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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강인하고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탄생

등록 2018-05-17 20:05수정 2018-05-18 10:01

정아은(왼쪽부터) 하성란 서영인 심윤경 정홍수 서희원 한창훈 정여울 등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들이 15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정아은(왼쪽부터) 하성란 서영인 심윤경 정홍수 서희원 한창훈 정여울 등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들이 15일 오후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응모작들에서는 인공지능(AI), 재난상황, 고실업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방황, 집단 내에서의 미투(#MeToo) 등 시대상을 반영한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흥미진진한 도입부를 보여준 작품이 많았으나 장편소설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흡인력이나 등장인물을 탄탄하게 형상화한 작품은 소수에 그쳤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7편이었다. <필래요>는 강렬한 도입부로 독자를 빨아들였으나 주제의식이 과하고 결말 부분에 작가의 의도가 넘치게 드러났다. <넋>은 젊은이들의 방황과 인간의 생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색다른 방향에서 접근해 신선한 시각을 보여주었으나 이야기 전개방식이 가벼운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아웃>은 도시 안의 한 장소가 특정한 생태계로 진화해가는 과정을 매력적으로 보여주었으나 주제의식이 약하고 서사의 긴장도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다.

<지하도시 데린쿠유>는 은둔형 외톨이들에 대한 작위적이지 않은 묘사가 눈에 띠었으나 가족사에 따른 결말을 너무 가볍게 처리했다. <더 잘 실패하는 차선의 방법>은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젊은이들의 한계와 가능성을 참신하게 보여주었으나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서사가 다소 약했다. <책방 나라사랑>은 학생운동을 하다 사고를 당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가족의 시선으로 진정성 있게 그려내 많은 공감을 샀으나 작가가 이야기에 너무 많이 개입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주룡>은 일제 강점기에 생존했던 실존인물의 서사를 박력 있고 완성도 높게 전개해 심사위원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으나 다소 단선적인 영웅서사의 성격을 띤다는 점이 단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심사가 진행되면서 논의의 대상은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발랄하게 서사에 접목시킨 <더 잘 실패하는 차선의 방법>과 사회에서 아웃사이더로 분류될 수 있는 이들의 개성을 개연성 있게 그려낸 <지하도시 데린쿠유>, 운동권 학생의 이야기를 가까운 가족의 시선으로 진정성 있게 묘사해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 <책방 나라사랑>, 시원시원하고 굵직한 서사가 펼쳐지는 <주룡> 네 작품으로 압축되었다. 마지막까지 지지를 받았던 작품은 <책방 나라사랑>과 <주룡>이었다.

<책방 나라사랑>은 한 가지 방식으로 회자될 위험성이 큰 ‘학생운동’의 이면을 날카롭고 세심하게 드러내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는 잔상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나 소설이라는 서사양식 측면에서 긴장감이 떨어지고 결말이 단선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점이 단점으로 거론되었다. 단번에 독자를 사로잡은 매력적인 도입부로 시작하는 <주룡>은 역사상 실존했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전개해나가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압축적이고 긴장감 있는 이야기 전개와 망설이지 않는 서사의 전진이 장점으로 꼽혔으나 한편으로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유한한 존재가 필연적으로 품게 되는 망설임의 지점이 너무 빠져 있지 않냐는 지적도 받았다.

완전히 다른 성격의 두 작품을 놓고 토론을 벌인 끝에, 심사위원들은 탄탄한 묘사와 완성된 세계, 강인하고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킨 <주룡>을 당선작으로 선택했다. 간도와 평양을 오가는 광활한 상상력에 기반한 이 강렬한 서사가 기존의 모든 틀이 무너져 내리는 혼란스러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회(서영인 서희원 심윤경 정아은 정여울 정홍수 하성란 한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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