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조직위원장이 9일 오전 전북대 진수당 최명희홀에서 열린 행사 둘쨋날 학술 프로그램에서 연단에 서서 초청자 연설을 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 현장
“이산이 확산되는 과정 속에서 민족의 경계를 넘어서는 일에 대한 탈근대적인 찬양이 비판 없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경계합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민족과 민족국가의 틀이 가지는 의미를 되묻고 서로 다른 민족들 사이의 대화와 교섭과 공통적인 모색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윤지관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이산(디아스포라)에 관한 논의가 민족의 무화 또는 해체로 나아가는 것을 경계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의 학술 프로그램 중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제1세션 좌장을 맡은 그는 9일 오후 전북대 진수당 최명희홀에서 열린 논의에서 이렇게 밝혔다. 윤 원장의 이런 견해는 “영원히 변치 않는 고향은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이산자들”이라면서 “작가는 국적을 갖고 있지만 문학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로 이산을 긍정적이며 열린 개념으로 이해한 중국 소설가 모옌의 견해와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다. ‘디아스포라’ 세션에는 윤 원장을 비롯해 중국 소설가 류전윈, 팔레스타인 작가 파크리 살레, 그리고 한국 소설가 최인석씨와 오수연씨 등 국내외 문인 17명이 참가해 11일까지 발표와 토론을 이어간다. 언어(좌장 이상규 국립국어원장), 여성(좌장 소설가 이경자), 평화(좌장 시인 김진경), 분쟁지역(좌장 평론가 임헌영) 등 다른 세션들 역시 이날 오후부터 시작해 11일까지 이어진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는 학술 프로그램의 1부 전체 행사 ‘감춰진 노트를 열다’가 개막됐다. 좌장을 맡은 황지우 시인(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은 “오늘 여기 ‘전주 AALF 2007’은 문학이라는 은밀 언어를 가진 우리가 눈빛만으로도 서로를 알아보는, 그래서 안심하고 속엣말을 마음껏 나누는 회합의 자리”라고 선언했다.
황지우 좌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백낙청 조직위원장은 “지배적인 세계 문학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작가들이 만나고 소통하며 서로의 선의와 열정을 확인하는 자리로서 이번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이 앞으로 더 많은 만남들의 좋은 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백낙청 “민족문학 더는 생산적이지 않아”
세계화에 대한 무분별한 찬양 함께 경계”
참가자 총의 모아 ‘전주선언’ 채택 예정 초청국을 대표한 두 사람의 연설에 이어 나왈 엘 사다위(이집트), 루이스 응코시(남아공), 마무드 다르위시(팔레스타인), 셀리나 호세인(방글라데시), 욜란데 무카가사나(르완다), 그리고 황석영씨 등 ‘대표 작가’ 여섯 사람이 이번 학술 프로그램의 주제에 관한 발표를 했다. 황석영씨는 ‘살아남은 자의 글쓰기’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우리의 거대한 대지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지에서 우리 작가들은 같은 가치와 희망을 위해서 글 쓰고 싸우면서 살아남았다”면서 “진정한 평화는 굴종이나 정복에 의해서가 아니라 피압박자 스스로가 상대방과 대등한 관계로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 의해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시인 마무드 다르위시는 ‘유랑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추방과 유랑의 삶을 살아야 하는 자신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유랑 속의 조국이 나를 점령했다. 조국 안의 유랑이 나를 점령했다”면서 “나는 내 나라가 자유로워지기 전에는 결코 나 홀로 자유로운 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각오를 밝혔다. 남아시아 7개 나라 단편소설 50편을 모아 <남아시아 여성주의 소설>이라는 선집을 낸 바 있는 방글라데시 소설가 셀리나 호세인은 “전체적인 여성의 삶의 상황이 무엇이든지 간에 작가는 이 삶을 그려내며 대항하고 저항하며, 진실을 밝혀 내려고 노력하고, 삶의 편에서 문학이 계속 목소리를 내도록 헌신한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치러진 개막식으로 문을 연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은 11일까지 학술 행사를 열고 참가자들의 총의를 모은 ‘전주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학술 프로그램과 함께 ‘알프 문학관 이벤트홀’과 전주 한옥마을 등에서는 시노래 모임 ‘나팔꽃’ 공연과 판화가 남궁산씨의 장서표 전시회, 작가와의 대화, 시낭송회, 백일장 등의 부대 행사가 다채롭게 열려 문학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전주/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세계화에 대한 무분별한 찬양 함께 경계”
참가자 총의 모아 ‘전주선언’ 채택 예정 초청국을 대표한 두 사람의 연설에 이어 나왈 엘 사다위(이집트), 루이스 응코시(남아공), 마무드 다르위시(팔레스타인), 셀리나 호세인(방글라데시), 욜란데 무카가사나(르완다), 그리고 황석영씨 등 ‘대표 작가’ 여섯 사람이 이번 학술 프로그램의 주제에 관한 발표를 했다. 황석영씨는 ‘살아남은 자의 글쓰기’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우리의 거대한 대지 아프리카와 아시아 각지에서 우리 작가들은 같은 가치와 희망을 위해서 글 쓰고 싸우면서 살아남았다”면서 “진정한 평화는 굴종이나 정복에 의해서가 아니라 피압박자 스스로가 상대방과 대등한 관계로 자신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에 의해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시인 마무드 다르위시는 ‘유랑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추방과 유랑의 삶을 살아야 하는 자신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유랑 속의 조국이 나를 점령했다. 조국 안의 유랑이 나를 점령했다”면서 “나는 내 나라가 자유로워지기 전에는 결코 나 홀로 자유로운 자가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각오를 밝혔다. 남아시아 7개 나라 단편소설 50편을 모아 <남아시아 여성주의 소설>이라는 선집을 낸 바 있는 방글라데시 소설가 셀리나 호세인은 “전체적인 여성의 삶의 상황이 무엇이든지 간에 작가는 이 삶을 그려내며 대항하고 저항하며, 진실을 밝혀 내려고 노력하고, 삶의 편에서 문학이 계속 목소리를 내도록 헌신한다”고 말했다. 8일 오후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치러진 개막식으로 문을 연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은 11일까지 학술 행사를 열고 참가자들의 총의를 모은 ‘전주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학술 프로그램과 함께 ‘알프 문학관 이벤트홀’과 전주 한옥마을 등에서는 시노래 모임 ‘나팔꽃’ 공연과 판화가 남궁산씨의 장서표 전시회, 작가와의 대화, 시낭송회, 백일장 등의 부대 행사가 다채롭게 열려 문학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전주/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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