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당 대표 시절 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 제3165부대를 방문해 장갑차를 타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포/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하영 김포시장은 지난 26일 한민족 디아스포라 포럼 개회사를 통해 “일부 사람은 ‘평화가 밥 먹여주느냐’고 묻지만,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에 한강하구에 김포의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민족 디아스포라 포럼에서는 한강하구가 민간에 개방될 경우 군 경계태세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대비태세가 갖춰져 있어 큰 우려가 없다”는 전문가의 설명이 나왔다.
지난 9월 남북이 평양에서 합의한 한강하구 공동이용에 대해 보수 쪽에서는 ‘북한이 6·25전쟁과 같은 기습공격을 할 경우 위험해진다’고 주장한다. 한강하구 각종 장애물과 경계초소를 없애고 군부대 배치를 조정해 경계태세가 느슨해진 틈을 활용하여 북한군이 한강에 기습 도하할 경우, 김포반도를 거쳐 남방에서 서울을 일거에 포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펴는 쪽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프랑스 방어요새 마지노선을 우회해 프랑스를 기습 공격한 아르덴 지역에 비유하여 김포를 한국의 아르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강하구 공동이용 세션’ 토론자로 나선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먼저 한강하구 공동이용이 “북한군 기습 위협을 감소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강하구 공동이용이 이뤄지면 김포반도 강 건너 맞은편인 북한 관산반도에 배치된 북한군 주요 부대가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남북협력이 군사 위협을 줄인 사례로 개성공단 터에 있던 북한 전차부대, 장사정포 부대가 개성공단이 들어서자 송악산 이북으로 북상한 경우를 들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군의 김포 기습도하 우려에 대해 “김포는 썰물 때 개펄이 넓게 드러나 상륙작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강하구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김포에서 촬영한 한강하구 중립수역 모습. 박경만 기자
김포가 한국의 아르덴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김포와 아르덴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게 김 연구위원 설명이다. 1936년 프랑스는 독일의 공격에 대비해 프랑스-독일 국경선에 철벽 요새(마지노선)를 지었지만, 벨기에-프랑스에 걸쳐 있는 아르덴 산림지대엔 정예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1940년 5월 독일은 마지노선을 우회해 방어태세가 허술한 아르덴 지역으로 기습해 전차부대 등을 앞세운 전격전을 벌여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냈다.
김 연구위원은 “2차대전 때 프랑스는 숲이 울창한 아르덴에서는 독일군의 부대 기동이 어려워 독일의 공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사실상 비워두었다. 현재 김포에는 해병대 등이 대비태세를 잘 갖추고 있다. 김포와 아르덴을 같은 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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