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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황해문학‘ 통권 50호 낸 김명인 주간

등록 2006-02-24 17:15수정 2006-02-24 18:00

김명인
김명인
“하고픈 말 다하라…‘열린 진보’ 멍석
계간 <황해문화>가 통권 50호를 냈다. 지난 93년 창간했으니 12년여만의 일이다. <창작과비평>(통권 131호 발행), <역사비평>(통권 73호 발행) 등과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듯, 발행권수는 두께에 지나지 않는다. <황해문화>는 독특한 영역을 굳히며 쟁쟁한 계간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50호 발간을 맞아 김명인 <황해문화> 주간(인하대 교수)을 인터뷰했다.

대중과 호흡 생동감 있고 설득력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
다음호부터 단편만화로 파격줄것

­-짧은 시간 안에 지명도 높은 계간지가 된 비결은

=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창작과비평> <진보평론> <당대비평> 같은 계간지들은 규격화된 지향이 있다. 지향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기획하고 필자를 골라 원고를 거른다는 점에서 ‘세계관의 검열 체제’가 작동하고 있다. <황해문화>는 다르다. 우리는 ‘이념적 공동체가 펴내는 동인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잡다한 것을 그러모으는 ‘잡지’다. 진보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발언하도록 보장한다. 다만 생동감과 설득력이 넘쳐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글을 요구할 뿐이다.

김 주간은 <황해문화>를 “<사상계>를 전범으로 삼는 정통 시사종합지”라고 표현했다. 학술지의 성격이 강한 다른 계간지와 다르다는 이야기다. <황해문화>의 ‘야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역적 색채’도 강한데


= 애초 인천을 기반삼아 만들어진 잡지였다. 80년대 중반 인천 시민들을 대상으로 문화사업을 하기위해 새얼문화재단이 출범했는데, 이 재단 사업의 하나로 93년 <황해문화>를 만들었다. 지금도 우리 모토가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다. 그러다가 99년 이후 전국적인 색채를 더 강화했다.

99년은 최원식 교수, 서규환 교수(이상 인하대)에 이어 지금의 김 주간이 <황해문화> 발간의 책임을 맡은 해다. 김 주간은 “지역에 근거를 두되 지역에 유폐시키지 말고 전국적인 발언을 하자”고 제안하며 오늘의 <황해문화>를 주도했다.

­-굳이 구분하자면 좌파적 지향보다는 개혁적 지향이 더 강하다는 느낌이다.

= 우린 여러 사람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중시한다. 그래서 언뜻 보면 ‘급진적’ 느낌보다는 넓은 의미의 개혁적 느낌이 강할 수 있다. 그런데 유심히 보면 보수언론들이 다른 유력 계간지는 언급하면서 <황해문화>는 좀체 다루지 않는다. 급진적이건 포스트모던하건 그 계간지들이 보수세력에게 덜 위험하기 때문이다. 피부에 와닿는 현재의 중요 의제를 순발력있게 파고들어 선점하는 게 <황해문화>의 힘이다.


<황해문화>는 다음호부터 10쪽 안팎의 단편만화도 실을 계획이다. 계간지로선 파격적인 변화다. “단편소설보다 더 뛰어난 서사를 다루면서도 영상세대가 보기에 좋다”는 게 이 새로운 기획의 이유다. 김 주간은 “읽히는 매체가 되기 위해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진보세력이 담론의 위기를 맞고 있다. <황해문화> 역시 이에 대해 답을 해야하지 않는가.

= 뭐랄까. 진보세력의 담론 수준이 너무 높아서 너무 낮은 것이다. 그러니까 현실과 대중의 높이에 스스로를 못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 틈을 타고 기득권층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거의 무식한 수구보수세력과 달리 어설프지만 비교적 세련된 형식을 갖춰 말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실에서 강력했던 보수세력이 이제 담론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근데 괜찮다. 너무 걱정 안해도 된다.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긴 했지만, 진보세력의 담론 생산능력이 자극을 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주변에 둘러보면 여전히 좋은 필자들이 많다. 진보세력이 위축된 것 같지만, 우리도 그동안 새로운 공부 많이 했고 능력도 있다. 유연화·대중화에 노력하면서 신보수담론과 전선을 계속 형성하면 해볼만하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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