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차 없는 청사’ 실험을 시작했다. 지난 7일 충북도청 본관 앞에 차들이 주차돼 있지만 8일 오전엔 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충북도는 오는 12일까지 주차 공간을 폐쇄하고 차 없는 청사를 시범 운영한다. 오윤주 기자
충북도의 ‘차 없는 청사’ 실험이 시작됐다.
8일 충북도청 주차장은 비었고, 정원에선 ‘희망의 나라로’ 등 노래·연주가 울려 퍼졌다. 도청 주차장이 폐쇄돼 자차 출근이 막힌 직원들은 대중교통·관용 셔틀버스 등을 이용해 출근했다. 외부 주차장이나 도청 주변 주택가 등에 주차하기도 했다. 일부 직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날 아침 충북도청 본관, 신관, 서관, 동관 등 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민원실 옆에만 20여대가 주차됐다. 이날부터 12일까지 ‘차 없는 청사’를 시범 운영하는 충북도는 청내 주차 공간 377면 가운데 민원실 옆 등 106면만 남기고 주차 공간을 폐쇄했다.
도청 직원(1300여명)은 이날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출근했다. ‘차 없는 청사’ 시행을 앞두고 충북도가 대안으로 내놓은 관용 버스 출퇴근 셔틀은 23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동남지구 발 버스는 김영환 충북지사 등 6명, 양촌 발 버스는 8명, 석곡 발 버스는 4명이 이용했다. 복대동 발 버스는 1명이었고, 용암동과 봉명동 발 버스는 이용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청주무심천 주차장에서 도청까지 3차례 왕복 운행한 버스 이용 직원은 4명이었다.
아침 8시30분께 동남지구 아파트 단지에서 버스를 탄 김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출근하느라 힘드셨죠. 제가 의욕이 앞서다 보니 여러분을 힘들게 해드린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조금만 참고 도와주면 문화가 아름다운 도청을 만들어 보겠다”고 썼다. 고영대 충북도 총무팀장은 “셔틀버스 이용이 적은 것을 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카풀 등으로 출근한 직원이 많은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범우 충북도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애초 직원들의 주소·이용시간 등을 파악해 셔틀을 투입해야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데 급조해 임의대로 버스를 투입하다 보니 노선도, 시간도 맞지 않아 이용하기 어려웠다. 이날 아침 주차 실태조사를 해 보니 도청 주변 주택가, 유료 주차장 등에 차가 빼곡했다. 도청 차를 빼 도청 옆에 세운 꼴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도청 주변 외부 주차장도 도청 차로 가득했다. 충북도는 고질적인 주차난으로 평소에도 도청 주변 영화관 등 외부 주차 공간 315면을 임차해 사용했는데 이번 ‘차 없는 청사’ 시행을 앞두고 155면을 추가 임차했다. 추가 임차 공간은 ‘차 없는 청사’ 시행과 상관없이 올 연말까지 활용할 참이다.
‘차 없는 청사’ 실험 시행 첫날인 8일 낮 충북도청 정원에서 깜짝 음악회가 열렸다. 충북도청 직원 등이 연주를 관람하고 있다. 오윤주 기자
‘차 없는 청사’ 실험은 “도청을 문화공간으로 바꾸라”는 김영환 지사의 지시로 시행됐다. 충북도립교향악단은 이날 낮 12시30분께 도청 정원에서 깜짝 음악회를 열었다. 한 직원은 “차 없는 도정에서 모처럼 연주·노래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지만, 다른 직원은 “정원에서 음악회를 하는데 굳이 주차 공간을 비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충북도청 공무원노조는 ‘차 없는 청사’ 시범 운영이 도청 주차난 해소를 위한 공론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범우 충북도청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충북도가 주차타워 건립을 장기과제로 제시한 만큼 도청 주차 문제 해소를 위한 공론의 장이 서길 기대한다. 분명한 주차 대책이 서지 않으면 ‘차 없는 청사’ 무기한 반대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