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들여다보기
세상이 짜증스럽긴 한 모양이다. 웃음을 다룬 책이 잘 팔리니 곧 살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팝콘북스가 낸 책 <내 나이보다 30년 젊게 사는 하루 5분 웃음운동법>(이요셉 지음, 이하 <웃음운동법>)이 조용히 만만찮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나온 지 두 달도 못돼 1만5000부 넘게 팔렸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이 책 제목이 웃음 ‘운동법’이란 점이다. 그냥 웃자는 유머책이나 웃는 게 좋다는 개론서가 아니라 건강책인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건강책 시장은 엄청나게 히트를 치는 대형 베스트셀러가 나오지는 않는 작은 규모지만 그 안에서 항상 새로운 열쇳말이 등장해 자리바꿈을 하는 변화무쌍한 시장이다. 최근 몇년을 돌아보면 발마사지가 인기몰이를 하다가 요가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요가 이후는? 그리 두드러진 새로운 건강법 키워드는 떠오르지 않고 있다.
출판사 팝콘북스는 여기에 주목했다. 아직 새 강자는 없는데, 관련서 동향을 보면 <생로병사의 비밀> <위대한 밥상>처럼 방송과 연계한 건강책들의 인기가 높아지는 현상이 확연해졌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바로 ‘웃음’. 2004년 출판사를 시작할 때부터 ‘웃음’이나 ‘유머’ 관련 책을 항상 염두에 둬오던 것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연초에 웃음 관련 다큐멘터리가 방송을 탄 것도 계기였다. 배소라 기획편집부장은 “경쟁 치열한 실용서 시장인데다 후발 신생출판사로서 부담이 있었지만 새 키워드를 내걸 수 있으면 오히려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유망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건강법으로 ‘웃음’을 고른 이유는 일단 웃는 데는 돈이 안들며, 대부분 사람들이 ‘좌우지간 웃는 게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알거나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새로운’ 건강법이란 점. 웃는 게 좋다는 것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뭐가 새롭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분명 ‘책’으로는 새롭다. 유머나 화술 지침서는 많아도, 건강 차원에서 웃음을 다루는 구체적인 지침서는 나와있지 않았다. 누구나 알고 있는데 막상 정보로 찾게 되면 없는 주제를 다룬 기획이 <웃음운동법>의 히트 비결인 것이다.
물론 실제로 책을 팔리게 만든 것은 이런 기획 포인트를 편집으로 잘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편집부는 웃음을 삽화와 사진을 놓고 고민하다가 삽화가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진으로 결정했고, 인상 좋은 남녀 모델이 웃는 사진이 독자들을 환하게 맞이하게 됐다.
여기에 다른 출판사보다 더욱 목차를 중시해 ‘목차만 봐도 느낌이 와야한다’고 강조하는 팝콘북스의 편집 지론도 한몫을 했다. 서점에서 책 내용을 살펴볼 때 책의 본문을 읽어보고 싶게 잡아끄는 힘이 목차에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첫번째 목차는 ‘80 평생에 웃는 시간은 겨우 20일’.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눈길을 잡는 1번타자로 제격이다. ‘얼굴에 웃음의 등불을 밝혀라’였던 시안과 비교해보면 훨씬 강해졌다. 파트2의 ‘내 삶을 회복하는 21일간의 투자’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임무. 원래는 ‘스마일 미러’의 효과였는데 이 목차로 바꿨다. 파트3의 목차도 ‘일이 술술 풀리는 웃음효과’였던 것을 ‘비즈니스 성과를 높여주는 웃음운동’으로 갈았다. 책의 마케팅 측면에서 사람을 주로 만나는 비즈니스맨이나 영업인들을 구매자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목차다. 이 책의 주구매자는 제목 <30년 젊게 사는~>이 겨냥했듯 40~50대 중장년층이다. 이들이 절반을 조금 넘는다. 그 다음은 중견 회사원들. 30년 젊어질 필요가 없는 20대나 30대는 부모님 선물용으로 사간다고 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여기에 다른 출판사보다 더욱 목차를 중시해 ‘목차만 봐도 느낌이 와야한다’고 강조하는 팝콘북스의 편집 지론도 한몫을 했다. 서점에서 책 내용을 살펴볼 때 책의 본문을 읽어보고 싶게 잡아끄는 힘이 목차에서 좌우되기 때문이다. 첫번째 목차는 ‘80 평생에 웃는 시간은 겨우 20일’.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눈길을 잡는 1번타자로 제격이다. ‘얼굴에 웃음의 등불을 밝혀라’였던 시안과 비교해보면 훨씬 강해졌다. 파트2의 ‘내 삶을 회복하는 21일간의 투자’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임무. 원래는 ‘스마일 미러’의 효과였는데 이 목차로 바꿨다. 파트3의 목차도 ‘일이 술술 풀리는 웃음효과’였던 것을 ‘비즈니스 성과를 높여주는 웃음운동’으로 갈았다. 책의 마케팅 측면에서 사람을 주로 만나는 비즈니스맨이나 영업인들을 구매자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목차다. 이 책의 주구매자는 제목 <30년 젊게 사는~>이 겨냥했듯 40~50대 중장년층이다. 이들이 절반을 조금 넘는다. 그 다음은 중견 회사원들. 30년 젊어질 필요가 없는 20대나 30대는 부모님 선물용으로 사간다고 한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