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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우리는 CG 튼튼한 뼈대 만드는 투명인간 같은 스태프죠”

등록 2013-02-07 20:08수정 2013-02-08 15:02

양흥모(40) 팀장
양흥모(40) 팀장
[송기자·조피디의 엔딩크레디트 ‘세 줄 밑’]
영화 ‘타워’ 매치 무브 팀장 양흥모씨

이 기사는 양흥모(40) 팀장의 인터뷰 영상을 같이 보면서 읽는 게 훨씬 좋다. 영화 <타워>에서 ‘매치 무브(Match move) 팀장’을 맡았다는 그가 실제 작업한 화면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것을 눈으로 봐야 그의 일이 더 쉽게 이해된다. ‘이런 스태프도 있었 나’란 생각이 드는 생소한 분야인데, 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디지털아이디어’ 사무실에서 만난 그도 “우린 영화에서 뭘 했는지, 겉으로 보이지 않는 스태프”라고 했다. 존재가 감춰진 투명인간 같은 스태프이지만, “영화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을 위해 뼈대를 잡아주고 기초공사를 해주는,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고 했다.

관객 518만명을 모은 <타워>에서 배우 김상경·손예진 등 영화 속 생존자들은 불이 난 108층 빌딩 외벽에 매달린 곤돌라로 뛰어든다. 이들은 곤돌라를 흔들어 빌딩 창문을 깬 뒤, 불길이 없는 층의 내부로 몸을 던진다. 아찔한 이 장면은 ‘시지’(CG)로 만들었다.

우선 세트장에 2층 높이의 철제 골격을 세우고, 영화처럼 곤돌라를 흔드는 장면들을 찍는다. 이 촬영이 시지 파트로 넘어오면, 매치 무브 팀이 움직인다. 양 팀장은 “실제 촬영한 장면을 컴퓨터 시지로 만든 3디(D) 가상 공간에 똑같이 옮겨놓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촬영세트의 철제 골격들 사이 거리는 얼마인지, 철제의 일부분이 휘어지지는 않았는지, 빌딩 내부처럼 꾸민 세트의 기둥과 기둥 사이는 얼마나 떨어졌는지 따위를 계산해 실제와 최대한 비슷한 입체공간을 컴퓨터에 점 또는 선으로 그려놓는다. 정지 그림이 아니라, 촬영본과 동일하게 곤돌라 속 배우의 움직임과 이들을 찍은 카메라 시선의 움직임까지 컴퓨터 가상공간에 그대로 재현한다.

실물 촬영 필름-CG 움직임
정밀 계산한 밑그림 그려내
배우 등 동선에 입체감 줘
CG팀서 그걸 보고 살 입혀
“그림 없는 퍼즐 맞추는 작업”

이렇게 촬영본을 컴퓨터 3디 가상공간에 판박이처럼 옮긴 밑그림 덕분에, 합성팀 등 다른 시지 스태프들은 촬영된 공간의 깊이감이 어떠한지, 배우는 어디까지 움직였는지, 카메라 시선은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쉽게 파악하고 밑그림 위에 창문이 있는 빌딩 외벽, 불꽃이 튀는 효과들을 덧씌워 최종 영화장면을 완성한다. 건축공사에서 철근이 시멘트에 가려지듯, 영화 시지 완성본이 나오는 순간, 매치 무브 팀의 밑그림도 사라진다.

그는 “촬영본과 가상공간의 움직임을 서로 일치시킨다는 뜻의 매치 무브 팀이 국내 영화엔 2005년 중반부터 본격 투입됐다. 그 이전엔 공간의 깊이와 거리에 대한 정확한 계산 없이 눈대중으로 시지 합성을 시도해 어색하게 튀는 시지들이 있곤 했다”고 말했다. 매치 무브 팀은 촬영장에서 ‘줄자’나 토목공사에서 쓰는 측량기구(토털 스테이션)로 거리와 각도를 재고, 현장 사진을 찍어 실제 공간과 컴퓨터 가상세트에 재현된 입체공간의 오차를 줄인다. 그래야만 불꽃, 돌덩이 같은 시지 효과들을 배우의 발 앞에 오차 없이 떨어지도록 넣을 수 있다. 세심함이 필요한 작업이라 “<타워> 곤돌라 장면의 밑그림 하나만 열흘 걸려 완성했다”고 했다.

