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브 몬스터
중년 인회가 남편의 관자놀이를 망치로 갈기며, 소설 속 인물들이 빠르게 당겨둔 긴장의 줄은 ‘퉁’ 끊긴다. 하지만 소설은 여기서 다시 또 조여지는데 인회의 피 묻은 질문의 답이 구해지지 않은 탓. 이두온 작가의 장편. 사랑은 설명되지 않고 묘사될 뿐인가. 결핍된 시절의 기억으로.
창비 l 1만6000원.
■ 월
“너무 작위적이라 소설에도 못 써” 했던 경험 뒤 쓴 ‘한밤의 손님들’로 2018년 젊은작가상을 받은 최정나 작가의 첫 장편. 초대형 광고판에 의해 현실과 환상을 오간다. 누구든 되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메타버스
의 구현. ‘한밤의 손님들’을 있게 한 작중 이름 ‘일영’이 또 등장한다.
문학동네 l 1만4500원.
■ 한국 근대시의 묘상 연구
문학평론가 정과리(연세대 국문학 교수)가 한국문학사를 집대성하려는 의도에서 먼저 완수한 근대시 평론집. 한국 시의 원형적 자세를 ‘님 찾음’으로 보고, 김소월, 이상, 김현구, 정지용, 오장환 등에 이르기까지 시 속 찾음이 ‘기다림’과 ‘탐사’로서 생장하는 과정을 짚는다.
문학과지성사 l 3만원.
■ 별의 시간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러시아 내전을 피해 브라질로 이주해, 1943년 첫 장편 <야생의 심장 가까이>로 명성을 얻은 클라리스 리스펙토르(1920~77)의 유작. 쓴다기보다 제 내면을 드러낼 언어를 처연히 탐문해가기. ‘행복만큼 멍청한 말을 들어본 적 없다는 세계’에서.
민승남 옮김 l 을유문화사 l 1만3000원.
■ 기획회의 578호
2010년대 일본 주도의 ‘쿨재팬’ 정책은 더더욱 ‘한류’에 밀려 무력했다는 게 정평. 하지만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새삼 저변에 자리해온 일본문화의 힘을 되새긴다. 수출되는 한국문학과 수입되는 일본문학의 규모차만 봐도 그렇다. 출판전문지가 기민하게 그려본 일본문화의 오늘 지형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l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