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류
진평소방서 반장과 최근 진평으로 이사 온 미용사가 함께 진평강 하류에서 알몸째 주검으로 발견되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둘은 도담이의 아빠와 해솔이의 엄마였으므로, 마을엔 추문도 함께 떠오른다. 2020년 으로 데뷔한 영화감독 정대건의 소설. 열일곱살들의 사랑이 드러나고 다시 또 사랑하기까지 소설은 물살 같다.
민음사 l 1만4000원.
■ 우리는 천천히 오래오래
근대 여성작가를 현대 여성작가가 소설로 이어 달리듯 엮는 기획의 첫번째. 19살 정규를 사랑하는 32살 여인의 고백 형식을 띤 백신애(1908~1939)의 ‘아름다운 노을’은 1981년생 작가 최진영의 20대와 40대 간 여성로맨스로 호응한다. 온전한 ‘사랑의 모양’을 말하기 위해 여자와 여자의 사랑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
작가정신 l 1만5000원.
■ 문학이 필요한 시간
다독 다작 다상량 그리고 다정의 작가 정여울이 쓴 독서고백기라고 해도 좋겠다.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로 <호밀밭의 파수꾼> <그해, 여름 손님> <힐빌리의 노래>, 독일 훔볼트 대학에서 만난 마르크스의 문장(<포이어바흐 테제> 중)까지 정여울체로 새긴다.
한겨레출판 l 1만6000원.
■ 백화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제작에 참여한 가와무라 겐키의 2019년 소설. 엄마의 치매로 응어리진 딸과의 새 관계가 모색된다. 숨겨진 노트 덕분. 작가가 직접 영화로도 만들어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스페인)에서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첫 일본인이 된다.
이소담 옮김 l 소미미디어 l 1만5800원.
■ 어슐러 K. 르 귄의 말
미 의회도서관이 ‘살아 있는 전설’로 꼽은 바 있는 ‘에스에프(SF) 거장’ 르 귄(1929~2018)을 또 다른 작가 데이비드 네이먼이 인터뷰했다. 생애 마지막 책. “읽은 적도 없는 쇼펜하우어나 비트겐슈타인, 아도르노가 내 글에 미친 영향을 논하려고 할까 봐 무섭다”던 ‘상상의 대가’.
이수현 옮김 l 마음산책 l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