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신부’ 꿈꿔…낙태·이혼 반대…사형제 폐지 주장
정진석 추기경은 1931년 12월 서울 수표동에서 태어나 명동성당에서 유아 세례를 받았다. 친외가 모두 독실한 천주교인 집안에서 자란 정 추기경은 50년 서울대 공대 화학공학과에 입학해 발명가의 꿈을 키웠다. 6·25를 겪으며 인간이 생명을 파괴하는 현실에 충격을 받아 사제의 길을 걷기로 하고 가톨릭대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61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70년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 대학원에서 교회법을 공부했고, 98년 서울대교구 교구장, 평양 교구 교구장 서리에 임명됐다.
정 추기경은 청년 시절 ‘과학자 신부’의 꿈을 품었을 만큼 과학·생명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우주의 질서, 생명의 신비 등에 관심을 기울여 2003년 <우주를 알면 하느님이 보인다>(가톨릭출판사)는 책도 펴냈다. 22권의 교회법 관련 책을 낸 교회법 권위자이기도 하다.
좌우명은 ‘옴니버스 옴니아’(모든 이에게 모든 것)다. 평생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며 약한 이들에게 정성을 쏟겠다는 서원이라고 한다. 불을 밝게 켜지 않으며, 이면지를 자주 사용하는 검약한 성직자로 알려졌다. ‘나눔’을 중요하게 여겨 청주교구 교구장 시절 오웅진 신부가 일군 ‘꽃동네’ 설립과 운영에 큰 도움을 주었다. 어머니가 임신했을 때 “엄마 나 주교됐어” 하며 달려드는 태몽을 꾸었는데, 지난 70년 주교 임명사실을 알리자 어머니가 크게 놀랐다는 얘기가 교단에 널리 퍼져 있다.
말수가 적은 편이지만 민감한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교단의 견해를 충실하게 대변해 왔다. 생명·가정·사학법 문제에 분명한 소신을 지니고 있으며, 사형제도 폐지, 태아 생명 보전, 반전·반폭력도 관심사다. 특히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는 “배아도 인간 생명”이라며 완강한 반대 견해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서울대교구 안에 ‘생명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결혼과 가정 문제는 다소 보수적 시각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가정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낙태 시술을 반대해 자기 결정권을 주장해온 여성계와 갈등을 빚을 여지도 있다. 교황청 기구인 가정평의회 위원으로도 오래 활동해 왔다. 사학법 개정안 논란이 일 때 전교조 교사들의 학교 이사회 영입에 부정적 견해를 내비치며 사립학교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론을 편 바 있다. 대주교 재임 기간에 평양 땅을 밟으려는 숙원을 품었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평양교구장서리로 임명된 뒤부터 지금까지 매일 북녘을 위한 묵주 기도 한단을 바쳐왔다고 한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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