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또 다른 나〉
베스트셀러 읽기 / 〈내 안의 또 다른 나〉
배준표 지음/작은씨앗·9800원 몇 년 전 심하게 마음의 병을 앓은 적이 있다. 그즈음 나는 운이 좋았던지 꾸준히 글쓰기와 강의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서서히 지쳐 가면서, 몸 구석구석이 아파 오더니, 어느 순간 혼자 있을 때면 내 입에서 욕들이 튀어나왔다. 누구한텐가 몹시 분노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분노의 대상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았다. 물론 조금씩은 섭섭하고, 얄밉고, 상대하고 싶지 않고… 그런 사람들이 있기는 있었지만, 이렇게 맹렬히 분노할 대상은 없었다. 화병….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우연히 내 눈에 띈 책이 <내 안의 또 다른 나>였다. 이 책은 지은이의 실전 경험을 토대로 씌었는데, 수년간 극심한 정신질환을 앓던 저자가 자가 치료를 통해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우선은 자가 치료라는 데에 두 눈이 번쩍 띄었다. 그의 불우한 환경과 가난, 어릴 적 네 번의 이혼과 동거를 반복하는 아버지 밑에서 컸던 성장기의 고통과 좌절, 방황에 마음이 저려 오면서, 과연 그 고통을 어떻게 혼자 극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지은이는 청소년기부터 극심한 정신질환에 시달리며 정신병원에 출입하기 시작한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사랑해 줄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약물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병을 치유해 나가기로 결심한다. 그 후 과거에 상처받은 자아와 눈물의 재회를 하게 되며, 자가 치료를 통해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까지, 그리고 외국 생활 중에 만난, 역시 섭식장애를 가진 한 노르웨이 여성을 그 고통에서 끌어내어, 많은 갈등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 가정을 이루기까지의 따듯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지은이는 책의 주제를 두 단어로 설명하라면 ‘자아’와 ‘사랑’이라 말한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두 자아가 공존하는데, 하나는 본래 자아(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려는 마음), 또 하나는 외부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의 자아(자신을 깔보고, 무시하고, 괴롭히며 힘들게 하는 마음)이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보통 허상의 자아가 본래 자아를 억압하며 강요하는 존재로 형성되며, 가장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본래 자아를 중심축으로 허상의 자아와도 적절한 조화와 타협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혜원/드라마 작가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 ‘또 다른 나’는 한 명이 될 수도, 여럿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안에서 수많은 감정과 분노가 소용돌이칠 때, 그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담담하게 응시할 수 있는 여유도 배웠다. 많이 편안해졌다. 요즘 나는 인색하고 이기적인 내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이혜원/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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