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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50년간 20살 늘어난 수명 행복은 더딘데 장수만 성큼

등록 2007-06-01 18:35

김지석의 종횡사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세계 보건 통계 2007’에서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78.5살(2005년 기준)로 발표했다. 194개 나라 가운데 26위다. 2004년 평균수명은 77살, 2003년은 75.5살이었으니 해마다 1.5살씩 늘어난 꼴이다.

연령별 인구와 사망자 수를 알면 어떤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살지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이 기대여명이며, 같은 연령대의 기대여명을 평균한 것이 평균여명이다. 평균수명은 막 태어난 아기의 평균여명을 말한다. 평균수명은 사망률이 떨어지는 정도에 비례해 늘어난다. 따라서 평균수명이 해마다 1.5살씩이나 늘어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건기구 통계는 분명 잘못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에 낸 ‘2005 생명표 작성결과’에는 2005년 평균수명이 78.6살, 2004년 78.0살, 2003년 77.4살로 돼 있다.

연령대별 사망률은 청소년기에 가장 낮고 해마다 일정 비율로 높아진다. 사람의 경우 사망률이 두 배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인 사망률 배가시간이 8년이라고 〈노화의 과학〉(로버트 리플레프스, 칼리브 핀치 지음, 사이언스 북스 펴냄)은 설명한다. 15살 남성 집단의 연간 사망률을 0.1%(1천명 중 한 명 사망)라고 할 때, 23살 0.2%, 31살 0.4%, 39살 0.8%, 47살 1.6%, 55살 3.2%, 63살 6.4%, 71살 12.8%, 79살 25.6%, 87살 31.2%가 된다. 신기하게도 90살이 넘으면 사망률 증가 속도가 뚝 떨어진다. 자연법칙도 오래 사는 사람을 밀어주는 모양이다.

사람의 사망은 노화의 결과인데, 학자들은 아직 노화 원인을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 못하고 여러 이론을 제시한다. 첫째는 마모이론이다. 손상과 마모, 독성 대사물의 축적, 자외선과 음식, 공기 등에 있는 독으로 인한 단백질과 디엔에이 손상 등이 노화를 유발한다는 이론이다. 둘째는 노년기가 돼야만 해로운 효과를 나타내는 돌연변이가 오랜 진화 과정 동안 유전자에 축적됐다는 돌연변이 축적이론이다. 셋째는 길항적 다면발현 이론으로, 유년기에는 몸속 기관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노년기에는 해를 주는 유전자들 탓에 노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넷째는 손상과 복구 이론이다. 사람의 신체는 항상 환경과 접하면서 손상과 마모를 경험하는데, 이를 복구하면서 치르는 대가가 건강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결국 내적 요인과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해 노화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들 요인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장수의 비법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1970년 61.9살이었다. 2005년까지 해마다 5.8개월(0.48살)씩 늘어났다. 다른 나라보다 좀 빠른 정도다. 지난 50년간 세계 인구의 평균수명은 해마다 5개월 가량 높아져, 불과 반세기 만에 스무살 남짓 더 살게 됐다. 모든 동물을 통틀어 수명 연장에 이렇게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사람의 평균수명은 앞으로 100살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삶의 조건이 새롭게 잘 짜이지 않는다면 긴 수명은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장수는 행복보다 빨리 오고 있다.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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