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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국인이 느낀 위로를 일본인도 그대로 느끼더라고요”

등록 2012-03-22 15:35수정 2012-03-23 11:11

뮤지컬 ‘빨래’ 연출자 추민주씨.
뮤지컬 ‘빨래’ 연출자 추민주씨.
[디어청춘] (18) 뮤지컬 ‘빨래’ 연출 추민주씨
빨래 너는 중에 말 걸어온 옆집 옥탑남자가 계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재를 무대에 올릴 것”
“빈 극장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두근거려요. 오늘 공연은 잘 될까? 관객들은 어떤 상상을 할까?”

뮤지컬 ‘빨래’를 연출한 추민주씨가 에 출연해 작가와 뮤지컬 연출가를 꿈꾸는 청춘들을 만났다. 그는 ‘빨래’의 대본을 쓰게 된 과정과 연출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했다. 먼저, 텅 빈 극장에 어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고민했던 지난 시간을 더듬었다.

“언젠가 빨래를 널고 있는데 옆집 옥탑에 그림처럼 한 남자가 나타나서 제게 말을 거는 거예요. 처음엔 대답을 잘못 했죠. ‘날씨가 참 좋아요’하면서 너스레를 떨었어요. 그 뒤로 가끔 옆집 옥탑에 널린 빨래를 보면서 저 사람은 저런 빤스를 입는구나. (웃음) 저런 셔츠를 입는구나.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했죠. 빨래를 널던 그 순간이 제겐 쉼표 같았어요.”

그는 빨래를 통해서 사람을 만나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느낀 이야기를 글로 쓰기 시작했다. 라면을 사러 자주 찾아간 슈퍼마켓에서 ‘어떤 이야기가 벌어질까’를 상상하다가, 극중에서 사랑의 불꽃이 튀는 중요한 장소로 설정됐다. 그러던 어느 날,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공간인 ‘방’이, 불쑥 말을 걸어왔다.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방을 구하는 일이고, 저 역시도 방을 구하는 게 가장 어려웠죠. 방은 꿈을 꾸고, 내일을 준비하는 공간인데, 그 방을 구하는 일이 너무 힘들잖아요. 작품 속 주인공들도 방 구하는 일로 애를 먹습니다.”

빨래와 방을 구하는 일은 대체 무슨 상관이 있었던 걸까? “방을 찾아 헤매는 이 고단한 삶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게 뭘까 고민했어요. 그건 조금 엉뚱할 수도 있지만, 빨래가 아닐까요? 매일 해야 하는 노동인 빨래를 쉬지 않고 널고, 개고, 다시 옷장에 넣고 새 옷을 꺼내 입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 사진 명랑시어터 수박 제공.
뮤지컬 ‘빨래’의 한 장면. 사진 명랑시어터 수박 제공.

2007년부터 시작된 뮤지컬 빨래는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추씨는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참고 사는 이주 노동자, 장애인 딸을 방안에서 보듬고 살아가는 주인 할머니, 꿈을 잃어버린 20대 직장여성 등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웃에 주목한다.

빨래의 따뜻한 메시지는 지난해,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갔다. 대지진 이후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일본 사람들을 위로했고 그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도시에 모여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뭘까요? 쉴 수 있는 방, 할 수 있는 일, 사랑입니다. 어떤 도시를 막론하고 이 3가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죠. 빨래를 통해 일본 관객들도 살아간다는 느낌을 받았고, 덕분에 앞으로 일본에서도 지속적으로 빨래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여학교 졸업식 날, 친구들끼리 화장을 해주면서 우정을 나누던 순간의 에피소드를 담은 연극 ‘수박’, 연애 과정 속에서 여성의 다양한 심리를 섬세하게 잡아낸 연극 ‘그 자식 사랑했네’도 추씨의 작품이다. 현직 간호사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연극 ‘장밋빛 인생’은 그에게 특별하다.

“우리는 돌봄이 필요한 세상에서 살고 있잖아요. 넓은 주제로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죠. 간호사들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최근에는 간호사들이 직접 연극에 참여해서 소셜시어터(Social Theater)가 됐죠. 덕분에 간호사와 환자, 환자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그는 지금과 같은 눈높이로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살면서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누군가의 삶, 그동안 조명하지 않았던 여성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거리를 걸으면서 펼쳐진 이야기 중에 저와 여러분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들을 무대로 들고 오겠습니다.”

뮤지컬 빨래는 새로운 얼굴로 봄을 맞는다. 4월 4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지친 도시인의 삶을 위로한다.

글·영상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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