맨 왼쪽 사진은 철제 골격 세트에서 영화 <타워>의 ‘곤돌라 탈출 장면’을 찍은 촬영 원본이다. ‘매치 무브’ 팀은 실사 촬영본 세트의 입체감과 곤돌라 속 배우의 움직임, 이들을 찍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계산해 컴퓨터에 똑같이 점선으로 옮겨 그린다. 왼쪽 둘째 사진은 매치 무브 팀이 그린 ‘입체 밑그림’이 실사 촬영본과 겹쳐질 만큼 정확하게 그려졌다는 걸 보여준다. 그 밑그림 위에 합성팀 등이 화재가 난 108층 건물 느낌이 나게 창문·불꽃 등 다양한 시지(CG) 효과를 차례대로 덧입혀 최종 영화 장면(셋째 사진)을 완성한다. 디지털아이디어 제공
맨 왼쪽 사진은 철제 골격 세트에서 영화 <타워>의 ‘곤돌라 탈출 장면’을 찍은 촬영 원본이다. ‘매치 무브’ 팀은 실사 촬영본 세트의 입체감과 곤돌라 속 배우의 움직임, 이들을 찍은 카메라의 움직임을 계산해 컴퓨터에 똑같이 점선으로 옮겨 그린다. 왼쪽 둘째 사진은 매치 무브 팀이 그린 ‘입체 밑그림’이 실사 촬영본과 겹쳐질 만큼 정확하게 그려졌다는 걸 보여준다. 그 밑그림 위에 합성팀 등이 화재가 난 108층 건물 느낌이 나게 창문·불꽃 등 다양한 시지(CG) 효과를 차례대로 덧입혀 최종 영화 장면(셋째 사진)을 완성한다. 디지털아이디어 제공

지난해 흥행작 <도둑들>에도 참여한 그는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경우, 매치 무브 팀이 10만장 넘게 뉴욕 건물, 거리 곳곳을 사진으로 찍은 뒤 시지 가상공간에 뉴욕을 그대로 재현했다. 영화에서 완벽한 뉴욕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중국어학과에 들어간 그는 “영상 일을 하고 싶어 컴퓨터그래픽을 독학으로 공부했고, 웹사이트 제작, 책 편집 일 등을 하다가 10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며 웃었다. 2001년 가을께 미국으로 건너가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AAU)에서 시각효과·애니메이션 등을 공부한 뒤 컴퓨터그래픽 회사 ‘디지털 도메인’ ‘오퍼니지’를 거쳐 조지 루커스 감독이 세운 ‘루커스 필름’의 영상효과 계열사 ‘아이엘엠’(ILM)에서 일했다.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1> <캐리비안의 해적 3·4편> <다이하드 4편> <배틀쉽> <지.아이.조 2편> 등에 참여했다.

2년 전 한국으로 온 그는 “국내 영화계는 할리우드 영화 시지 스태프 수의 30% 수준의 인원으로 많은 작업을 하고 있지만, 시지 회사들이 영화 제작 참여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든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시지 기술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합당한 제작·인건비를 받지 못하는 여건 탓이다.

그는 “제작자나 감독은 보통 시지 완성본을 빨리 보고 싶어한다. 매치 무브 같은 기초공사를 대충 하자고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징검다리를 놓으면 빨리 건널 순 있지만 차는 못 지나간다. 큰 다리를 튼튼히 세우면 트럭도 지나가고 짐도 한 번에 옮길 수 있듯 매치 무브라는 기초공사를 잘 하면 이후 시지 작업도 빨라지고 영화의 완성도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무쌍한 촬영현장의 장면을 컴퓨터 가상공간에 옮기는 이 일을 “그림 없는 퍼즐을 맞추는 작업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관객들이 마주하는 영화 완성본에 가려 있지만, 그 화면 안에 ‘가상공간 설계자’들인 매치 무브 팀들이 맞춘 이런 퍼즐 조각들이 숨어 있다.

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영상·사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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