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만화로 읽는 연어·그림책 연어>
최성일의 찬찬히 읽기
<연어·만화로 읽는 연어·그림책 연어> 안도현 외 지음/문학동네·애니북스 어떤 책을 100쇄 찍으려면 꾸준히 팔려야 한다. 한 달 전 100쇄를 기록한 안도현 시인의 〈연어〉(엄택수 그림)의 ‘수명’은 내가 출판언론인으로 지낸 세월과 맞먹는다. 정확히는 나보다 한 달 보름 앞선다. 또 그러려면 잘 팔려야 한다. 지금까지 〈연어〉의 판매량은 80만 부에 육박한다. 한 해 7만 부는 너끈히 소화됐다는 얘기다. 〈연어〉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연어〉는 ‘어른을 위한 동화’의 대표작이다. 〈연어〉 같은 책은 출판사에 보물이나 다름없다. 문학동네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 부스를 〈연어〉 100쇄 특별판으로만 채운 것은 지나친 대접이 결코 아니다. 100쇄 기념으로 만화 〈연어〉와 〈연어〉 그림책을 펴낸 것 또한 마찬가지다. 〈연어〉는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다른 지면에다 100쇄 돌파를 미리 축하하느라 1판 99쇄로 〈연어〉를 처음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른바 ‘스토리텔링’이라는 교묘한 처세서가 널리 읽히는지 모르겠다. 〈연어〉를 통해서 우리는 남과 사귀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두 달이 채 안 되어 다시 읽은 〈연어〉는 여전히 감동적이다. 일렁이는 감동의 물결이 잔잔하면서도 더 진하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이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안다는 뜻이다. 다만,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자연을 얕보는 지상의 인간들만이 그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낚싯대가 아니라 사진기를 지닌 사람들은 정말 믿을 수 있을까? 〈만화로 읽는 연어〉(만화 기린)는 원작의 진지함 때문에 만화적 상상력을 펼칠 여지가 좁은데도 만화의 특성을 잘 살렸다. “실패한 연어는 맨 뒤로 가서 차례를 기다려라!”라고 하는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속한 연어떼의 지도자인 턱큰연어의 외침은 “실패한 연어는 맨 뒤로 가서 다시 뛰어오를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원작의 평서문을 각색한 것이다. 만화 〈연어〉는 원작의 빈틈을 채워주고, 내용을 풍부하게 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림책은 원작의 생략이 뒤따른다. 〈그림책 연어〉(한병호 그림)는 “중요한 것은 끝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가 쉬운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 할 테고, 곧 거기에 익숙해질 거야.
하지만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순간의 기쁨을 우리 새끼들도 알게 되지 않을까? 그게 연어의 길일 거야.” 〈그림책 연어〉 ‘작가의 말’은 〈연어〉의 집필 동기를 알려 준다. 알을 낳아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생태는 사뭇 감동적입니다. 그래서 나는 연어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연어〉 3종 한 벌은 장르는 각기 달라도 하나같이 싱싱하다. 모두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퍼덕인다. 초록강의 말대로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꿈과 희망 같은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나선다는 뜻일 게다. 그건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다.
최성일 / 출판칼럼니스트
<연어·만화로 읽는 연어·그림책 연어> 안도현 외 지음/문학동네·애니북스 어떤 책을 100쇄 찍으려면 꾸준히 팔려야 한다. 한 달 전 100쇄를 기록한 안도현 시인의 〈연어〉(엄택수 그림)의 ‘수명’은 내가 출판언론인으로 지낸 세월과 맞먹는다. 정확히는 나보다 한 달 보름 앞선다. 또 그러려면 잘 팔려야 한다. 지금까지 〈연어〉의 판매량은 80만 부에 육박한다. 한 해 7만 부는 너끈히 소화됐다는 얘기다. 〈연어〉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연어〉는 ‘어른을 위한 동화’의 대표작이다. 〈연어〉 같은 책은 출판사에 보물이나 다름없다. 문학동네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사 부스를 〈연어〉 100쇄 특별판으로만 채운 것은 지나친 대접이 결코 아니다. 100쇄 기념으로 만화 〈연어〉와 〈연어〉 그림책을 펴낸 것 또한 마찬가지다. 〈연어〉는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다른 지면에다 100쇄 돌파를 미리 축하하느라 1판 99쇄로 〈연어〉를 처음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른바 ‘스토리텔링’이라는 교묘한 처세서가 널리 읽히는지 모르겠다. 〈연어〉를 통해서 우리는 남과 사귀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두 달이 채 안 되어 다시 읽은 〈연어〉는 여전히 감동적이다. 일렁이는 감동의 물결이 잔잔하면서도 더 진하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이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자연의 일부임을 안다는 뜻이다. 다만, 자연의 일부이면서도 자연을 얕보는 지상의 인간들만이 그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낚싯대가 아니라 사진기를 지닌 사람들은 정말 믿을 수 있을까? 〈만화로 읽는 연어〉(만화 기린)는 원작의 진지함 때문에 만화적 상상력을 펼칠 여지가 좁은데도 만화의 특성을 잘 살렸다. “실패한 연어는 맨 뒤로 가서 차례를 기다려라!”라고 하는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속한 연어떼의 지도자인 턱큰연어의 외침은 “실패한 연어는 맨 뒤로 가서 다시 뛰어오를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는 원작의 평서문을 각색한 것이다. 만화 〈연어〉는 원작의 빈틈을 채워주고, 내용을 풍부하게 하며,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림책은 원작의 생략이 뒤따른다. 〈그림책 연어〉(한병호 그림)는 “중요한 것은 끝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가 쉬운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 할 테고, 곧 거기에 익숙해질 거야.
최성일 /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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