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융 소설 <3화>
교회1)
쥐는 너무너무 무서웠는지 찍소리도 못 하고 인간의 등 뒤에 딱 붙어 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 멀리 중동의 아랍에미리트2)까지 가서 큰소리를 뻥뻥 치던 쥐의 의기양양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등에서 떨어질까 봐 꼬옥 안은 채,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어색하고 이상하기까지 했습니다.
인간은 등 뒤에 쥐를 매달고 전속력으로 달렸습니다. 오토바이가 부붕 소리를 내며, 한강을 건넜습니다. 이상하게도 경찰들이 차선을 위반하며 과속까지 하는 오토바이를 보고도 잡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아름답고 유연하게 곡선을 만들며 차선을 넘나들었습니다. 차선을 바꿀 때마다 오토바이가 넘어질 정도로 심하게 기울어졌습니다. 그때마다 쥐는 숨을 멈추고, 인간의 등을 더욱 강하게 꼬옥 끌어안았습니다.
인간과 쥐를 태운 오토바이는 한강을 건너, 약수역을 지나, 종로5가를 지나 대학로를 향해 내달렸습니다. 오토바이가 좁은 골목으로 꺾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중심을 잃은 오토바이가 뒤뚱거렸습니다. 길을 걷던 행인들은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고래고래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쥐에게 하는 욕인지, 인간에게 하는 욕인지, 오토바이에 하는 욕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소 무심한 표정으로 속도도 줄이지 않고 골목 사이를 내달렸습니다. 인간의 등 뒤에 붙어 있던 쥐는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이었습니다. 쥐는 꽁꽁 얼어붙은 것처럼 하얗게 질려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잃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쥐는 꽤 의기양양했습니다. 3개월 만에 교회3)를 찾은 쥐는 다시 세상을 얻은 양 환하게 웃었으며, 심지어 사람들에게 여유롭게 꼬리까지 살랑살랑 흔들어주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쥐를 환영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쥐를 연호하며, 짝짝짝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교회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곳인지, 쥐‘님’을 찬양하는 곳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쥐를 환영한다는 현수막4)도 보였습니다. 쥐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글귀도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인간은 의아했습니다. 사람들이 왜 쥐를 환영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인간들이 쥐를 찬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쥐는 씨익 웃었습니다. 웃는 순간, 작디작은 쥐의 눈이 양옆으로 쪽 찢어졌습니다. 그 모습이 쥐를 한결 못나 보이게 했습니다. 사인을 부탁하며 성경책을 내미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쥐는 아주 익숙한 듯 성경책에 사인을 쓱쓱 해줬습니다. 사진 찍는 신도들을 위해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포즈도 취했습니다.
그것이 몇 시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쥐의 얼굴에는 생기가 뱅뱅 돌았습니다. 쥐는 방금 사우나를 마치고 나온 것처럼 뽀송뽀송한 얼굴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5)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쥐는 예배를 마친 후 평화롭게 자신의 소굴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겁니다. 교회에서 소굴6)까지는 불과 2.26km밖에 되지 않으니 그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교회에서 나와 한강을 건너 서울의 북쪽으로 넘어오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입니다. 쥐는 원래 한강뿐만 아니라 모든 강들을 참 사랑했습니다.7) 하지만 이상하게도 한강의 북쪽보다는 남쪽을 좋아했습니다.8) 그랬기에 쥐는 낯모르는 인간의 등에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 오토바이까지 타고 강북에 가게 될 줄은 정말정말 몰랐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쥐는 원래 상상력이 형편없습니다.
인간은 쥐를 등에 매단 채, 오토바이에서 폴짝 뛰어내렸습니다. 오토바이가 균형을 잃고 넘어져 주차장 바닥에서 빙그르 돌았지만 인간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뒤따라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건물의 지하로 후다닥 내려갔습니다. 쥐는 인간의 등에서 뛰어내릴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았습니다. 쥐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 인간은 빠르게 계단을 후다닥 뛰어 내려갔습니다.
건물 지하에는 벙커가 있었습니다. 76.2mm 평사포, 122mm 대구경 포, 130mm 대구경 포의 연속 공격9)에도 끄떡없을 것 같이 튼튼한 벙커였습니다. 쥐에게 벙커는 익숙한 장소였습니다. 쥐는 무서울 때마다 벙커에 꼭꼭 숨는 습관이 있습니다.10) 몇 년 사이 여러 차례 벙커에 숨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쥐는 겁이 참 많았습니다.
인간이 지하 벙커의 문을 열었습니다. 안이 깜깜했습니다.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인간은 쥐를 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쥐는 바닥에 한 번 퉁 하고 튕기더니 구석으로 데굴데굴 굴러갔습니다.
그리고 문이 스르르 닫혔습니다. 그 안에는 쥐와 인간 단둘뿐이었습니다.
독자의 기호에 따라 주석에 밝힌 신문 기사들과 곁들여 읽으셔도 재미있습니다.
1) 〈서울경제〉 2013년 8월 9일 자 <“이명박 전 대통령, 소망교회 안 다닌다”>
2) 〈뉴데일리〉 2012년 12월 6일 자 <이명박 대통령 5년 출장 기록 살펴보니…>
3) 〈뉴시스〉 2013년 3월 3일 자 <소망교회 예배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4) 〈이데일리〉 2013년 3월 3일 자 <이명박 前대통령, 퇴임 후 첫 소망교회 예배 참석>
5) 〈중앙일보〉 2013년 8월 5일 자 <먹방 3대천왕은? “강호동·하정우·이명박 전 대통령”…왜?>
6) 〈민중의소리〉 2013년 7월 11일 자 <전두환 자택 앞을 닮아가는 이명박 자택 앞>
7) 〈프레시안〉 2013년 7월 17일 자
8) 〈경향신문〉 2008년 6월 6일 자 <이명박 정부 부동산 정책…‘강부자’ 만 있고 ‘서민’은 없다>
9) 〈공감코리아〉 2010년 12월 8일 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남북 관계>
10) 〈아시아경제〉 2012년 12월 27일 자 <‘지하벙커’ 비상경제회의, MB 임기와 함께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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