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동북아 공동체론’ 북한엔 무기력
조선일보 ‘아태 시대론’ 은 팽창 민족주의
조선일보 ‘아태 시대론’ 은 팽창 민족주의
교수와 기자는 친하지 않다. 두 집단 모두 ‘담론’을 다루면서도 서로를 경시한다. 특히 학계의 담론을 신문이 설정한 ‘틀’에 가두는 것에 대해 학자들은 할 말이 많다.
지난 22일 한림대학교 담헌관에 그런 학자들이 모였다. 이 대학 인문학연구소가 ‘신문에 나타난 한국 인문학 담론의 현실’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매체 비평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이미 언론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쌓았다. 이 자리의 특별함은 ‘인문학 담론’을 신문이 어떻게 다루는지를 탐구했다는 데 있다.
흥미로운 발표들이 적잖게 나왔다. 한국사(오수창), 영화(김용수), 생명의료윤리담론(박상혁), 미국(김진희), 일본(최영호), 중국(이종민) 등의 담론이 신문에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분석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주요 발표 요지를 정리해 보았다.
오수창 한림대 교수= <한겨레> 등이 제기한 ‘동북아 공동체론’은 일본에만 적극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북한에 대해선 무력하게 입을 다물게 된다. <조선일보> 등이 주장한 ‘아태 시대론’은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적 현실을 그대로 인정한 위에서 전개하는 팽창적 민족주의다. 친일 청산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에는 ‘개인’에 대한 강조가 넘치지만, 고도성장시대에 대해선 ‘개인’이 사라진다. <한겨레> 등은 ‘대한민국 현대사 성공론’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할만한 논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박상형 서울대 강사= 줄기세포연구에 대해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무윤리적이었다. 줄기세포연구를 국익창출을 위한 사업으로 보고, 지구적 무한경쟁의 시대의 국익을 위해 윤리같은 것은 무시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5월까지 윤리불감증을 보이다 6월부터 어느 정도 윤리적 감수성을 보여줬다. <한겨레>는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상당히 일관되게 윤리적 관점에서 접근했지만, 윤리문제에 대해 아주 기초적이고 별다른 실체가 없는 인식을 드러냈다.
김용수 한림대 교수= <조선일보>의 영화 보도는 화려한 지면을 통해 관객의 영화선택행위에 적극개입해 선택의 방향과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 <중앙일보>는 영화의 사용가치를 찾지 못한 듯 보인다. 영화에 대한 무관심한 냉정함이 드러난다. <동아일보>는 영화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돋보인다. 그러나 대중을 자기 나름으로 규정하는 엘리트주의가 있다. 고답적 전문성과 선정적 대중성이 공존한다. <한겨레>는 영화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다양한 취향을 지닌 능동적 관객에 주목한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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