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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시대를 잇는 감성·공들인 문장

등록 2010-06-18 19:31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베스트셀러 읽기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문학동네·1만1500원

신경숙의 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지난 5월18일 첫 출간 이후 한 달여 만에 4쇄 14만부가 출고되었으며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종합 1위를 달리고 있다. 작가의 전작인 밀리언셀러 <엄마를 부탁해>보다 초기 판매 속도가 빠르다는 게 출판·서점계의 중론이다. 지방선거와 월드컵이라는 최악의 장애물들 속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이런 결과는 놀랍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의 이런 선전에 <엄마를 부탁해>의 후광이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20대 초반의 남녀 네 사람을 주인공 삼은 이 소설을 두고 ‘청춘을 부탁해’라는 식의 언사가 회자되는 것은 그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설 주인공들은 윤이와 고향 친구 단이, 역시 고향 친구 사이인 미루와 명서 넷이다. 윤이가 수강하는 예술대학의 윤 교수 강의를 미루와 명서가 청강하면서 윤이와 미루·명서는 친구가 되고 청춘의 한 시절을 함께 통과한다.

그들이 통과하는 청춘의 풍경은 지나간 1980년대를 강력하게 환기시킨다. 명동성당과 시청 앞을 비롯한 시내 중심가에서 연일 벌어지는 대학생들의 시위와 그에 맞선 전투경찰의 최루탄,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아닌 타자기와 공중전화라는 소품 등이 그러하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 소설을 80년대 이야기로 읽지 말아 달라”고 주문한다. 염현숙 문학동네 편집국장도 “독자들이 이 작품을 시대적 코드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시대 상황과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거기서 싹트는 사랑과 미움 같은 감정의 문제가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도 충분히 호소력을 지닌다”는 것.


그럼에도 소설의 핵심적인 사건들에서는 역시 80년대의 흔적이 짙게 만져진다. 미루의 언니인 미래는 학생운동권의 핵심 인물과 사귀었는데 당국에 쫓기던 그가 실종되고 결국은 살아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미래는 건물 옥상에서 제 몸에 불을 붙인 채 바닥으로 몸을 날려 자살한다. 언니의 그 일이 계기가 되어 미루는 남자친구였던 명서와도 멀어지게 되며, 명서와 윤이 시위대에 섞여 스크럼을 짜고 노래를 부르며 거리를 행진하는 동안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거식증에 걸려 혼자 죽어간다. 군에 입대한 단이 역시 의문의 오발사고로 죽고 만다.

소설은 이처럼 가까운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 이후 소원해졌던 명서가 8년 만에 윤이에게 전화를 걸어오는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프롤로그의 제목 ‘내.가.그.쪽.으.로.갈.까’는 ‘내.가.그.쪽.으.로.갈.게’라는 에필로그와 조응하면서 수미쌍관의 구조를 보이는데, 프롤로그 제목의 화자가 명서였던 반면 에필로그의 화자는 윤이다. 그 두 소제목을 비롯해 소설 곳곳에 박혀 있는 곱씹어 볼 만한 아포리즘과 공들여 쓴 문장들 역시 독자들을 끄는 요인인 것 같다고 염현숙 국장은 밝혔다.

<어디선가 나를 찾는…>의 이런 선전은 출판사 문학동네에는 행복한 고민을 안겨 주고 있다. 문학동네는 지난해 최대 베스트셀러였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제3권을 내놓을 예정인데, <어디선가 나를 찾는…>과 <1Q84>가 독자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어 출간 시기를 조정해야 했던 것. 염 국장은 “<1Q84>는 현재 번역이 끝나 편집 작업 중이며 7월 중순에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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