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
교실밖 지리여행(개정판)
노웅희·박병석 지음. 사계절 펴냄. 2006년 <교실밖 지리여행>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넓은 의미의 사회 과목 중에 유난히 지리가 좋았다. 국토지리뿐만 아니라 인문지리라고도 하는 세계지리에도 흥미가 있었고, 성적 또한 좋은 편이었다. 지리 과목에 강점을 보인 것은 지리 그 자체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형들의 ‘사회과부도’ 보는 걸 즐겼다. ‘지도 찾기’는 우리 삼형제의 다양하고 ‘지적’인 오락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도청 소재지를 아는 건 기본이고, 시와 군의 명칭과 위치를 대충 파악하게 되었다. 세계지도에선 각 나라의 위치와 수도에다 그 나라의 국기까지 훤히 꿸 정도였다. 세계의 주요 산, 강, 섬, 만, 곶, 반도, 호수, 해협, 사막, 고원, 산맥의 이름까지 모조리 외웠다. 형들과 각국의 수도 맞추기나 지리적 요소의 ‘이름 대기’를 꾸준히 한 덕분이다. 이 책에 나타난 지리의 범위는 매우 넓다.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우리와의 관계를 성찰하며, 생태계의 구성 요소인 인간과 인문?자연 환경의 상관관계 등을 다”룬다. 특히, 이 책은 생활 속의 지리를 추구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일본의 표준자오선을 가져다 쓰게 된 사연은 씁쓸하다. 우리나라는 표준자오선을 동경 127도 30분으로 처음 정했다. 대한제국 시절의 일이다. 일제강점기 표준자오선까지 일본과 같아졌다. 1954년부터 최초의 표준자오선을 다시 썼으나, 5.16 쿠데타 직후 일제강점기로 돌아갔다. 표준자오선이 동경 135도가 되면서 우리는 생체 리듬에 맞는 시간보다 30분 이른 생활을 하고 있다. 88올림픽 때는 주요 경기를 미국 텔레비전 방송의 황금시간대에 맞추려고 서머타임을 하느라 무려 1시간 30분이나 앞당겨지기도 했다. 그해 여름 입대한 나는 군대의 이른 식사시간이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한국인의 둔한 시간감각은 표준시가 자연스런 시간에서 어긋난 탓일까? 지도는 지리를 구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이 책은 ‘대동여지도’ 목판이 불태워지고, 그걸 만들었다는 이유로 김정호가 감옥에 갇혀 세상을 떠났다는 속설은 일제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일제가 식민지 교과서 실어 퍼뜨린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얽힌 낭설의 근거 없음을 조목조목 따진다. 다행히 뜻있는 분들의 노력으로 1997년도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잘못을 바로잡은 내용이 실린다. 지리는 기후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고위도는 춥고 저위도는 덥다고 여기기 쉽지만 가장 추운 곳은 북극보다 위도가 24도 정도 아래인 시베리아의 베르호얀스크이고, 가장 더운 곳은 적도보다 25도 위쪽의 사하라 사막 내륙이다. 기후는 위도 말고도 아니라 바다와의 거리, 지형 같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서다. 1994년 4월 출간한 이 책의 초판은 지난해 광복절까지 26쇄를 찍었다. 나는 한 달 전에 나온 개정판을 읽었다. 책의 내용을 고쳐 엮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기 쉽다. “인천 중동 신시가지”(47쪽)는 지리책으로선 꽤 큰 오자다. 바로 앞의 “일산”은 “고양 일산”이라고 해야, 그 앞의 “서울 목동”처럼 서울의 일원으로 읽힐 우려가 없고, 터를 돋운 다음 아파트를 건설한 신시가지들이 나란해진다. 화산암의 일종인 조면암과 안산암을 구별하지 않거나 실트의 뜻을 풀어주지 않은 것도 약간 아쉽다. 그래도 이 책은 지리애호가를 위한 양질의 교양지리서로 전혀 손색없다. 또한 본래 목적인 지리 교과의 부교재로도 안성맞춤이다. 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교실밖 지리여행(개정판)
