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문> 배급위원들이다. 김영희씨만 웃었다. “교도소에서 남편이 신문에 나온 사진 보면 좋아할 거예요.” 용산참사 당일 망루에 올랐다가 구속된 남편은 대구교도소에 수감중이다. 용산참사 유가족 전재숙(고 이상림씨 부인)씨와 영화 포스터에 얼굴을 기부한 최규석(만화가)씨, 김상우(청년지식인밴드 더 가라오케스 리더)씨가 각각 글자판을 들었다.
[송기자·조피디의 엔딩크레디트 ‘세 줄 밑’] ‘두 개의 문’ 배급위원단
일당 6만원 식당 아주머니…
“거짓을 말할 수 없는 영화”
허리띠 졸라 개봉 후원금 834명엔 3만원을 낸 전재숙(70)씨도 있다. 그날, 불길에 휩싸인 비극의 현장에서 남편을 잃었고, 아들은 구속됐다. 26일 저녁 용산 집에서 만난 그는 남편 사진이 걸린 거실에서 기자를 맞이했다. “며느리가 ‘어머니, 영화 안 보셨으면 좋겠어요’ 했지요. 영화가 그날 악몽 그대로이니까, 마음이 무겁고 힘들더군요. 그 추운 날 얼마나 살고 싶어 몸부림쳤을까요. 살고 싶어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 올라간 거잖아요.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 진압했을까요? 우린 힘없는 사람이잖아요.” 영화는 경찰특공대의 법정증언 등을 토대로 삼아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다. 두 감독은 경찰마저 “생지옥 같았다”고 한 진술에서 무자비했던 공권력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홍지유 감독이 설명했다. “법정에서 (용산참사에서 숨진) 김남훈 경사의 죽음의 책임이 누구냐는 검사 질문에 한 대원이 5초 동안 침묵하다가 농성자에게 있다고 말했어요. 저희는 5초의 침묵, 그 머뭇거림, 갈등에 굉장한 진실이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영화엔 유가족의 절규가 빠져 있다. 유가족 인터뷰를 넣었다가 결국 뺐다고 한다. 전재숙씨는 “우리가 빼자고 했다”고 말했다. “우리의 말을 거짓이라고들 했잖아요. 돈을 더 뜯어내려고 떼쓰는 ‘떼잡이’, ‘테러범’이라고 했으니까요. 누굴 죽이려고 한 게 아니라, 테러가 아니라, 살고 싶어서 망루에 올라간 것이라는 진실을 우리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경찰 얘기 등이 담긴 영화를 그대로 보고 믿어주길 원했어요. 이 영화는 거짓을 말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인터넷 인기만화 <습지생태보고서>를 그린 만화가 최규석씨는 이른바 ‘얼굴 기부’로 영화에 동참했다. “용산참사를 진압했던 경찰이냐”고 착각할 만큼 생생한 표정을 지은 영화 포스터의 경찰 얼굴이 최규석씨다. 그는 “진압을 해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더니 잘생긴 얼굴을 가릴 수 있었다”고 웃으며, “영화가 잘되니까 제 기부의 안목이 틀리지 않은 게 증명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화염병을 던지지 않았는데도 경찰특공대 투입이 결정됐다는 댜큐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을 보기 위해 24일 오후 관객들이 서울 종로 신문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극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사진·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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