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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몸과 대화 나누는 다이어트 처방전

등록 2008-01-25 21:39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여행〉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여행〉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여행〉
이유명호 지음/이프 펴냄·1만1000원

2008년이 시작되자 모두들 기다렸다는 듯 “새해에 좋은 꿈 꿨어?” 하고 묻는다. 주위에 물으니, “죽도록 놀고 싶어”라고 포부를 밝히는 이부터, “대운하 건설만 안 하면 소원이 없겠다”며 울상을 짓는 이까지 나름 애절하다. 유희적 인간도 정치적 인간도 아닌 내가 세운 계획은 올해부터는 “몸이 하는 말을 들어주기”다.

언제부턴가 끊임없이 몸이 말을 걸어온다. 들은 척도 안 하니 이제는 여러 방법을 동원한다. 때로는 통증으로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얼굴을 붓게 만들어 “어디 아프냐”는 말을 듣게도 한다. 부위를 바꿔 어깨나 손목이 저리기도 한다. 당장 죽을병도 아니고, 때로 여자라서 생기는 증후도 있는지라 엄살떨지 말자고 스스로를 채근한다.

고민 끝에 찾아간 남자 의사는 진찰을 하더니 “조금만 있으면 폐경이 올 텐데 그때까지 기다려라”는, 어처구니없는 처방을 해준다. 의사 앞에 서면 주눅이 드는 소시민적 울렁증을 가지고 있는지라 불평은 못 했지만 여성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는 두고두고 괘씸했다.

남자 의사라면 이를 갈고 나서 대안으로 찾은 것은 크리스티안 노스럽이 지은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그리고 한의사 이유명호씨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같은 책이다. 의사이기 이전에 인생의 선배로서 두 명의 여성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자못 감동적이다. 한결같이 병을 적으로 혹은 부끄러움의 대상으로 여기지 말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일 것, 그리고 여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하라고 주문한다.


이유명호씨가 이번에는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여행〉이라는 책을 펴냈다. 반가워 살폈다. 한때 남성들이 새해에는 담배를 끊어야지 하고 결심했듯, 여성들에게 고질적인 새해 목표는 ‘올해는 살을 빼야지’다. 짐작은 했지만, 역시나 책 속에 살을 빼는 족집게 비법이나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사탕발림이 담겨 있지는 않다.

하지만 몸에 익혀두면 평생 살이 찔 염려는 안 해도 되는 잔소리가 가득하다. 조금만 공개하자면 우선 내 살은 내가 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시작이다. 내 살을 내가 빼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엽기적인 수술과 영양적으로 문제가 있는 다이어트 약들에 현혹되고 실패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두 번째는 모든 살에는 이유가 있다. 그저 살을 빼려고 안달하지만 말고 왜 살이 쪘는지 살풀이를 먼저 해보자. 먹는 것보다 먹는 행위에 집착하고 있다면 내 안에 억압된 욕망과 분노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욕구불만을 먹는 것으로 푸는 왜곡된 자기충족 프로그램을 새롭게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고 나서 살빼기의 3대 요소인 식사·운동·체질을 유념하여 자신에게 맞는 식이요법과 운동을 해보자. 무엇보다 “나는 훌륭하다. 아름답다. 멋지다. 소중하다”라고 몸을 살리는 칭찬을 외우며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를 잊지 말지어다. 올해 목표가 ‘말라깽이’가 되는 것이라고 밝힌 후배 그리고 나잇살 걱정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여, 함께 읽자.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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