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호 교사가 28일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 결정을 앞두고 진상 규명 기대감을 밝히고 있다. 그는 당시 노태우 정권이 전교조 와해를 위해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오윤주 기자
노태우 정권 때 ‘북침설 교육 조작 사건’에 휘말려 ‘빨갱이 교사’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온 강성호(58·청주 상당고) 교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이 시작된다. 1990년 대법원에서 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지 꼭 30년 만이다.
청주지법은 30일 오후 3시30분 621호 법정에서 강 교사의 국가보안법 위반죄 재심을 개시한다고 28일 밝혔다. 강 교사는 지난해 5월 청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같은 해 11월 재심을 결정했다. 법원은 “당시 충북 제천경찰서 대공과 소속 수사관들이 강 교사를 강제 연행해 31시간 동안 구금한 것은 직권을 남용한 불법 체포·감금죄에 해당한다. 수사 관여 경찰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으로 형사소송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강 교사는 1989년 5월24일 제천 제원고(현 제천디지털전자고)에서 수업을 하다 강제 연행돼 수감됐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6·25는 미군에 의한 북침이었다”고 말하고, 틈틈이 북한을 찬양·고무했다는 국가보안법 위반죄가 그에게 적용됐다. 교단에서도 쫓겨났다. 1999년 9월 해직 10년4개월 만에 복직됐고, 2006년 7월 민주화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북한 바로 알기 운동의 하나로 북한 실상을 보여준 것은 북한을 찬양·고무한 게 아니다”라며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했지만 누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강 교사는 “초임 2개월 때 전교조 전신 전국교사협의회에 가입해 학교의 부당 잡부금 징수 거부, 학교 민주화 등을 주장했는데 교장이 용공·의식화 교사라는 누명을 씌워 고발했고, 경찰·언론 등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사건을 조작했다. 전교조 와해를 위한 희생양이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강 교사를 ‘좌경 용공 교사’로 내몬 결정적 증거는 ‘6·25는 미군에 의한 북침이었다’는 학생 6명의 진술이었다. 이들은 강 교사가 수업 때 이런 내용을 말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6명 가운데 1명은 당시 결석 중이었고, 제원고 2·3학년들은 이들 학생의 증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으로 교내 집회를 열어 진상 규명까지 요구했다.
강 교사는 “북침설은 완벽한 조작이다. 학생 600여명이 아니라고 하는데도 재판부는 몇몇 강요된 허위 진술만 받아들였다. 지금 이들 학생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진실을 밝히고 함께 무거운 짐을 벗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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