도 매출이 꼬꾸라져 떠나야 할 처지지만 가게를 갖고 있으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만석닭강정’이 위생불량으로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국에서 화제가 되자 시장엔 근심이 번졌다. 20여년 동안 이곳서 생선가게를 하고 있는 김희정(52)씨는 “속초중앙시장이 닭강정 덕분에 유명해지고 활성화됐는데 이번 사건으로 관광객의 외면을 받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관광객 홍수 속에 강릉 안목 커피거리의 커피전문점 30여곳 가운데 8곳 정도가 프랜차이즈로 채워졌다. 인근 횟집들도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업종 전환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안목 커피거리 모습.
인근 바닷가인 강릉 안목해변도 상전벽해다. 안목해변은 원래 횟집 인근에 늘어선 커피 자동판매기로 유명했던 곳인데 특색있는 커피전문점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커피거리'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안목해변이 커피로 뜨자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까지 손길을 뻗쳤다. 안목해변 커피숍 30여곳 가운데 8곳 정도가 프랜차이즈 커피숍 분점이다. 안목해변에서 만난 한 커피전문점 주인은 “횟집 사장님들도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뛰어들고 있다. 가격·물량 공세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안목 커피거리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영주 강원연구원 문화관광연구부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잣대로 관광객의 양적 성장만 강조하는 것은 다양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속초·강릉의 획일화되고 있는 상권에 프랜차이즈 등 거대 자본까지 들어오면 시장 생태계가 망가지고 결국엔 영세 업체들의 타격이 우려된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도 양보다는 질적인 관광을 우선시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광객 홍수 속에 강릉 안목 커피거리의 커피전문점 30여곳 가운데 8곳 정도가 프랜차이즈로 채워졌다. 인근 횟집들도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업종 전환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안목 커피거리 모습.
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