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지난 5일 국내 제1호 영리병원을 허용하면서 내국인 진료 금지 등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준 것과 관련해 해당 영리병원이 이런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리병원 쪽은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와 녹지국제병원 쪽의 말을 종합하면, 이 병원은 제주도가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안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내주면서 내건 ‘조건’에 대해 곧바로 제주도에 공문을 보내 이의를 제기했다. 영리병원에서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고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녹지국제병원 쪽은 “‘내국인 진료 금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우리 의견이 무시됐다.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 허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행정소송 제기 등)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리병원 쪽이 ‘내국인 진료 금지’를 놓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 금지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는데다, 외국인만을 상대로 진료를 하면 이 병원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병원과 병원 피고용자들을 볼모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내국인 진료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공공성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의 건강보험 체계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실제로 제주도는 2016년 발행한 자료에서 ‘녹지국제병원은 해외 의료 관광객을 주로 대상으로 하지만 내국인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 바도 있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 근거가 되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도 외국인만 대상으로 한다는 제한 조항은 없다. 또 의료법 제15조에는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어 사실상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기 어렵다고 보건의료단체들은 보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 5일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주면서 “내국인의 이용을 엄격히 금지하겠다.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감독해 조건부 개설 허가 취지와 목적을 위반하면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하겠다”고 밝혔다.
허호준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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