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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민호 사망 원인 밝혔다면 삼다수 사고 없었을 것”

등록 2018-10-23 14:58수정 2018-10-23 15:31

고 이민호군 아버지, 빈소 찾아 유족 위로
“민호 숨진 지 1년…아직도 원인 안 밝혀져”
개발공사 “원인 규명 협조, 대책위 구성” 사과문
민주노총·정의당 “유사업체 전수조사해야” 요구
지난 20일 제주 삼다수 공장에서 숨진 김아무개씨의 빈소가 마련된 제주 서귀포시 한 장례식장.
지난 20일 제주 삼다수 공장에서 숨진 김아무개씨의 빈소가 마련된 제주 서귀포시 한 장례식장.
“1년 전 우리 민호가 목숨을 잃은 뒤 목이 터져라 진상규명을 외쳤지만 아무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사고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한 가정의 가장이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지난 22일 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56)씨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과 분노가 함께 묻어났다. 고교 3학년이었던 이군은 지난해 11월9일 제주의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몸이 끼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씨는 이날 제주 삼다수 공장에서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37)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귀포의료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교육청과 고용노동부는 물론 청와대 앞에까지 나가 시위를 벌였던 이씨는 이번 사고를 ‘인재’라고 규정했다. 이번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다고 느낀 이씨는 직접 빈소를 방문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씨는 “삼다수를 운송하는 일을 했던 적이 있어 삼다수 공장의 노동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민호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지 1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사고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사고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고 다른 공장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주도개발공사는 23일 회사 누리집을 통해 “제주 삼다수 공장에서 직원이 목숨을 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데 대해 유가족, 도민과 고객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개발공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원인 규명을 할 수 있도록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예방대책 강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개발공사는 또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고수습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사고수습 등 필요한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거듭 사과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2월 서귀포시 남원 하수펌프장에서 질식사고로 공무원 1명이 숨진 데 이어 또다시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원희룡 도정이 직접 책임을 갖는 곳에서만 2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원 지사는 노동재해에 책임지고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원 지사에게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고용노동부에는 제주 삼다수 공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정의당도 “지난해 현장실습생이 숨진 사고가 있었는데 불과 1년 만에 똑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제주도를 대표하는 공기업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유사업체의 전수조사를 통해 위험요소를 방지하고 안전수칙을 재점검해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결혼해 생후 100일이 갓 지난 딸을 둔 김씨는 지난 20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 제주 삼다수 공장에서 작동을 멈춘 제병기를 고치려다 몸이 끼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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