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앞둔 ‘거침없이 하이킥’. 사진 문화방송 제공
종영 앞둔 ‘거침없이 하이킥’
돈 중심 재편되는 관계 담아
멜로·미스테리 뒤섞어 재미 두배
일일 편성 뒷받침할 시스템 과제로 문화방송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13일 막을 내린다. 지난해 11월에 시작해 거침없이 8개월을 달려왔다. <…하이킥>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순재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을 담았다.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로 ‘시트콤의 귀재’라 불리는 김병욱 피디가 <귀엽거나 미치거나> 이후 1년6개월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일일드라마 뒤 뉴스데스크’라는 편성 공식을 깬 문화방송이 프라임타임(저녁 8시20분)에 시청자를 끌어들이려고 투입한 구원투수이기도 했다. 종영 1주일을 앞둔 <…하이킥>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를 짚어봤다. ■ 관계를 드러내다 = 김병욱 피디는 <…하이킥> 방영 전 <한겨레>와의 인터뷰(2006년 11월1일치)에서 “모든 인간관계에서 두 사람이 모이면 힘의 권력문제가 생긴다. 가족 안의 관계를 통해 가족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이킥>의 관심은 권력관계다. 이순재, 나문희의 전통적인 부부관계에서 박해미 이준하의 실질적인 권력관계, 이민용, 이민호, 이윤호는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관계를 맺고 갈등을 빚으며 성장한다. <순풍…> <웬만해선…> <똑바로…>에서도 비슷한 가족구성원이 등장했다. <…하이킥>은 전작들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의 달라진 가족관계를 드러냈다. <순풍…> 때는 아버지 오지명이 집안의 권력을 갖고 있었지만 <…하이킥>에서는 며느리 박해미로 권력이 이동했다. 이동의 원인은 경제력이다. <…하이킥>에서 박해미는 정준하와 결혼한 뒤 작은 한의원을 일으켜 실권을 쥐었다. 시아버지 순재는 명목상 집안의 가장이지만 해미의 말을 거절하지 못한다. 직장을 잃은 준하는 아내 앞에서 큰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변변치 않은 아들을 둔 시어머니 문희도 며느리 앞에서 이렇다할 힘이 없다. <…하이킥>은 여느 드라마에서도 보여주지 않은 권력변화에 주목하며 시트콤은 사회를 반영해야 한다는 동시대성을 따랐다. ■ 장르를 허물다 = 노도철 피디가 만든 <안녕, 프란체스카> 이후 시트콤은 웃기기만 한 장르의 틀을 벗었다. 감동과 마지막에 실타래가 풀어지는 비밀을 안고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게 됐다. <…하이킥>은 한발 더 나아갔다. 미스터리, 멜로, 학원물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김 피디는 방영 전 인터뷰에서 “정통시트콤으로 승부할 생각은 아니다. 다양한 드라마 장르를 녹여낸 시트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이킥>은 2036년에 살고 있는 민용의 아들 준이가 자신이 태어난 해인 2006년을 회상하면서 시작한다. 첫 회에 북핵문제 등 시트콤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장면들을 언급하는 등 대하드라마 형식을 도입부에 집어넣었다. 할머니 문희의 이웃으로 나오는 개성댁이 실종된 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반전이 거듭되고, 유미 가족의 정체는 6월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또 <연애시대>를 패러디한 민용·민정·신지 삼각구도는 멜로드라마를, 민호·범은 동성애 코드를 연상케 했다. 노도철 피디는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는 사라지고 있다. <…하이킥>은 그 점을 잘 살린 작품”이라고 평했다. <…하이킥>은 일일시트콤으로는 처음으로 스튜디오 카메라와 이엔지 카메라 비율을 4 대 6으로 맞추어 웰메이드 드라마를 지향했다. 5월1일 방영한 유미와 문희가 고스톱을 치는 장면에서는 스튜디오 촬영도 이엔지 카메라로 찍어 완성도를 높였다. 문희의 뺨에 흐르는 땀과 먹고 먹히는 고스톱 신을 잘게 끊어 담은 장면은 드라마와 맞먹는 긴장감을 주었다.
