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미얀마 양곤시 술레탑 인근 슈웨본타 거리에서 시민들이 야당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아버지이자 독립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장군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hani.co.kr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읽는다.”
1988년에 설립된 ‘도서출판 푸른숲’이 야심찬 작업을 새로 시작했다. 지난 9월 말 ‘아시아 전문’을 내걸고 따로 만든 또 하나의 출판사 ‘아시아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아시아 전문이라 내걸었으니 아시아 지역에 관한 책만 만들겠다는 뜻이겠지만 그것만으로 그런 이름을 붙이진 않았다. 아시아 네트워크가 말하는 아시아는 “식민, 독립투쟁과 대립, 냉전, 경제발전과 독재 부패, 민주화 투쟁, 경제환란 속에서 맞은 2000년까지 역사적 경험을 공유한 아시아”다. 출판사 소개장에 들어 있는 다음과 같은 자문과도 상통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외국’은 미국·유럽·중국·일본뿐인가? 이 오랜 사랑은 대답 없는 짝사랑이 아닐까?” 그러니 아시아 네트워크가 겨냥한 아시아는 동아시아에서 동남아·서남아·인도·중동·중앙아시아까지 주로 침탈당한 상처를 간직한 아시아 지역이다.
그럼 이들 지역에 관한 책만 내면 소임 완수냐? 물론 아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 말하게 한다’는 것이다. 각 지역 현장의 전문가들이 자신들 얘기를 하게 하는 것이다. 이미 출간됐거나 곧 연이어 출간될 책들은 버마(미얀마)·레바논·인도네시아·인도·히말라야·동티모르 등의 ‘그들만이 가장 잘 아는’ 얘기들을 다루거나 화교와 아시안 영어, 아시아 각국 기자들과 분쟁현장 등 취재 냄새 물씬 나는 특별한 주제들을 담았다. 필자들은 국제사회에 뉴스를 공급하는 현지 유력 미디어(대부분 영자지)의 노련한 남녀 기자들, 교수, 사회문제 비평가, 저널리스트, 사회운동가들이다. 우리는 저들의 아시아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시아에게 우리는, 우리에게 아시아는 무엇인가?
아시아전문 출판사 ‘아시아 네트워크’ 첫걸음
현장 전문가들 참여해 생생한 목소리 전달
“아시아를 실천적 연대의 공동체로” 아시아 네트워크가 내건 삼엄한 ‘원칙’이 예사롭지 않다. “책의 주제와 지향을 아시아 네트워크가 주도적으로 기획할 것. 번역보다 새로운 원고 생산을 우선할 것. 저자는 아시아에 뿌리내려 살고 있는 사람일 것. 서구에 의한 아시아 왜곡을 경계하듯 아시아에 의한 아시아 왜곡을 경계할 것. 한국과 아시아에서만 읽는 책이 아니라 세계가 읽을 수 있도록 저자와 주제를 엄선하고 원고 품질을 확보할 것.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원고를 영어로 생산할 것. 특별한 경우를 빼고 세계 저작권을 아시아 네트워크가 소유·관리할 것. 출판시장이 적은 국가·언어권의 출판 지원방법을 모색할 것. 책의 지향과 내용에서 국가·조직·단체의 이익보다 시민의 이익을 우선할 것.” 왜 이런 출판사를 만들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김수진 대표는 “바깥에 나가면 주눅 드는 게 싫고 화가 나서”라고 대답했다. “사상·교양·문명·선진경제·정치의 글로벌 스탠더드. 그리고 룰과 예의, 교양 등 모든 게 다 서양이 표준이다. 미래도 그래야 하나? 출판기획자로서 한탄만 하고 있는 것도 화나게 했다. ‘선진 선진’하지만 결국 그들이 찬탈해간 것 아닌가. 우리도 그들처럼 되고 싶은 것인가?” 그가 생각하는 아시아 네트워크의 할일은 “아시아가 상상의 공동체를 넘어 현실적 공동체로, 패권적 공동체를 넘어 실천적으로 연대하는 공동체로 가는 길은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2년 전부터 아시아 인물 시리즈를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문태씨의 체험과 아이디어를 보태면서 그렇게 방향을 잡았다. 정 기자는 이미 2003년께부터 비슷한 구상을 다듬었고, 자신이 주간지 〈한겨레 21〉을 통해 아시아 각국 기자와 전문가를 묶어 취재 네트워크를 구성했던 경험을 이번 일에서도 살렸다. 정 기자를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버마 현대사 전문가 버틸 린트너, 〈아시아 타임스〉 선임기자 사티야 시바르만 등이 아시아 네트워크의 현지 편집진 구실을 맡았다. 첫 작품은 지난주에 나온 버틸 린트너의 〈아웅산수찌와 버마 군부〉. 기획한 지 2년여 만에 빛을 본 이 책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현장 전문가들 참여해 생생한 목소리 전달
“아시아를 실천적 연대의 공동체로” 아시아 네트워크가 내건 삼엄한 ‘원칙’이 예사롭지 않다. “책의 주제와 지향을 아시아 네트워크가 주도적으로 기획할 것. 번역보다 새로운 원고 생산을 우선할 것. 저자는 아시아에 뿌리내려 살고 있는 사람일 것. 서구에 의한 아시아 왜곡을 경계하듯 아시아에 의한 아시아 왜곡을 경계할 것. 한국과 아시아에서만 읽는 책이 아니라 세계가 읽을 수 있도록 저자와 주제를 엄선하고 원고 품질을 확보할 것.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원고를 영어로 생산할 것. 특별한 경우를 빼고 세계 저작권을 아시아 네트워크가 소유·관리할 것. 출판시장이 적은 국가·언어권의 출판 지원방법을 모색할 것. 책의 지향과 내용에서 국가·조직·단체의 이익보다 시민의 이익을 우선할 것.” 왜 이런 출판사를 만들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김수진 대표는 “바깥에 나가면 주눅 드는 게 싫고 화가 나서”라고 대답했다. “사상·교양·문명·선진경제·정치의 글로벌 스탠더드. 그리고 룰과 예의, 교양 등 모든 게 다 서양이 표준이다. 미래도 그래야 하나? 출판기획자로서 한탄만 하고 있는 것도 화나게 했다. ‘선진 선진’하지만 결국 그들이 찬탈해간 것 아닌가. 우리도 그들처럼 되고 싶은 것인가?” 그가 생각하는 아시아 네트워크의 할일은 “아시아가 상상의 공동체를 넘어 현실적 공동체로, 패권적 공동체를 넘어 실천적으로 연대하는 공동체로 가는 길은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것이다.
2년 전부터 아시아 인물 시리즈를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국제분쟁 전문기자 정문태씨의 체험과 아이디어를 보태면서 그렇게 방향을 잡았다. 정 기자는 이미 2003년께부터 비슷한 구상을 다듬었고, 자신이 주간지 〈한겨레 21〉을 통해 아시아 각국 기자와 전문가를 묶어 취재 네트워크를 구성했던 경험을 이번 일에서도 살렸다. 정 기자를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버마 현대사 전문가 버틸 린트너, 〈아시아 타임스〉 선임기자 사티야 시바르만 등이 아시아 네트워크의 현지 편집진 구실을 맡았다. 첫 작품은 지난주에 나온 버틸 린트너의 〈아웅산수찌와 버마 군부〉. 기획한 지 2년여 만에 빛을 본 이 책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