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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월 26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1-25 19:12수정 2008-01-25 22:14

〈어른의 발견〉
〈어른의 발견〉
■ 어른 이데올로기 유쾌한 도발

〈어른의 발견〉

어른들은 피곤하다. 피부 노화는 빛의 속도로 진행 중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질풍노도’의 복판에 있다는 걸 애들은 알까. 샘 많고 외롭고 소심해도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곧바로 “쪼잔한 인간”이라는 수군거림이 들려올까 오늘도 일그러진 웃음을 삼킨다.

〈어른의 발견〉은 이 지점에서 반기를 든다. “성숙한 환자가 육체의 병을 인정하듯, 건강한 어른은 마음의 병을 감추지 않는다”는 지론이다. 한때 재기 발랄한 〈딴지일보〉 기자로서 인터넷 세상을 씹어먹던 지은이는 어느덧 40대의 ‘어른’이 되어, 그 또래가 갖고 있는 평범한 문제를 도발적으로 재해석한다. “부부가 죽을 때까지 원앙으로 늙는다는 건, 원앙이 까마귀로 변신하는 것보다 어렵다”며 “불화를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목소리 높인다. 또 결혼 15년차인 지은이 부부는 서로의 잠버릇을 고려해 더는 ‘한 이불’을 덮지 않는다며, 부부 동침 이데올로기는 부부 개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반화의 오류라는 주장을 편다. 연애감정이 사라지면 늙어버린다면서, ‘명랑연애 사회’도 권장한다. ‘심리 분석’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오늘도 외로움이란 공으로 단독 드리블하고 있는 수많은 어른들의 등을 토닥이는 위로의 메시지가 그득하다. 윤용인 지음/글항아리·1만2000원.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 선상에서 만난 지구촌 문제들


〈피스보트〉
〈피스보트〉
〈피스보트〉

피스보트. 군사 침략의 과거와 역사교과서 왜곡을 자성하는 일본의 뜻있는 젊은이들이 아시아 곳곳을 둘러보던 항해가 그 시초다. 이후 전세계로 확대되면서 분쟁·빈곤·여성 등 지구촌이 직면한 문제를 만나보고 평화를 갈망하는 ‘국제 NGO’로 발전했다. 마감에 쫓기는 16년차 사진기자로 일상에 지쳤던 지은이는 여유를 갖고 긴 호흡으로 세상을 접하고 싶었고, 1년 반 동안 끈질긴 설득 끝에 ‘103일간 크루즈 세계여행’이라는 ‘직장생활 최대의 로또’를 맞는다. 밖으로 나가 만나 본 이웃들은 상처가 깊었다. 성폭행 위험에 노출된 채 거리생활을 하는 케냐의 소녀들, 유럽 드림을 꿈꾸며 조그마한 배에 몸을 싣는 아프리카인들, 방사능 피폭 후유증으로 쿠바에서 요양 중인 체르노빌 아이들. 평화를 염원하는 여행길에서 마주친 평화가 그리운 사람들이었다. 지은이는 약간의 주머니를 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자책하며 세상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보낸다. 책이 거창한 이야기로 마냥 무겁기만 한 것도 아니다. 태풍 ‘나비’에 ‘딱 걸려’ 사투를 벌인 일, 술안주가 마땅찮아 본의 아니게 8㎏이나 살이 빠진 일, 오랜 바다생활로 ‘육지멀미’까지 했던 에피소드들은 감초. 생생한 현장 사진들이 가득해 첫 여행지 일본부터 마지막 여행지 파푸아뉴기니까지 세계여행을 함께 다녀온 기분이 들 것이다. 이정용 지음/넥서스·1만2000원.

고유리 기자 yuriko@hani.co.kr

■ 조선의 ‘혁신도시’ 화성 이야기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 〉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 〉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 〉

조선시대에도 ‘알박기’가 있었다. 정조가 새도시 화성을 건설할 때의 일이다. 사도세자 무덤을 수원으로 이장하면서, 그곳 백성들은 집과 토지 보상을 받아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엄한 국왕이 통치하던 시대에도 ‘버티기’를 하면서 집값을 몇 배로 받아간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산 정조, 꿈의 도시 화성을 세우다〉 지은이는 화성 학술연구를 담당하는 수원시 학예연구사이며, 정조 시대 정치사를 공부해 온 소장 연구자다. 그는 이 책에서 정조 시대의 활력을 풍부한 사료로 정확하고도 쉽게 풀어썼다. 왜 화성 신도시를 만들었을까. 개혁군주 정조에게 서울은 개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나 보다. 정조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할 공간으로 화성을 축성했다. 정조가 구상하고 정약용이 설계와 감리·감독을 맡은 화성은 당대의 지식과 시대정신이 집약된 작품이다. 정조는 ‘화성 안 모든 누각들은 양반과 평민이 모두 이용하게 하라’고 했다. 차별 줄이기는 정조가 한평생 지향한 신념이었다. 김홍도의 풍속도, 시흥환어행렬도, 서장대 성조도 등 책 곳곳에 나와 있는 그림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책 초반에는 정조가 국왕으로 즉위하기까지의 어려움, 정조 독살설, 정조가 사랑했던 의빈 성씨의 의문의 죽음 등 정조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풀어 놓아 재미를 더했다. 김준혁 지음/여유당·1만5000원.

이화주 기자 hol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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