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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같은 ‘완전범죄’ 꿈꿨나…이희진 부모 피살, 커져가는 의문들

등록 2019-03-19 14:22수정 2019-03-19 20:37

중국 동포 인터넷으로 모집해 범행 모의
돈 가방 든 부부 집앞에서 기다렸다 급습
치밀했지만 허술한 뒷처리…꼬리 무는 의문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3)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5억원을 훔친 혐의(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김아무개(34)씨 일당의 범행 수법은 영화를 방불케했다. 국외도피가 비교적 용이한 중국동포를 인터넷으로 모집해 범행을 모의하고, 현금을 든 부부를 미리 기다렸다 급습해 강도살인을 저지른 뒤 완전범죄를 꿈꿨기 때문이다.

■범죄의 재구성
19일 경기도 안양동안경찰서 등의 말을 종합하면, 주범 김씨는 지난달 초 인터넷으로 ‘경호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올려 중국동포 ㄱ씨 등 3명을 모집해 지난달 18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만났다. 김씨는 한국에 살며 중국을 오갔던 중국동포들과 범행을 모의한 뒤 지난달 25일 오후 3시51분 이희진씨 부모 집을 찾아 잠복했다. 이들은 15분 뒤 이씨의 아버지(62)와 어머니(58)씨가 들어오자 작전을 펼치듯 급습했고 곧바로 흉기 등을 이용해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살된 부부는 이날 작은아들(31)이 고급 수입외제차를 팔아 맡긴 현금 5억원을 이들에게 빼앗겼다.

이씨 부모의 주검을 각각 장롱과 냉장고에 유기한 일당 가운데 중국동포 3명은 범행 당일 오후 6시10분쯤 아파트를 빠져나가 이날 밤 11시51분께 중국 칭다오로 가는 비행기로 달아났다. 달아난 이들은 오래 전부터 서울·인천, 경상도 등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1명은 국내에서 가정을 꾸린 것으로 밝혀졌는데, 가족들은 범행 전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범 김씨는 이후 범행 당일 현장을 정리하기 위해 아파트에 하루 더 머물렀고, 친구 등 지인 2명을 추가로 불렀던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들 김씨의 지인들은 20분 만에 아파트를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10시께 이삿짐센터를 불러 이씨 아버지의 주검이 들어있는 냉장고를 경기도 평택의 한 창고로 옮겼다. 이곳은 김씨가 범행 다음날 보증금 1500만원, 월세 150만원을 주고 임대하기로 한 창고였다. 그러나 김씨는 지난 17일 오후 3시17분께 경기도 수원시 한 편의점 앞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 동생의 신고로 지난 16일 주검을 발견한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녹화영상을 정밀분석해 김씨를 검거한 것이다.

■치밀했지만 허술한 범행 속 의문 투성이
범행을 비교적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경찰 수사 착수 하루 만에 붙잡힌 김씨의 행적을 두고 의문은 커져만 가고 있다. 우선, 피살된 부부가 사건 당일 갖고 있었던 5억원의 돈 가방은 이희진씨의 동생이 이들의 범행 당일 고급 수입외제차인 ‘부가티’를 15억원에 판 돈 중 일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씨의 동생은 사기 등의 혐의로 형과 함께 구속됐다가 지난해 11월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난 상태다.

김씨 일당이 금품을 노렸다면 이런 거액의 흐름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차량을 판 돈을 이씨 부모가 현금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차량 판매 과정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한 김씨가 이들 부부를 살해하고도 이씨 아버지 주검만 평택 창고로 옮겨 보관해 온 점에 대해서도 의문이 인다. 통상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주검을 유기하기 위해 암매장 등의 수법을 쓰지만, 김씨는 주검을 3주 가량 냉장고 안에 넣어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주검 1구만 다른 장소로 옮긴 것은 남편이 부인을 살해한 뒤 돈을 갖고 달아났다는 정황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주검을 아예 없애지 않은 점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경찰은 김씨가 검거된 지 이틀이 되도록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범행동기와 현금의 출처를 알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달아난 중국동포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 후 국내 송환 요청 등 국제 사법공조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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