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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잊었던 어머니 찾게 한 ‘…부탁해’

등록 2009-01-09 18:40

〈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
베스트셀러 읽기 /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창비·1만원

한국출판인회의가 전국의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 집계를 종합해서 8일 발표한 1월 첫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1월10일 발간된 이 책은 그로부터 꼭 두 달 동안 20만부가 넘게 팔렸다. 책을 낸 출판사 창비 쪽에서는 올해 추가로 40만부 남짓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판 불황에 경제 불황이 겹쳐 출판계 전체가 울상인 상황을 고려하면 대단한 ‘선전’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치매 증세가 있는 엄마가 실종된 뒤 그 엄마를 찾는 가족들의 눈으로 복원해 낸 ‘한국적 어머니의 초상’이다. 딸과 아들, 남편의 시점을 오가며 서술되는 이야기 속에 가족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온 엄마의 성스러운 면모가 돋을새김된다. 연극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차례로 고해성사 성격의 독백을 하는 듯한 형식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공감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창비의 김정혜 문학팀장은 “가장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었지만, 추리적 기법과 화자를 달리하는 구성이 신파로 흘러갈 수도 있었을 작품에 긴장을 불어넣었다”며 “장마다 화자와 인칭을 달리한 구성에 대해 전화로 문의를 하는 독자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출판사는 책 출간 직후부터 작가가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자 했다. 서점 사인회 같은 전통적인 방식의 독자 대상 행사 말고도 낭독회와 공연이 곁들여지는 북콘서트, 작가가 작품을 해설해 가면서 손수 읽는 순수 낭독회 등을 여러 번 마련했다. 봄학기가 시작되면 대학과 도서관 등의 강연에 적극 나설 참이고, ‘한 도시 한 책 읽기’ 대상작으로 이 소설을 선정한 부산 독자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김정현 소설 <아버지>가 많이 읽혔던 것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환기시키는 점을 이 책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그 때문인지 주 독자층이 젊은 여성들일 것이라는 짐작과는 달리 중·장년 남성 독자 역시 적지 않다고 김정혜 팀장은 말했다. “독자 행사에 가 보면 30대 중후반이나 40대 정도의 남성 독자들도 많이 보이고 60, 70대의 노년층 독자들도 있어요.”

김 팀장은 “인터넷 서점 독자 리뷰 코너에 올라온 글들도 여느 소설들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독자 리뷰라면 책 내용을 소개하고 그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데, <엄마를 부탁해>의 경우에는 소설 속 이야기를 자신의 사례에 대입해서 자기 사연을 늘어놓는 독후감이 많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한밤에도 나는 조용히 엄마의 방을 찾았다. 심장이 뛰는 소리를, 엄마의 코 고는 소리를 들어야 가슴에 바람이 불지 않을 것 같아서.”(알라딘 독자 ‘티티새’)

“그냥 가벼운 마음에 잡았다 도저히 멈출 수 없어 미리 잡힌 약속까지 펑크내고는 펑펑 울며 읽어 버렸다. 그러곤 가장 처음 한 일이 시골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를 드린 것이다.”(예스24 독자 ‘공주엄마’)

사람은 누구나 엄마의 딸이거나 아들이다. 언제부턴가 잊고 살아왔던 그 자명한 진리를 이 소설은 새삼 깨우쳐 준다. 소설 속에서 가족들은 잃어버린 엄마를 끝내 찾지 못했지만, 이 책 덕분에 많은 독자들은 잊었던 엄마를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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