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8월31일 오전 인천광역시 강화군 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뚜르 드 디엠지(Tour de DMZ) 2018 국제자전거대회' 개막식에 앞서 어린이와 자전거 안전모 착용 체험을 하고 있다. 행전안전부 제공
‘탁상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법안이 다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정책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김부겸 장관이 국회에 도로교통법 재개정을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완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요즘 가끔 언론에 나오는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도 행안부 소관이다. 착용이 의무지만, 미착용했다고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라며 “탁상행정이라고 저희 행안부까지 욕을 먹지만, 국회가 조만간 법을 좀 손봐주시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사실상 국회에 법 재개정을 요청한 것이다. 김 장관은 “법대로 하면 서울의 ‘따릉이’ 같은 공용 자전거를 탈 때도 헬멧을 써야 한다. 이때 ‘헬멧은 누가 준비해야 하는가?’ 등 논란이 많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행안부 관계자도 “지난 주에 김 장관이 공무원들에게 직접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나눴다. 모두 공감했다”면서도 “시행도 되지 않은 법을 정부에서 먼저 고쳐달라고 하는 것은 과도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나서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인 경찰청 관계자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큰 만큼 필요하다면 수정해야 한다. 대안을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법률 재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동네에서 가까운 곳을 이동하는 데도 안전모를 써야 한다면 비현실적이지 않은가”라며 “그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주변의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꼼꼼히 살펴본 뒤 재개정 발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호 민주당 의원도 “김 장관의 말에 공감한다. 실제 자전거 이용자와 동호인들이 불편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조금 더 이야기를 듣고 재개정을 검토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은 2016년 10월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자 자전거 단체나 자전거 운전자들은 강하게 비판해왔다. 이들은 “동네에서 자전거 탈 때도 안전모를 써야 하나”, “공공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안전모를 들고 다녀야 하나”, “다른 사람의 땀에 젖은 공공자전거 안전모를 함께 써야 하나” 등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히 자전거 안전모 의무화 규정이 전기자전거를 일반자전거로 바꾸는 과정에서 엉뚱하게 따라온 규정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용자들의 비판은 더욱 커졌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이런 문제점이 지적됐는데도 이 법률안이 그대로 통과됐다는 점도 자전거 운전자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그러나 행안부나 경찰청은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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