노웅희·박병석 지음. 사계절 펴냄. 2006년 <교실밖 지리여행>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넓은 의미의 사회 과목 중에 유난히 지리가 좋았다. 국토지리뿐만 아니라 인문지리라고도 하는 세계지리에도 흥미가 있었고, 성적 또한 좋은 편이었다. 지리 과목에 강점을 보인 것은 지리 그 자체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형들의 ‘사회과부도’ 보는 걸 즐겼다. ‘지도 찾기’는 우리 삼형제의 다양하고 ‘지적’인 오락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도청 소재지를 아는 건 기본이고, 시와 군의 명칭과 위치를 대충 파악하게 되었다. 세계지도에선 각 나라의 위치와 수도에다 그 나라의 국기까지 훤히 꿸 정도였다. 세계의 주요 산, 강, 섬, 만, 곶, 반도, 호수, 해협, 사막, 고원, 산맥의 이름까지 모조리 외웠다. 형들과 각국의 수도 맞추기나 지리적 요소의 ‘이름 대기’를 꾸준히 한 덕분이다. 이 책에 나타난 지리의 범위는 매우 넓다.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과 우리와의 관계를 성찰하며, 생태계의 구성 요소인 인간과 인문?자연 환경의 상관관계 등을 다”룬다. 특히, 이 책은 생활 속의 지리를 추구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일본의 표준자오선을 가져다 쓰게 된 사연은 씁쓸하다. 우리나라는 표준자오선을 동경 127도 30분으로 처음 정했다. 대한제국 시절의 일이다. 일제강점기 표준자오선까지 일본과 같아졌다. 1954년부터 최초의 표준자오선을 다시 썼으나, 5.16 쿠데타 직후 일제강점기로 돌아갔다. 표준자오선이 동경 135도가 되면서 우리는 생체 리듬에 맞는 시간보다 30분 이른 생활을 하고 있다. 88올림픽 때는 주요 경기를 미국 텔레비전 방송의 황금시간대에 맞추려고 서머타임을 하느라 무려 1시간 30분이나 앞당겨지기도 했다. 그해 여름 입대한 나는 군대의 이른 식사시간이 어리둥절하기까지 했다. 한국인의 둔한 시간감각은 표준시가 자연스런 시간에서 어긋난 탓일까? 지도는 지리를 구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이 책은 ‘대동여지도’ 목판이 불태워지고, 그걸 만들었다는 이유로 김정호가 감옥에 갇혀 세상을 떠났다는 속설은 일제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일제가 식민지 교과서 실어 퍼뜨린 김정호와 ‘대동여지도’에 얽힌 낭설의 근거 없음을 조목조목 따진다. 다행히 뜻있는 분들의 노력으로 1997년도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잘못을 바로잡은 내용이 실린다. 지리는 기후와 뗄 수 없는 관계다. 고위도는 춥고 저위도는 덥다고 여기기 쉽지만 가장 추운 곳은 북극보다 위도가 24도 정도 아래인 시베리아의 베르호얀스크이고, 가장 더운 곳은 적도보다 25도 위쪽의 사하라 사막 내륙이다. 기후는 위도 말고도 아니라 바다와의 거리, 지형 같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서다. 1994년 4월 출간한 이 책의 초판은 지난해 광복절까지 26쇄를 찍었다. 나는 한 달 전에 나온 개정판을 읽었다. 책의 내용을 고쳐 엮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기 쉽다. “인천 중동 신시가지”(47쪽)는 지리책으로선 꽤 큰 오자다. 바로 앞의 “일산”은 “고양 일산”이라고 해야, 그 앞의 “서울 목동”처럼 서울의 일원으로 읽힐 우려가 없고, 터를 돋운 다음 아파트를 건설한 신시가지들이 나란해진다. 화산암의 일종인 조면암과 안산암을 구별하지 않거나 실트의 뜻을 풀어주지 않은 것도 약간 아쉽다. 그래도 이 책은 지리애호가를 위한 양질의 교양지리서로 전혀 손색없다. 또한 본래 목적인 지리 교과의 부교재로도 안성맞춤이다. 최성일/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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