■ 부활로 이어질까? = <…하이킥>의 성공은 시트콤의 전형을 깨며 시청률 15~20%을 유지하며 사랑받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남겨놓았다. 매일 복선이나 단서를 깔고, 사건을 배치해야 하는 복합구조에 ‘일일편성’은 장애물로 작용했다. 러브라인을 늘려 주목받았지만, 애초에 말하려고 했던 고부간의 갈등과 준하를 통한 가장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다루지 못했다. 빠듯한 일정으로 장르의 완성도를 높이지 못해 멜로 하는 사람은 멜로만 하게 되면서 단편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버렸다. 김병욱 피디는 “<…하이킥> 성공이 후속작품으로 이어지려면 제작시스템이 뒷받침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영 1주일을 남겨둔 <…하이킥>은 결론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김병욱표 시트콤은 그동안 마지막이 쓸쓸했다. <웬만해선…>은 며느리이자 엄마였던 박정수가 암으로 죽었다. <똑바로…>에서는 모든 캐릭터가 각자 심각한 문제를 안고 끝을 맺었다. 그런 의미에서 <…하이킥>도 119회에 방영한 2017년 5월 나문희가 고스톱의 쓰라린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이 복선은 아니었을까? 잠깐 보인 문희의 표정이나 집안의 분위기는 전작들처럼 쓸쓸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멜로·미스테리 뒤섞어 재미 두배
일일 편성 뒷받침할 시스템 과제로 문화방송 일일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이 13일 막을 내린다. 지난해 11월에 시작해 거침없이 8개월을 달려왔다. <…하이킥>은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순재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을 담았다.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로 ‘시트콤의 귀재’라 불리는 김병욱 피디가 <귀엽거나 미치거나> 이후 1년6개월 만에 내놓은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일일드라마 뒤 뉴스데스크’라는 편성 공식을 깬 문화방송이 프라임타임(저녁 8시20분)에 시청자를 끌어들이려고 투입한 구원투수이기도 했다. 종영 1주일을 앞둔 <…하이킥>의 의미와 남겨진 과제를 짚어봤다. ■ 관계를 드러내다 = 김병욱 피디는 <…하이킥> 방영 전 <한겨레>와의 인터뷰(2006년 11월1일치)에서 “모든 인간관계에서 두 사람이 모이면 힘의 권력문제가 생긴다. 가족 안의 관계를 통해 가족이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하이킥>의 관심은 권력관계다. 이순재, 나문희의 전통적인 부부관계에서 박해미 이준하의 실질적인 권력관계, 이민용, 이민호, 이윤호는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관계를 맺고 갈등을 빚으며 성장한다. <순풍…> <웬만해선…> <똑바로…>에서도 비슷한 가족구성원이 등장했다. <…하이킥>은 전작들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의 달라진 가족관계를 드러냈다. <순풍…> 때는 아버지 오지명이 집안의 권력을 갖고 있었지만 <…하이킥>에서는 며느리 박해미로 권력이 이동했다. 이동의 원인은 경제력이다. <…하이킥>에서 박해미는 정준하와 결혼한 뒤 작은 한의원을 일으켜 실권을 쥐었다. 시아버지 순재는 명목상 집안의 가장이지만 해미의 말을 거절하지 못한다. 직장을 잃은 준하는 아내 앞에서 큰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변변치 않은 아들을 둔 시어머니 문희도 며느리 앞에서 이렇다할 힘이 없다. <…하이킥>은 여느 드라마에서도 보여주지 않은 권력변화에 주목하며 시트콤은 사회를 반영해야 한다는 동시대성을 따랐다. ■ 장르를 허물다 = 노도철 피디가 만든 <안녕, 프란체스카> 이후 시트콤은 웃기기만 한 장르의 틀을 벗었다. 감동과 마지막에 실타래가 풀어지는 비밀을 안고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게 됐다. <…하이킥>은 한발 더 나아갔다. 미스터리, 멜로, 학원물 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김 피디는 방영 전 인터뷰에서 “정통시트콤으로 승부할 생각은 아니다. 다양한 드라마 장르를 녹여낸 시트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거침없이 하이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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