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MBC ‘무한도전’ 인기비결
<무한도전>(문화방송)의 성공은 이변이었다. 지난해 방영 초반 시청률 4~5%에서 허덕이며 방송사 안에서조차 “그게 될까?” 하던 프로그램이 7월 10%대로 올라섰다. 올 1월 들어서는 20% 문턱을 넘었다. 3일에는 주말 예능프로그램의 터줏대감 <스펀지>(한국방송2)를 누르고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이 프로그램을 두고 나온 것은 아닐까.
몇년간 시행착오 끝 20% 시청률
점보기 · 때밀이 등 주어진 도전서 각자 캐릭터대로 즉석웃음 제조 캐릭터가 살아있다…‘유 반장’과 다섯남자들=인기는 캐릭터 구축에서 시작됐다. 진행자들에게 성격을 부여해 파생되는 에피소드로 재미를 선사한다. 버라이어티 오락프로그램인데도 드라마처럼 맡은 바 캐릭터가 주어진 것이다. <무한도전>은 출연 개그맨들의 실제 성격을 그대로 끌어들였다. ‘유 반장’ 유재석, ‘박 사장’ 박명수, ‘식신’ 정준하, ‘어색한 뚱보’ 정형돈, ‘짧은 아이’ 하하, ‘퀵 마우스’ 노홍철. 현실과 캐릭터 설정이 구분되지 않는 이 여섯 남자는 친근함을 무기로 뜻밖의 재미를 제공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알고 보면 <무한도전>은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안착한 프로다. 전신인 ‘무모한 도전’은 2005년 <토요일>이란 프로그램 중 한 코너로 시작했는데, 시청률은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태호 피디는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먹히기 시작한 것은 멤버 각자에게 캐릭터가 부여되면서부터라고 했다. “그 전엔 각자의 재미있는 캐릭터가 도전에 가려 잘 살지 않았습니다. 영화 <엑스맨>처럼 특기를 하나씩 갖고 있는 어리숙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어떨까를 떠올렸습니다. 사람들의 내용물을 알면 몸은 더 웃겨 보이지 않을까요?” 예상은 적중했다. 스튜디오에 자리를 잡고 게임을 하면서 겉돌던 캐릭터도 점차 정리가 됐다.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이 주축이 되어 출연자가 자주 바뀌었던 프로그램은 하하, 정준하가 자리를 잡으면서 비로소 6인 6색을 갖추게 되었다. 김 피디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 인간임을 자처하는 그들이 울고, 웃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이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진짜 리얼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의 게시판에는 주말에만 몇만 건의 의견이 올라온다.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멤버의 순위를 매기고, 제7의 멤버 후보를 올리기도 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무한도전>은 정말 리얼 버라이어티일까? 김태호 피디는 “그렇다”고 말한다. 멤버들이 미리 알고 있다면 그것이 표정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본은 있다. 작가들이 기본적인 구성과 대사를 적어놓는다. 그러나 출연자들의 즉흥연기로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무한도전> 인기 요소 중 하나인 자막은 김 피디와 조연출이 함께 쓴다. “자막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재미가 없다는 증거”라는 게 김 피디의 지론이다.
<무한도전>은 매회 독특하고 엉뚱한 아이템으로 설정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때 밀기’, ‘신년 운세 보기’ 같은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깊이 생각지 않는 것이 신선한 아이템을 내놓는 비결이다. 예컨대 “새해가 됐으니 묵은 때를 벗자고 해서 실제로 때를 벗었고, 시청자들에게 눈을 보여주고 싶어 뉴질랜드로 날아갔다"는 식이다. 아이템 구현을 위한 세밀한 노력은 물론 필수다. 김 피디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장소선정에 신경 쓴다"고 했다. ‘때 밀기’편에 나온 그 구조의 목욕탕을 찾으려고 사흘을 뒤졌고, ‘농촌체험’편에서는 추수를 막 시작한 논을 찾아 닷새를 돌아다닌 끝에 강화도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이렇게 준비한 내용은 한달을 내다보며 '강약'의 흐름에 따라 배치된다. 1월 한 달간은 2006년 <무한도전>을 되돌아보고, 2007년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들로 꾸렸다는 것이다. 김 피디는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흐름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포기한다"면서 "한 회 한 회를 평가하지 말고 전체의 흐름을 봐 달라"고 당부했다.
무한 도전은 계속된다= <무한도전>이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데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취약 시청층인 40~50대 여성층을 잡았다는 데 있다. 1월 들어서면서 방학을 맞아 자녀를 따라 들어온 중장년층 여성 시청률이 주시청층인 10~20대만큼이나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인기가 높아지는 데 따른 다양한 요구로 <무한도전>은 새로운 고민을 맞고 있다. 도전의 강도가 약해진다는 지적과 함께 일곱번째 멤버, 열애설 등 내용을 떠난 다른 부분이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제의도 들어온다고 한다. 연출자 김 피디의 생각은 어떨까? “비주류 프로그램이 주류로 올라서니 고민이 더 많습니다. 정체성이 모호해질까 걱정도 되고, 구설에 오르는 것도 싫습니다. 우리는 20%를 넘을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꼭 보는 사람은 13~15%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만 해도 잘하는 것 아닐까요?”
<무한도전>은 버라이어티와 콩트를 혼합한 시도와 정극 드라마를 선보이는 등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점보기 · 때밀이 등 주어진 도전서 각자 캐릭터대로 즉석웃음 제조 캐릭터가 살아있다…‘유 반장’과 다섯남자들=인기는 캐릭터 구축에서 시작됐다. 진행자들에게 성격을 부여해 파생되는 에피소드로 재미를 선사한다. 버라이어티 오락프로그램인데도 드라마처럼 맡은 바 캐릭터가 주어진 것이다. <무한도전>은 출연 개그맨들의 실제 성격을 그대로 끌어들였다. ‘유 반장’ 유재석, ‘박 사장’ 박명수, ‘식신’ 정준하, ‘어색한 뚱보’ 정형돈, ‘짧은 아이’ 하하, ‘퀵 마우스’ 노홍철. 현실과 캐릭터 설정이 구분되지 않는 이 여섯 남자는 친근함을 무기로 뜻밖의 재미를 제공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알고 보면 <무한도전>은 몇 년의 시행착오 끝에 안착한 프로다. 전신인 ‘무모한 도전’은 2005년 <토요일>이란 프로그램 중 한 코너로 시작했는데, 시청률은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태호 피디는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먹히기 시작한 것은 멤버 각자에게 캐릭터가 부여되면서부터라고 했다. “그 전엔 각자의 재미있는 캐릭터가 도전에 가려 잘 살지 않았습니다. 영화 <엑스맨>처럼 특기를 하나씩 갖고 있는 어리숙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어떨까를 떠올렸습니다. 사람들의 내용물을 알면 몸은 더 웃겨 보이지 않을까요?” 예상은 적중했다. 스튜디오에 자리를 잡고 게임을 하면서 겉돌던 캐릭터도 점차 정리가 됐다. 유재석,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이 주축이 되어 출연자가 자주 바뀌었던 프로그램은 하하, 정준하가 자리를 잡으면서 비로소 6인 6색을 갖추게 되었다. 김 피디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 인간임을 자처하는 그들이 울고, 웃고 때로는 다투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이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하하, 정준하, 유재석
정형돈, 박명수, 노홍철
정형돈, 박명수, 노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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