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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번호판 휴지로 가린 꾀에 걸려…‘기부천사’ 성금 절도범 검거 사연

등록 2019-12-31 11:04수정 2020-01-01 02:40

결정적 제보자에게 표창장 수여키로
용의 차량 번호 메모지 경찰에 전달
손 쉽게 추적…6천여만원 모두 회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할 예정
성금을 절도범한테서 회수한 돈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12다발과 수백개의 동전이 든 저금통이 들어있었다. 논산경찰서 제공
성금을 절도범한테서 회수한 돈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12다발과 수백개의 동전이 든 저금통이 들어있었다. 논산경찰서 제공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의 절도 피의자는 차량 번호판을 휴지로 가린 자기 꾀에 걸려 검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한 주민에게 표창장을 주기로 했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31일 “노송동주민센터 주변 주민 제보로 쉽게 용의차량을 특정하고 추적에 나설 수 있었다. 차량번호가 적힌 메모를 준 주민에게 범인 검거 유공 표창을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보자는 하루 전인 30일 오전 10시37분께 성금 절도 신고를 받고, 노송동주민센터에 출동한 형사들에게 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번호가 담긴 메모지를 줬다. 당시 제보자는 “지난주부터 동네에서 보지 못한 차가 주민센터 주변에 계속 세워져 있었다. 아침에 은행에 가는데 차량번호판이 휴지로 가려져 있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경찰에 전했다.

경찰은 이 차량을 추적해 용의자들이 충남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하고 충남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했고, 범행 4시간30여분 만에 고교 선후배 관계인 ㄱ(35)씨와 ㄴ(34)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들이 훔쳐 간 성금 6016만2310원도 모두 되찾았다. 성금은 5만원권 지폐 100장을 묶은 다발 12개와 수백개 동전이다.

전주완산서 관계자는 “주민과 주민센터 직원의 진술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됐다. 피의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이후에 구속영장 신청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일 얼굴 없는 천사가 성금 6천여만원을 놓고 갔다는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주변 희망을 주는 나무. 전주시 제공
지난 30일 얼굴 없는 천사가 성금 6천여만원을 놓고 갔다는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주변 희망을 주는 나무. 전주시 제공

경찰은 “피의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얼굴 없는 천사가 해마다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가 올 시기를 예상해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잠복까지 하는 등 치밀한 작전을 세워 범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한 관계자는 “돈이 필요해서 성금을 훔쳤다고 진술하는데,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는 피의자 중 1명이 직업이 없는 다른 1명에게 범행을 제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제보자의 신원이 밝혀지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직업이나 주소지를 언급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덧붙였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는 “경찰로부터 돈을 넘겨받으면 과거에 했던 것처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한다. 관내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어려운 이웃 200명 가량을 추천하고, 초·중·고 학생 20명에게도 천사장학금(각 40만~100만원)을 주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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