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10월 21일 교양 잠깐독서

등록 2013-10-20 20:06수정 2013-10-21 09:01

런던대 교수가 20년간 쓴 ‘조선 신유학’

한국의 유교화 과정
마르티나 도이힐러 지음, 이훈상 옮김
너머북스·2만7000원

스위스 태생의 사학자 겸 인류학자인 마르티나 도이힐러(78) 영국 런던대 명예교수가 20년에 걸친 연구 끝에 쓴 노작. 1992년 영어판 발간 뒤 2003년 <한국 사회의 유교적 변환>이란 제목으로 국내 출간된 이 책은 당시 한국 사학계에 반향이 컸다. 이 책은 두 가설을 내놨다. 첫째, 조선 후기 사회상이 고려시대 사회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둘째, 이런 변동을 연출한 원동력은 ‘신유학’이다.

이 책은 그 가설을 역사학과 사회인류학을 접목시킨 방법론을 발판 삼아 집요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기왕의 연구들처럼 정치사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가문’ 혹은 ‘출계집단’의 형성과 제사, 상속, 여성 지위와 결혼제도 변천을 중심에 놓고 분석했다. 신유학은 삼국 시대나 고려 초기 전래된 유학이 아니라 고려 후기 원나라를 통해 도입된 남송 유학, 곧 주자학이다. 신유학 세력(사대부)은 중국 고대의 한 시기를 이상 사회의 원형으로 보고 사회를 재조직했다. 그렇게 250여년, 변화의 핵심은 이것이다. 조선 초기까지는 가문이 부계와 모계로 이어지는 모든 후손을 망라하며 충원됐던 반면, 17세기 조선에서는 엄격한 부계 체제로 일원화됐다. 이는 여성의 지위 상실, 장자를 제외한 아들의 지위 약화, 서자 차별로 나타났다. 이는 형제 균분 상속한 중국과도 아주 다른 특징이다. 그 책이 새 제목으로 독자와 만난다.
허미경 기자


‘류성룡의 임진왜란’ 80장으로 나눠 번역

교감·해설 징비록
류성룡 지음, 김시덕 역해
아카넷·3만8000원

“그러자 백성들은 … 재신들에게 ‘너희는 평소에 나라에서 주는 녹봉을 도적질해 먹다가 이제는 나랏일을 그르치고 백성을 속이는 것이 이와 같은가’라고 심하게 꾸짖었다. … 부녀자와 아이들이 모두 격노하여 ‘이미 성을 버리기로 하였으면서 왜 우리를 성안에 들여 넣어서 적의 손에 희생당하게 하는가’ 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1592년 4월13일 임진왜란이 일어난 지 17일 만에 선조와 조정은 한양을 버리고 평양으로 피신한다. 백성들에게 평양성을 굳게 지키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다시 평양을 버리고 도망간다. <징비록>에 기록된 백성들의 분노가 400여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징비록>은 류성룡이 임진왜란에서 겪은 일을 기록한 책으로, 여러 차례 한글로 번역된 고전이다. <교감·해설 징비록>은 임진왜란 연구자인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교수가 전체를 80장으로 나눠 번역하고 각 장 뒤에 한문 원문과 해설을 덧붙였다. <징비록>은 널리 읽히며 현재 우리의 관점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대표적인 것이 이순신을 임진왜란의 가장 중요한 영웅으로 묘사한 것이다. “지금 싸움이 급하니 삼가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유언에 관한 일화도 여기에 나온다. 류성룡은 이를 통해 이순신을 천거한 본인이 임진왜란의 숨은 주역임을 강조하려 했다고 김 교수는 해석한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아프리카의 비극은 우리의 공통 운명”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존 리더 지음, 남경태 옮김
휴머니스트·5만3000원

지도를 펼쳐보자. 지형·종족·문명의 경계가 아니라 식민지 경영자들의 편의에 의해 반듯반듯 국경선이 그려진 곳. 아프리카는 착취와 수탈을 온몸으로 증거하는 대륙이다. 절망적인 건 그 상처가 언제 나을지 모른다는 거다. 아프리카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고난을 짊어진 것만 같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오랫동안 거주했고 포토저널리스트로 온갖 분쟁지역과 오지를 탐험한 영국의 인류학자, 존 리더에게 아프리카는 그냥 아프리카다. 그는 지질·지리·기후·경제·문화·정치 각 분야를 무진종횡하며 ‘아프리카 평전’을 엮는다. 지반이 안정된 오래된 대륙,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한 살아 있는 대륙. 아프리카의 엄혹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진화와 문명의 발달 뒤편엔 계급모순, 차별, 폭력이 있었다. 17~18세기 노예무역으로 이득을 본 유럽의 노예상인뿐 아니라 뿌리 깊은 노예제에 기대어 죄책감 없이 동족들을 팔아넘긴 아프리카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프리카는 19~20세기 서구 국가들에 점령당했고, 정치적 역량이 미숙한 채 독립했으며 그 혼돈 역시 진행중이다. 지은이는 아프리카의 불행을 지역적 특수성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비극은 우리 모두를 위축시킨다. 인간은 아프리카에서 진화했고 모든 점에서 공통적이다. 전 지구적 착취의 한계가 알려진 지금 우리는 더욱 공통의 운명에 처해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누드모델 꿈꾸는 ‘철학자 구보씨’

철학자 구보 씨의 세상 생각
문성원 지음
알렙·1만3000원

다시 왜 구보인가? 20세기 소설가 구보씨가 21세기에 철학자로 돌아왔다. 구보를 자처한 철학자 문성원씨는 “철학 얘기를 쉽게 하고자” 한국 문학 사상 가장 사색적이며 소시민적인 인물인 구보를 되살려냈다고 밝힌다. 지금, 여기로 소환된 구보는 그의 연인인 와이(Y)와의 담화를 통해, 예술과 정치, 현실과 철학을 종횡무진한다. 재치 있는 입담, 경쾌한 어조로 세상에 대한 사유를 풀어놓는다.

구보씨는 철학자에게 적절한 노후의 부업은 누드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생뚱맞은 꿈은 “오늘날 벗은 몸은 또 하나의 값비싼 옷”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몸짱 열풍을 거쳐 ‘꿀벅지’니 ‘빨래판 복근’이니 하는 웃지 못할 규정들이 판을 치는 세태를 꼬집은 것이다. 벌거벗음, 곧 노출은 스스로를 과감히 드러내고 박탈당한 처지를 드러냄으로써 진실한 말하기 혹은 초월을 추구한다.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현재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것, 그것이 바로 철학자가 해야 할 일이라 본 것이다. 구보씨는 뱀파이어가 되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가 하면 동물과 채식에 대한 사유도 빼놓지 않는다. 책은 <시>나 <박쥐> 같은 영화를 통해 우리 현실의 삶과 욕망을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철학에서 제1의 과제는 존재가 아니라 윤리”라고 한 레비나스의 지적처럼, 철학에 남은 과제는 이제 가치의 영역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라고 말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