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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왜 중력은 작은 자석보다도 약할까

등록 2008-03-28 22:03

〈숨겨진 우주〉
〈숨겨진 우주〉
〈숨겨진 우주〉
리사 랜들 지음, 김연중·이민재 옮김/사이언스북스·2만8000원.

저명한 물리학자가 던지는 원초적 물음
“5차원서 온 중력은 우리 세계선 약해”
과학적 상상 즐거움에 ‘물리혁명’ 긴장도

우리가 사는 공간은 3차원이다. 사진에선 3차원 공간이 2차원으로 표현된다. 3차원 공간이 그림자처럼 2차원에 투영된 것이다. 그러면 이런 상상은 어떨까? 우리 3차원 공간도 사실은 더 높은 차원에서 보면 고차원 세계가 투영된 세상은 아닐지? 단지 우리 우주는 고차원 세계를 숨기고 있을 뿐은 아닐까? ‘차원을 뛰어넘는’ 이런 상상은 공상과학 소설에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고차원은 소설의 이야깃거리만이 아니다. 현대 이론물리학의 여러 가설들이 이미 4차원 이상 세계를 전제로 학문세계를 개척하고 있으니까. 경험할 수 없을 정도의 미시 공간에 둘둘 말려 들어가거나 압축된 또다른 차원들이 우리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들에 등장하곤 한다.

리사 랜들 미국 하버드대학 물리학 교수가 쓴 <숨겨진 우주>는 현대 이론물리학의 주요 발전사를 정리하면서 그 복잡한 ‘차원’ 문제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어디로 나아갈지 보여준다. 책의 종착점은 랜들 교수가 발표해 주목을 받았던 ‘여분 차원’의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데 다다르지만, 그 여정에서 저자는 왜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 여분 차원이 5차원일 수밖에 없는지 독자를 설득한다.

입자물리학과 우주론은 이 책에서 뼈대를 이룬다. 또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초대칭이론, 끈이론, 막이론을 거쳐 고차원에 관한 관심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고차원 연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두 개의 양성자가 충돌하면서 생긴 힉스 입자의 붕괴를 그린 가상도(오른쪽 위). 여자 엔지니어가 올해 완공될 대형강입자충돌기(LHC) 안의 전자장치를 점검하다가 사진 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제공
두 개의 양성자가 충돌하면서 생긴 힉스 입자의 붕괴를 그린 가상도(오른쪽 위). 여자 엔지니어가 올해 완공될 대형강입자충돌기(LHC) 안의 전자장치를 점검하다가 사진 촬영을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제공
난해한 이론들을 헤치고 나가다 보면 ‘낯설게 묻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쿼크는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마지막 근본 요소일까? 왜 우주 공간은 3차원으로만 보일까? 다른 차원이 존재한다면 우리 세계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순 없을까? 책을 관통하는 가장 끈질긴 물음은 “(우주 만물의 네 가지 힘인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가운데) 왜 중력은 다른 힘에 비해 그토록 약한가”로 요약되는데, 이런 물음은 당연하게 여기던 중력을 어느 순간 낯설게 바라보게 한다. “지구 전체가 작은 클립을 아래로 당기고 있어도, 아주 작은 자석 하나만 있으면 그 클립을 들어올릴 수 있다. 어째서 중력은 작은 자석보다도 약한 것일까?” 저명한 이론물리학자가 던지는 원초적 물음을 엿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값지다.

저자는 ‘막 이론’에 기대어 우리가 4차원 막에 속박된 세계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 우주가 무한하다고 여기지만 결코 막 밖으로는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세계이며, 그 너머엔 또다른 막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로지 중력만이 하나의 막에 속박되지 않으며 막을 넘나든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중력만이 약한 이유도 여분 차원과 막 이론으로 설명된다. 저자는 현대 물리학의 성과를 종합해 ‘중력은 4차원 세계에 있는 힘이 아니라 5차원 세계에서 오는 힘이며 그래서 우리 세계에선 약하게 작용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렇게 보면, 중력과 중력자는 5차원에서 온 손님이며, 5차원의 흔적을 담고 있는 셈이다.

우리 4차원 시공간은 5차원 공간에 떠 있는 막에 매달린 물방울이나 막이 움푹 파인 구멍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비유는 알쏭달쏭하면서도 상상의 벽을 뛰어넘는다.

여기까지가 전부라면 이 책의 얘기는 힘을 얻지 못했을 게다. 이 책이 주는 강한 메시지는 5차원 우주의 가설이 옳은지 그른지를 지상 실험을 통해 곧 판명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저자는 스위스 제네바에 건설 중이며 올해 가동될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우주에 또다른 차원이 없다면 검출될 수 없는, 또 우주에 다른 차원이 있다면 검출돼야 하는 ‘힉스’(기본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 같은 ‘5차원의 흔적’들을 검출하리라고 기대한다. 만일 예측이 적중하고 해석이 옳다면, 인류는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조지 가모프의 대폭발우주론을 넘는 사고혁명을 겪을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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