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운 봄
프랑스 여성작가 다니엘 살나브(83)의 국내 첫 번역 소설로 11편의 단편이 묶였다. 정지된 듯한 순간의 심리를 직조하는 서사와 문체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심리주의 형식과 거리를 둔 ‘루이즈’는 무미건조한 사실주의로 심리가 적나라해진다.
이재룡 옮김 l 열림원 l 1만4000원.
■ 도스토옙스키의 철도, 칼, 그림
러시아 문학 연구에 매진한 석영중 고려대 교수가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풀어 썼다. 작가 스스로 가장 사랑한 작품으로 신을 ‘백치’로 형상화했다. 그를 구현하기 위한 기제로서 지은이는 돈, 시간, 신앙의 이미지를 포착한다. 열린책들 l 2만원.
■ 통영이에요, 지금
구효서 작가가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로 시작한 ‘슬로&로컬 라이프 문학’ 세 번째 작품. 휴식차 통영에 들른 37년차 소설가는 자신이 심사위원으로서 당선시키지 못해 아쉬운 문학상 응모 작품을 회고한다. 이야기와 주인공이 서서히 마침내 다가오기까지.
해냄 l 1만6800원.
■ 건달바 지대평
횡사한 아버지와 과로사한 형의 죽음 이후 주인공 지대평은 ‘건달’의 삶을 살기로 한다. 애면글면 애쓰지 않겠다는 각오로 신화 속 ‘건달’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듯. 아버지 구상 시인의 주변 예술가들을 보고 자랐던 구자명 작가의 말이 소설 속에서 더 애틋해진다.
나무와숲 l 1만6000원.
■ 그래스프 리플렉스
일흔네살 재벌 회장은 심장, 신장, 간, 폐 따위를 인공장기로 대체해 삶을 늘려간다. 그에겐 아내와 첫째 아들의 죽음에 관여한 듯한 둘째 아들 필립이 있다. ‘저 아이가 무섭다’는 아내의 생전 말은 소설을 스릴러로 떠밀지만 작가의 질문은 ‘오래 삶’의 의미에 가 있다.
김강 지음 l 아시아 l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